지난 5월 미국에서 개봉되었으면서도 지난달 한국영화 '밀양'의 소개로 밀려났던 카나다 영화 'Away From Her' 를 늦게라도 소개하고 넘어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데에는 현재 미국땅에서 매 72초마다 어느 누군가가 알차이머 증상을 보이며 병세가 발전하여 가고 있다는 미국 알차이머 협회의 발표가 한 몫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치매라고 부르는 알차이머병은 과거의 기억들이 망각이나 혼돈의 늪으로 사라져 버리는 병으로 가까이에 이러한 증상을 가진 가족들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면 그 심각성을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미국에서 매 72초마다 어느 누군가가 이러한 망각의 늪으로 빠져 들어간다니 나 몰라라 할수 만도 없는 병인듯하다.
28세의 젊은 감독 세러 폴리가 감독한 'Away From Her'는 알차이머병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로 5년동안 자기 어머니의 치매과정을 지켜 보면서 한편 양로원들을 방문하여 치매환자들의 생활들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제작한 것으로 물론 헐리욷 영화가 아닌 카나다 영화로서 제작비도 별로 들이지 않았기에 미국 극장가에서는 각광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과 유럽의 평론가들로부터 큰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닥터 지바고'에서 의사 지바고의 연인으로 출연했던 쥴리 크리스티가 역을 맡은 주인공 피오나는 62세의 은퇴한 대학 교수의 부인으로 이 영화에서도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매력과 함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몇년전부터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피오나는 프라잉 팬을 냉장고에 넣는가 하면 44년을 같이 한 남편이 읽어 주는 책 내용도 얼마 안가서 곧 잊어버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고 냉장고나 책상서랍 여기 저기에 메모지를 붙여 보기도 하지만 그녀는 "나는 절대로 잊지 않아야 할 것을 잊어버린다"며 한탄한다.
20여년이나 살아 온 집이 낯설어 "작년에 이사 온 집이냐?" 고 남편에게 묻는 그녀는 스키를 타다 길을 잃은후 치매요양소로 가기로 작정한다.
한편 옆에서 피오나를 지켜 보는 남편 그랜트는 피오나의 성격탓이지 치매가 아니라고 반대하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20여년간의 두 사람간의 행복했던 사건들은 깡그리 잊어버리면서도 그전의 사건들은 분명하게 떠올리며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깊이 묻어두었던 사건(불윤의 관계)을 언급하는데 무척 당황해 한다. 그러나 "한번 기억을 잊으면 모든 것을 잊는 것이지, 그러나 사람이 서서히 망각속으로 사라진다면 그 또한 얼마나 큰 축복인가."라며 아내의 입원을 눈물로 허락한다.
일단 요양원에 환자가 입원하면 한달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 차단하는 규정이 있다. 그렇게 하면 환자가 지난날의 기억을 완전히 잊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빨리 새로운 생활에 적응토록 돕기 위한 방편이지만 남편에게는 '부인과의 헤어짐(Away From Her)'을 의미한다.
피오나는 한달 후부터 매일같이 방문하는 남편의 실체를 깡그리 잊는가 하면 대신 요양원에서 만난 남자 환자에게 지극 정성으로 대한다. 이를 보는 남편은 허탈감과 배신감에 쌓여 고민하고. . .
치매 노인이 있는 가정이라면 환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영화라 생각 된다.
Sarah Polly 감독, Julie Christie, Gordon Pinsent 주연에 Olympia Dukakis, Michael Murphy 가 조연으로 출연 . 카나다의 토론토와 온타리오에서 촬영, 상연시간 1시간 50분
그녀와의 헤어짐(Away from H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