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영화'란에서는 아무래도 노무현 정부의 첫번째 문화공보부 장관을 역임한 이창동 감독의 힌국영화 '밀양'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여배우 전도연이 깐느 영화제에서 '여우 주연상'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이제 한국 배우들이 세계적인 영화제 '주연 배우' 후보에 다 오르고(?) 하는 생각 정도였지 '밀양'이라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어차피 미국에서는 한참 지나야 볼 수 있는 영화이기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막상 작품에 대한 소개나 평들도 별로 없었고....
작품상은 못받았지만 주연여우상을 받고 나니 영화 '밀양'에 대한 이야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 "기독교 신앙과 구원의 문제를 다룬 영화","신학적 문제에 빠져 든 영화", 그리고 "관념적 기독교의 맹점 예리하게 포착한 영화"등등의 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언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 보도록 몰고 가는 범상치 않은 문제작일 거라는 생각에서 감상 포인트를 놓치지 않는다면 한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되어 간단하게나마 소개하려고 한다.
한때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문제작들을 발표한던 이청준의 1980년대 작품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오늘에 맞추어 영화화하면서 원작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신애'는 그 과정에서 남편의 외도까지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남편의 고향에서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아들과 함께 아무 연고도 없는 '밀양'으로 내려간 그녀는 그곳에서 스스로 자리를 잡고 나름대로 자신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며 터전을 이루어 간다. 때문에 돈많은 미망인으로 오해 받아 유괴범에 의해 아들이 살해된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실감하고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고 그 힘으로 고통을 이겨가던 '신애'는 어느 날, 살해범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교도소를 찾아간다. 그러나 교도소에서 하나님을 믿게 된 살해범은 이미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함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신애'는 배신감을 느끼며 “내가 그를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보다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럴 권한은 주님에게도 없어요.” 라고 절규하면서 신앙을 버린다는 줄거리이다..
영화장면가운데는 실제로 밀양에 소재한 한 교회에서 촬영한 부흥회 장면, 구역원들을 중심으로 '신애'를 도와주는 공동체의 생활 모습,' 약국집 부인이 '신애'에게 전도하는 장면등 기독교적인 소재들이 많이 차용되어 있을뿐 아니라 ‘신과 인간의 관계’, '신앙과 고통' 그리고 ‘구원’의 문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고 하겠다.
남편의 죽음과 배신에 상처 입은 '신애'는 밀양에서 '종찬'의 도움가운데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을 받는듯 하다. 그러나 아들의 죽음과 함께 그는 '부당한 고통을 가하는 신"에 대해 절규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절규는 신에 대한 신앙으로 구원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신앙으로 막상 구체적인 용서를 실천하려고 하자 그것이 얼마나 관념적이고 미약한 것인지를 알게 되며 좌절한다. 미장원에서 우연히 만난 살인범의 딸까지도 용서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 '신애'는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진흙탕속의 물위로 햇살이 비추이는 것이다. 그것이 어쩌면 인간이 지상에서 찾을수 있는 구원의 햇살일거라는 것이다. '밀양'이라는 제목이 경상도의 한 地名에서 떠온것이려니 생각했었는데 ' Secret Sunshine' 이라는 영어제명을 보면서 가끔 나타나는 '햇살'이 예사 햇살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에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속시원한 결론을 내려 주지 않는다 하드라도 신앙문제에 관한한 일방적인 설교만이 강행될뿐 대화나 토의가 금기시 되어온 한국풍토에서 이만한 대화의 장이 마련되었다는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여도 좋을듯 하다. 전도연의 '주연여우상'을 받을만한 리얼한 연기만으로도 스토리를 따라가며 즐길수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진지하게 감상한다면 또다른 수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영화<밀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