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3년 8월>

서당 선생 장가보낸 제자

이 설화는 한국 전 지역에 전승되는 이야기로, 제자의 꾀로 홀아비인 훈장을 장가들여 주었다는 내용이다. 과부의 집에 가서 미리 숨어있던 훈장을 새벽에 찾아낸 것처럼 소란을 피운 다음에, 훈장과 과부가 결혼했다고 소문을 내어서 두 사람을 결혼시켰다는 것으로 이 이야기는 일종의 지략담(智略談) 또는 소담(笑談)의 성격을 띠고 있다.

사제지간이 이러터구먼 하는 얘긴데 그 옛날 선생이 대개 출접(出接)이라고 하는데 외지로 나가는 것을 말해. 이를테면 선생의 집에서 생도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출접을 나가서 한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생도들을 가르치는 것이여. 그러면 당연히 방학했으면 그 훈장되신 양반도 귀가(歸家)를 하는데 그때가 되면 생도들이 선생님한테 떡이라든지 먹을 것들을 대접하고 출영나가서 송별을 하는데.. .

어느마을에 출접을 한 훈장님이 계셨는데 방학이 되어 귀가를 해야 되는데도 안가요.

“선생님은 파접(罷接)을 했으니 집에 가서야 쓰지 않습니까?”하고 물어도 안가요.

“아무데서라도 지내겠다. 느그들 떨어지기가 싫다.” 봄에 그랬는데 가을에도 그라고 겨울에도 그라고 그렇게 무려 삼 년이란 세월을 그대로 지냈어.

생도중에 영리한 사람이 하나 있었던 모양이여. 그래서 그 선생님의 내력을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호라애비가 되었다 그 말씸이야. 그러니 집에 가야 아무 소용이 없고 생도들하고 같이 그저 지내면서 침식을 해결하고 거기서 그냥 그대로 사는기라.

그래서 이 생도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생의 낙이라 하는것이 이래서 쓰겄나, 어떻게 허든지 선생님을 장가 보내야 쓰겄다” 생각한기라. 그래서 선생님한테 말을 했어요.

“선생님, 선생님이 혼자 계셔서 쓰것소. 여하튼 장가를 들어야 안쓰겄소?”
그랬더니

“그게 무슨 소린고!”하고 시치미를 떼어

”그래도 그렇지 않습니다”하고 여러번 이야기하자 못들은척하던 선생은 생도의 생각이 가상타고 생각했는지 “그러면 니가 어떻게 해서 정말 . . .”하고 말하는기라.

그러자 그 동네 과부 한 분이 있어요. 선생님하고 나이로 보나 뭣으로 보아 참 알맞은 정도기 때문에 학생이 그걸 마음을 두었든 모양이여.

“내 말만 들이시요. 이 밑에 아무개 댁이 있는데 혼자 계시지 않소? 선생님깨 잘 적합할 것 같소, 그리고 여그서 좀 몇 년을 더 계시면서 숙식같은 것을 거그서 하고 하면 우리 배우는 것도 훨씬 도움이 되겄고 그렇지 않습니까?”

참 그것이 그러듯하긴 한데

"근디 니가 어떻게 허냐?”
“가만 내 말만 들으시요”

그라고는 한번은 생도가 아침에 일찍 가가지고, 지금 같으면 일곱시쯤 그 과부집으로 갔어요. 가가지고 ‘함평댁’ ‘함평댁’하고 불러쌋어요. “우리 선생님 여그 안왔소?”하면서.

“아 느그 선생님, 우리 집을 머할라 와?”항께

“아니 어제 저녁에 요리 오신거 했은께 문 쪼갠 열어 봅시다. 여기 게신다고 했는디, 요리 오신다고 했는디” 하고는 그냥 와버렸어.

이튿날 아침에 이 생도가 또 갔어요. 또 가가지고
“아이, 우리 선생님 여그 앙 계시나?”고 항께
“아 저 미친놈 보라”고 말이여 잉하고 밀어내는기라.

축출당한 학생이 가서는 “선생님, 내가 이만저만 했는데 . . .내일 아침에는 깜깜할때 집 뒤에 가 계시다가 내가 ‘함평댁’이 하면 그 양반이 나와 나를 쫓을 것이요. 그럴때 얼른 부엌문으로 방에 들어가 이불을 쓰고 들어누어 계시오. 그러면 다 됩니다.”고 하였다.

사 흩날 아침에 그 학생이 과부를 또 불렀단 말이요. 긍께 “어 저놈의 자식! 요놈의 자식! 가만이 안 나둔다!”고 방망이를 들고 쫓아나오요그래. 그러자 선생님이 부엌문으로 방에 들어가 이불밑에 들어누어 버렸어.

그러자 학생이 “그렇게 나를 때릴것이 아니라. 우리 선생님이 거기 없으면 나를 때리고 선생님이 있으며 어쩌실라요?”

“그러면 그러자, 가보자”

그러면서 이불을 제끼니께
“우리 선생님 여기 있는디, 왜 당신은 그적께 저그적께부터 나를 쏙여먹었소. 여기 계시지 않으오?”

과부는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 격으로 기가 막혔지만 할 말이 없었다. 옛날에는 과부를 둘러싸고 푸대쌈도 있었지만 양반집에서 개가란 흉이 되던 때여서 과부가 당황해 하는데

“과거지사는 물 흘러 보낸것으로하고 선생님은 가시요. 내가 처리할랍니다”하자 선생님은 그대로 갔다.

과부가 떡을 한시루 해가지고 그 생도에게 주면서”요놈 먹고 말이여, 절대 이런말 퍼트리지 말아” 그렁께
“어디가 내가 이런말을 할 것이요? 떡 먹는디 절대 안 헐랍니다.” 대답하고는 떡 한시루를 학생들에게 가져와서는

“이 떡미 무신 떡인지 아나? ‘함평댁’하고 우리 선생님허고 결혼한 떡이다. 그렁게 그런줄 알고 먹어라잉!”

그리고 조금 남겨 가지고는 동네 집집마다 돌렸어요.
“무슨 떡이냐?” 옛날에는 서당에서 책을 하나 떼면 책걸이떡이라고 떡을 해서 돌렸는데 동네 사람들은 그런줄 알고 물으면

“아, 그것이 아니요. 이 밑의 ‘함평댁’허고 우리 선생님허고 결혼헌 떡이에요. 그쯤 알고 계시요.”

소문내지 말라고 떡을 해주니께 요놈의 자식이 전부 다 소문을 내 버렸소. 그래 가지고 그 선생님은 홀아비 신세를 면했답니다.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 편(해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