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3년 6월>

우렁각시

이 자료는 ‘선녀와 나무꾼’과 함께 한국에 널리 전승되는 대표적인 민담 중의 하나로 마법담의 성격을 갖고 있다. 혼자 사는 가난한 총각이 밭을 갈면서 “누구와 함께 먹고 사나?” 하고 노래를 하자 “나랑 먹고 살지”라고 대답하는 우렁이 있었다. 우렁이를 물 항아리에 넣어 두자 아름다운 각시로 변하여 함께 살게 되었다. 고을 원이 우렁각시를 빼았으려고 여러가지 내기를 걸었지만 각시의 도움으로 모두 이겨 두 사람이 잘살았다는 내용이다.

옛날에 조실부모한 사람이 풀도 많은 고유지에서 단독으로 살아가는디, 어떻게든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만 했어.

“아, 어떻게 찾아야 하느냐?”

하고 한참 생각하다가 괭이를 하나 사가지고 떼밭을 이루게 되었어. 아, 떼밭을 이루는데, 날마다 이루고 밥을 해먹고 잠은 움막속에서 자고 떼밭을 매일같이 이루는디, 아 그것도 한 열흘 이루다 보니 싫증이 났어. 앉아서 한다는 소리가
“내가 이 떼밭을 이뤄서 농사를 져가지고 누구하고 먹고 살 것인고?” 한께 아, 땅속에서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괴상한 일이거든. 그런데 그런 말이 다시는 안나오고, 또 한참 일허다 쉬면서

“이 땅 이뤄서 누구하고 먹고 살 것인고?” 그러면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하고 여자 소리가 나거든. 매일같이 그 취미에 땅을 이뤄서 가꿔서 밭을 맨들고, 움막에 가 저녁이면 잠을 자고 또 아침이면 단지하고 쌀허고 가져와서 밥을 먹고 밭을 이루는데, 아, 하루는

“이 땅을 이뤄서 누구하고 먹고 살 것인고?”
“나허고 먹지, 누구허고 먹어?”
“아, 대관절 니가 무엇이냐?” 한게

“오늘은 내가 안 갈켜 주고 앞으로 한 사흘간 있어야 자세히 가르쳐 줄 테이께 꾹 참고 일이나 해라.” 하거든. 그래서 사흘을 기다려서 인자 땅을 부랴부랴 이뤄서 사흘을 기다려

“’나허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한 사람이 어디가 있어?” 한디 말이

“흙 한 사발 떠놓고 보라”고 하거든. 흙 한 사발 떠놓고 본게 거기 우랭이 한 개가 있거든. 큰 부엉 우랭이.

“아, 니가 무엇이냐?” 한게 아무 말도 안혀. 그래서 뽀글뽀글뽀글한 거품이 이는 우렁이를 좌우간 자그마한 물항아리 속에다 너줬어. 넣어 줘놓고는 그 이틑날 되어서 밭을 또 일궈놓고 밥을 해먹을라고 가서 본게 물 항아리 속에 우렁이가 그대로 있어.

솥단지를 열고 밥을 또 해먹고 자고, 아침에 또 일어나 양식 짊어지고 밭에 가서 늘 떼밭을 이루는데, 아, 근디 우렁이를 가져다 물 항아리 속에 넣은지가 삼 일이 되었는데, 인자 밥을 할라고 딱 보니깨 아 솥단지가가 밥을 딱해서 반찬하고 딱 넣어 놨거든.

“이거 괴이한 일이다.”하고 밥을 먹어 본게 지가 한 놈보다 더 맛이 있어. 인자 그놈을 먹고, 자고 아침에 단지에다 밥을 해먹고 또 저녁까지 일하다 와 본게 또 여전히 누가 밥을 해놨어.

“이거 괴현 일이구나.” 그 밥 먹고 그 이튿날은.
“내가 저녁때에 일찌감치 와서 좀 엿봐여 하겠구나.” 해서 그 이튿날 일을 하고 저녁밥을 할 때 되니까 집으로 가만히 와서 석가래 밑에서 엿보는데

“좌우간 무엇이 밥을 해 놓는고.” 엿보니까 아, 물항아리 속에서 밥 할 때가 되니까, 이쁜 각시가 나오더니 솥을 싹싹 닦더니 밥을 싹 혀, 김치께나 다듬어서 반찬을 하더니 또 물 항아리 속으로 덤벙 하고 들어가

“아하! 니가 그러는구나.” 하고 그전에 알아서 그날은 밥을 먹고 그 이튿날 밭에 가서 또 해넘기 전에 일찌감치 왔어. 그래서 인자 밥헐려고 나온 여자를, 한참 솥 딱아서 밥을 해서 불을 때는 도중에 가서 손목을 딱 잡았어.

“당신도 혼자요, 나도 혼자요. 나하고 삽시다.” 한께
“아직 살 시간이 못 됐다.”고
“그럼 언제야 살 것이냐?” 한께
“한 사흘만 기다리면 당신이 안 붙잡아도 당신과 부부지간이 될 것인게 그러지 말고 일이나 부지런히 허시요.”

그래서 그 말대로 꾸벅꾸벅 일을 하고 그리 사흘을 고대하니 사흘이 돌아온다 말이여. 그때는 각시가 들어가도 안하고 붙잡을 것도 없이 밥을 차려갔고 왔는디 자기 밥까지 딱 겸상을 차려 갖고 왔어, 탁 먹고는

“서로 부부지간이 되자.”고 딱 언약을 해놓고 사는거여. 아 사는데 이 각시가 일등미인이거든.

근디, 그 소문이 널리 번져가지고 그 고을 원이 욕심이 났던 개비요.

“얼마나 이쁜고?” 하고 하루는 그곳에 가서 씩 돌아본께, 하 일등미인이여.

“하, 조놈에게는 너무 과하다. 저놈을 뺏어다가 내 소첩으로 삼아야겠다.” 인자 나쁜 맘을 먹었어. 그래 갖고는 이 원님이 냈어. 통지를 보니깨,

“니 마누라를 내게 도라.”

오라고 했어, 가니깨

“아, 너는 니 마누라가 너무 과하더라. 그걸 나를 도라.” 하니께
“아, 어디가 그럴리가 있습니꺼?” 헌게
“아, 아, 어떻게서 그런 소문이 났는냐?”헌게 사실직고를 다 해 줬어.
“그러면 여하튼 그 마누라를 나를 도라.”
“그럴 수가 있습니꺼? 그럼 집에 가서 물어볼라우.”
“음, 그럼 가서 물어 보고 온나.” 그리고 집에 가서 밥도 안 먹고 그냥 누웠어. 그러게 마누라가 한단 소리가

“어째서 밥을 안 잡수요?”
“헤, 이 사람아. 오늘 원이서 기별해서 갔더니만, 자네를 돌라고 하니 내가 무슨 입맛으로 밥을 먹겠는가?”
“안 준다고 하쇼. 안 준다고 하쇼. 그러면 원이 장기를 두자고 할 것이요.”
“하, 이 사람아. 내가 장기를 못 두는디 장기를 두면 자네를 뺏길 것 아닌가?”
“내가 시킨 대로 허시오. 장기를 두는데 물론 당신보고 먼저 두라고 헐 것이오. 그럼 ‘어른께서 먼저 두셔야조’하고 그 원이 한 수를 딱 둔 다음에 쪼그마한 쉬파리가 하나 올 것이요. 와서 그놈이 떡 앉았다가 요리 폴싹 날으면 그 파리 앉은데만 놓으시오.”
“아, 그려.” 하고 마누라 말만 듣고 원한테 가니깬

“하, 어쩐다 하드냐?”
“아, 안된다 합디다.”
“그러면, 너하고 나하고 내기장기를 두자.”
“안 밴 장기를 어떻게 두더라우?”
“아, 그런게 인자 내가 니 마누라를 뺏을라고 그려.”
“그려, 한 수 두자.” 어느 영이라고 안 둘 수 있어? 또 마누라가 시켜서 보냈것다. 둘이 마주 앉아 떡 두는디.
“니가 먼저 한 수 두거라.”
“아뇨, 원부터 먼저 두시오.” 근께 원이 딱 한 수를 둔다 말이여.

아, 인자 마누라가 일러준대로 딱 보고 있는디, 쪼그만 파리가 뵐똥말똥하게 발끈하게 뛰앉거든. 땅 하고 놓고 난게 또 원이 한 장 놓고 파리가 뛰어앉는 대로만 놔. 원이 논 다음 파리가 뛰어 앉거든. 아 반절쯤 두더니,

“아, 니가 사람의 장기로 신출난다. 장기 하면 나를 이길 자가 없는디. 아 장기는 안되것다. 다른 수를 쓰야 하것다. 가서 자고 낼 오너라. 내일 오야 하는디, 말을 가지고, 내가 말 한 마리 줄것이여. 말 가지고 저 암디 강을 가는디 만약에 못 뛰면 마누라는 내가 갖도록 하자.”

허, 대답도 못하고 집으로 왔어. 와서 또 저녁밥도 안 먹고 기운 없이 있으니께 마누라가 들어왔어.

“결국은 자네 뺏길라나 보네. 내일은 말을 한 마리 줄터인데 강을 뛰어넘으라니. 아 못 뛰면 자네를 뺏는다고 하니 자기는 좋은 말 타고 나는 나쁜 말 줄것이 아닌가?”

“물론 그럴테지. 그런디 나 하라는 대로 하시오.”
“어트게 하까?”
“아, 물론 그 양반이 좋은 말을 타시겠지요. 타는데 당신은 저 모퉁이를 돌아가면 비루 먹은 당나귀같은 말이 하나 있을것이요. 그놈을 달라고 하소. 그러면 ‘아, 좋은 놈 남겨놓고 나쁜놈 달라냐’ 하면서 웃을 것이오. ‘아 그냥 그놈 주쇼. 내가 언제 말 타봤소.” 하면 “아, 그러라’ 할 것이요.. 아, 나는 떨어질까 싶은게, 그놈 그냥 주소’ 하면 ‘아, 그러라’고 할 것이오. 좌우간 원의 말은 다섯 발 물러가서 뛰는디, 당신은 열 발 물러가서 하여간 뛸라고 한 참에 ‘이놈아, 오래간만에 생긴 마누라 안 뺏기게 해도라.’하고 뛰라.” 하, 마누라가 하는 말이 신이 난단 말이여.

이튿날 가니께
“왔느냐?” “예” 하고 하인을 시켜 자그는 텅 소리나는 호마를 타고,
“거 암디 말을 끄서내라.” 하니께
“아, 나 저 말 겁나서 못타것습니다.”하고 쫄레쫄레 다니더니 저 한쪽에 가 비루먹은 당나귀 같은 놈을 끌고
“아, 이놈을 나 주슈.”
“아, 그것은 안 된다”
“아녀, 나는 말도 안 타보고 무신께 이놈을 달라우.”
“하, 그럴것 같구나. 아, 마누라 뺏을라구 한게 좋은 말 줄 것이요마는 저 강도 못 건너 허부적댈 것이다.”하고는
“아, 그려라.” 그랬단 말여.

그런게 속으로 말 그놈도 용맹은 있는디 그냥 있었던 개비여. 그 호마 비등한 용기가 있는디, 인자 이놈을 떡 타고 가는디, 대체 촌 사람, 동네사람들이 귀경을 하면서 웃어,

“허 미친자식, 차라리 내기를 하지 말 일이지, 앗싸리 내기를 포기할 일이지 무슨 우세를 할려고 저것을 타고 가냐?” 하고들 비웃거든. 그러나,

“가는 길인게 간다.”고 인자 가는디, 아, 한 댓발 뒤로 가서 ‘헉!’하고 뛰는디, 뒷발이 강에서 꽉 빠져 가지고는 한참 허우적거리다 나가거든. 원님이 먼저 뛰었는디.

그제 이 사람이 뛸 차례란 말여. 하여간 마누라가 시킨대로 한 여나문 발 뒤로 가서는, 탁 허니 무릎팍에 채찍을 해서,

“이놈아, 까딱하면 마누라 뺏기게 생겼는디 안 뺏기게 좀 해도라.” 한께 ‘업!’ 뛰는디 강을 홀딱 뛰거든. 아 원님이 할 수 없이,

“니 미누라는 하늘에서 낸 마누래다. 할 수 있느냐. 그대로 잘살아라. 그런디 내가 답례라도 해줘야지 그냥 보내서 될 것이냐.”함서 원의 재산을 거의 반절이나 덜어 주드래느만. 그래서 땅을 파다 그 사람은 성공을 했어.

<한국구비문학대계>5-3권(한국정신문화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