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전설과 설화/2013년 4월>

이야기 주머니

이 이야기는 한국의 전 지역에서 널리 전승되는 유형으로 이른바 ‘이야기의 이야기’라고 하는 ‘Metafolklore’에 해당한다. 어떤 아이가 어른들이 하는 옛날 이야기를 종이에 받아 적어 주머니에 넣어서는 대들보에 매달아 두었다. 아이가 커서 장가를 가게 된 전날, 주머니에 갇힌 이야기들이 자신을 가두어 두기만 하고 풀어 주지 않은 그 아이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하인이 듣게 되었다. 다음날 그 하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아이는 주머니를 터트려서 이야기들을 풀어 주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민담의 본질을 말해 주는 것으로 이야기란 듣고 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끝없이 전해져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옛날에 대가집에서 독선생을 앉히고 인제 공불 시켰어요. 잘사는 집이어서 선생님 모셔 놓구 과외공불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전에 참 대가집이어서 독선생을 앉혀놓구 아들 공불 떡 시키는데 이놈이 공불 않어. 허재며는 자기 아버지하구 그 이웃 노인네하구 앉아서 옛날 얘기를 하는데, 이놈이 공불 하면서도 이 얘기하는 것을 다 적는거야. 적어선, 하룻저녁에 한 마디 들으면 하날 적어서 요걸 꼭 종이에다 적어 가주군 요놈에게 겉 봉해가지구 주머닐 하나 맨들어서 거기에다 처넣구, 처넣구 한 게 삼년 동안을 그러다 보니깐 주머니가 세 개가 찾어요. 그러니깐 자기 방 대들보에다 딱 달아 놨지. 요놈의 걸, 얘기 주머니를 보니깐 삼 년 동안을 저녁마다 한 개씩 집어 넣었으니깐 얘기 주머니가 엄청나게 얘기가 많이 들어간 거예요. 주머니 세 개가 찾으깐.

사 년째 되던 해에 장가를 가게 됐어요. 저기 홍천쯤으로 장가를 가게 됐어요. 영(嶺)을 하나 넘어가야 하는데 그전엔 왜 가마를 타고 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낼쯤 출발하게 되면 오늘쯤 자기 아버지가, 이제 하인들이 있으니깐, 하인더러 명령을 하는거야.

“너는 내일 누구는 가말 보시구, 누구는 손님 접대를 해라.”

이렇게 정해 줬단 말야.

그런데 그 가마 모시구 그 샌님 도령을 모시구 영 넘어갈 그 종이, 참 동짓달인데 허깨눈이 밤에 갑짝시레 와서 눈을 씰러 그 도련님 방 문턱엘 돌려 씰재니까, 그 방엔 도련님은 없구 빈방인데, 얘깃소리가 중중중중 나더란 얘기에요. 그전 공부하던 방인데, ‘하’ 도련님이 여기 안 기신데 여기서 무슨 얘깃소리가 이렇게 나는가? 말여. 게서 귀를 이렇게 찌우 들으니깐 , 아주 여러사람이 떠드는데,

“이놈에 새끼가 우릴 주머니에 넣어 가두고 안 풀어 놓는다.”는 얘기야.

“그러니깐 이 새끼가 낼 저 고개 넘어 장갤 간다니깐 낼 우리가 잡아야 된다” 이거지.

그러니깐 여러 토론이 많이 나오는데

“그럼 그걸 어떻게 잡아야 되느냐?” 그러니깐,

“내말 들어라. 동지 섣달에 이 고개 마루턱에다가 난데없는 돌배를 크다만 걸 하나를, 이렇게 잎이 피여 늘어지게 하고 돌배가 이렇게 매달리고 허먼, 하 그걸 먹을라고 애쓸 거다. 그래니깐 그놈의 걸 이렇게 떡 맨들어 놓으면 새신랑이 오다 그거만 딱 처먹으면 죽을 테니깐 걸 해놓자.”

아 요걸 그 가매바리 모시고 갈 그 종놈이 들었단 얘기야. ‘도련님은 내가 살려야겠다.’는 결심을 먹었거든.

아 근데 아침에 신랑 아버지가,

“아 부득한 무슨 일이 있으니까는 너는 낼 도련님 모시구 거길 가지말구 오늘 집안 일을 봐야 되겠다.” 이러거든.

“안돼겠습니다. 내가 가야 되겠습니다.” 이거야.

“이놈! 어느 명령이라 니가 불복을 하는냐?”?
“내가 목이 짤라져도 가야 되겠습니다.” 이러는거야. 아 그래니깐 그 새신랑짜리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상하거든.

“아, 무슨 얘기야?”
“아, 내가 이번엔 도련님을 모셔야지 안됩니다.” 이거야. 그래니깐 그 새신랑도 그 종이 맘에 들었던지,

“아버님, 이번에 뭐 아버님 첨 마음먹었던 대루 이 사람이 가게 하죠.”
“아냐, 이 사람이 집에서 손님 접댈 해야 돼.”

아 서루 의견 충돌이 되는 거야. 그런데도 죽어두 간다네. 내 목이 짤라져두 간대는데 어떻게 하느냐 이거야. 아들이 부추기구. 그래서 그 사람이 모시구 간거야.

아, 아니나 달라? 이놈의 고개를 동지 섣달에 눈이 허연데 올라가는데, 아 고개 마루턱에 난데없는 놈의 돌배남기(야생 배나무) 가 올라와서 돌배가 늘어졌는데, 아 황홀지게 폈거든. 돌배가 많이 열지두 않았어요. 두 개가 딱 열었는데.

“하, 저걸 따다 날 달라. 고갤 올라오니까 목이 마르는구나” 하는거야.

인제 따달라구 그래니깐 종놈이 가마바릴 내려놓구 따는 척하며 따선, 돌팔매질을 해서 멀리 팽개쳐 버린거야. 요게 꼬부장했단 말야.

“저 새낄 우리 아버지가 떼놀라구 그럴 적에 떼놓구 딴 놈을 데려왔어야 저 돌밸 매가 먹을걸, 잘못 행각했다.”는 거지 속에다 꼬부장하게 . . . .

’언젠가 너는 나한테 죽는다는 걸 각오해라.’ 그럭허군 가서 잔칠 지냈어요. 잔칠 지내구 와가지구는 삼 일이 지나간 담에 인제 그 종놈을 부른 거야. 돌밸 집어 던진 놈을 오라구 그래서 와가지구,

“너 무슨 혐의가 져서 내가 꼭 먹겠다는 돌밸 네가 따서 집어 내버렸느냐?”

“예,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그날 부쩍 우겨서 내가 도련님을 모시구 간것두 이유가 있습니다.”

“뭐냐?”

그 얘길 쫙 했어.

‘눈 씰러 이렇게 돌아가니깐 도련님 그 공부하던 방에서 서루 귀신들찌리 얘길 하는데 그날 가두구서 풀어 주지 않으니까 이걸 잡아야 되겠다구 그래면서 그 돌밸 만들어 놓구 그걸 먹음 죽게 하지구. 그래서 내가 우정 그렇게 간 거라구.’

도련님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깐? 그 얘기 주머니 생각이 나거던.

“아, 그래.”

아, 그래서 자기 공부하던 방에 가 보니깐 대들보에다 얘기 주머니 세 개, 이렇게 똘똘 말아선 주머니 속에 가득가득 채워 논게 매달려 있거든. 아, 그래 이놈의 얘기 주머니를 갖다가선 터쳐서 다 풀어 내보냈단 말야. 그때 헤쳐 내보냈는데 겨우 나는 그놈에걸 줏어듣다 보니깐 그저 한 반주머니밖에 못가졌어요. 예 이걸루 끝납니다.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 서대석 편, 해냄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