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신의 미국의 성지를 찾아서(1)
들어가는 말
성지라면 흔히들 특정종교와 연계하여 창시자나 종교 발전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지역 또는 영감을 주고 경외감을 고무시켜 주는 장소들을 가리켜 칭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미국의 성지’란 말은 조금은 생소하고 낯선 용어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행기 여행이 값도 싸지고 편리해진 반면 개스 값이 많이 올라 조금 열기가 식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1900년대 하반기 2,30 여 년 동안 방학시즌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짐을 가득 실은 왜곤(당시는 Wagon이 유행하였고 그 후에는 SUV 로 대치되었지만)을 몰고 형편 되는 대로 부지런히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필자도 많은 여행은 못했지만 가끔 가족들을 데리고 명승지라는 곳들을 찾아 다니면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느낀 것은 이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순례라는 것이었다. 미국의 역사를 배우고, 미쳐 보지 못했던 미국의 아름다운 자연에 경탄하면서 가족들과의 화목을 다지며 빠듯한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는 가운데 얼굴모습들은 다르지만 아메리칸이란 신앙을 되새기는 것처럼 보였다면 필자만의 착각일까? 여름방학 기간이 지나고 나면 은퇴한 노인들의 차례다. 보행이 불편한 노 부부들도 용케 차를 몰고 젊었을 때 미처 가보지 못한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아메리칸으로서의 자부심과 감회를 되새기는 듯 했다. 분명 왔다 갔다는 증거로 사진 한 장 찍고 훌쩍 떠나는 관광객들과는 사뭇 달랐다.
그러면서 필자도 나름대로 아메리칸 신도로서의 순례 코스를 생각해 보았다. 어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여행 코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찾아가는 수고와 그곳의 의미가 합쳐져서 영감까지는 아니더라도 감회를 느끼게 하는 곳이라면 성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미국의 성지>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성지의 선정은 완전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다. 굳이 근거를 대자면 필자의 미국 종교에 대한 평소의 관심과 지난 3년간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집필하면서 알게 된 역사적 유적지들 그리고 경이(驚異)라고 밖에 달리 표현하기 어려웠던 국립공원들의 경험과 기대 들이 합쳐져서 작용하였으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필자가 직접 가 본 곳들도 있지만 실은 가보지 못한 곳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 정도의 소망 리스트로 생각하고 편리해진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사진들을 곁들여 가능한 한 가본 듯이 소개하려고 한다. <역사로 배우는 미국>에 이어 새로이 시작되는 <지리로 배우는 미국>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여러분들의 성원을 부탁 드리며 다음 회에서는 New England 에서부터 순례를 시작하려고 한다.
(김상신 님은 은퇴후 본 <늘푸른나무>를 제작하면서 주로 역사에 관한 글들을 쓰고 있으며 그동안 <역사로 배우는 미국>을 연재하였고 <미켈란젤로 천정벽화의 비밀>을 연재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역사와 희망>, <크리스천의 역사이해> 등이 있다.)
미국의 성지를 찾아(1)-들어가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