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영화> 교황이 선출되었다(We Have a Pope)
성직자들이 그들의 성직을 수행하는 가운데 겪게되는 어려움이나 고민 등은 흔히 소설이나 영화의 소재가 되어왔다. 특히 순결을 지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는 캐톨릭 신부의 경우, 단골 영화소재였으나 교황을 직접 다룬 영화는 기억이 없는데 최근 캐톨릭 교회의 수장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억의 신도들의 영적인 아버지(Papa)인 교황의 고민을 바티칸 교황청을 배경으로 직접 다룬 영화가 이태리에서 제작되어 4월 전 미주에서 개봉되어 상영되고 있다.
금년도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내정된 Nanni Moretti은 이태리의 우디앨런이라고 불릴만큼 종교문제를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루는 이태리의 명감독이다. 그가 대본을 쓰고 직접 출연까지 하면서 감독, 제작한 이 영화는 바티칸교황청의 최고행사인 신임 교황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상할 수 없는 사건(그렇기에 코믹하다)을 통해 영적 지도자의 고뇌와 책임을 보여주면서 환희와 갈채속에서만 보아왔던 교황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선종한 교황의 후임자를 선출하기 위하여 교황선출단에 속한 추기경들이 전 세계에서 바티칸으로 모였다. 백인, 흑인, 아시안 등 얼굴에는 검버섯들이 찍혀 있는 나이 지긋한 노인네들로서 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그들의 한결같은 기도는 “주님, 저는 아닙니다. 저는 선출되지 않게 해주세요. 저는 그럴만한 자격이 없습니다.”였지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들은 일단 회의장인 시스틴채플에 들어가면 흰 연기를 올려 새로운 교황의 선출을 알릴때까지 완전히 격리되게 되어 있다. 몇 차례 투표를 하였지만 당선자가 나오지 않고 교착상태에 빠진다. 성령의 역사였던지 결국 놀랍게도 추기경들의 마음이 한결같이 멀빌Melville에게로 향하면서 법복속에 폭 쌓여있는 늙은 추기경의 놀란 얼굴이 비친다.
물론 추기경 멀빌은 호인형에다가 나이도 많아 오래하지 못할것이라는 계산아래 대립했던 계파들이 타협하여 내세운 후보였으나 멀빌 자신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베드로광장이 내려다 보이는 발코니에는 스위스 근위대가 도열하고 교황청 대변인과 추기경대표가 나타나 라틴어로 ‘교황이 선출되었습니다’고 선언하려는 순간 교황에 선출된 멀빌이 의자에 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벌벌 떨고 있다. 교황의 선출을 선언하고 선출된 교황의 인사말과 축성으로 교황선출과정이 끝나게 되는데 멀빌은 전혀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시간을 늦추고 휴식을 취하면 되려니 하였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멀빌은 용서를 빌면서 사임하겠다고 하였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추기경들을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취소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모든 조치들을 취했지만 별 효과가 없자 바티칸 당국자들은 이태리에서 제일 간다는 심리학자까지 동원하여 치료를 시도하였다. 그런 가운데 멀빌은 산보하던중에 바티칸 시를 빠져나가 로마시내로 도망간다. 아직 일반에게는 알려지기 전이었으므로 그는 보통 신부행세를 하다가 아주 옷을 바꾸어 입고 보통 사람으로 자유로 거리를 활보하며 즐기고 있지만 바티칸에서는 야단이 났다.
한편 교황선출과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바티칸에 모인 추기경들은 계속 격리된채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잖은 늙은이들이 잠자리가 어떻다, 메뉴가 어떻다 하면서 불평을 하는가하면 직원들이 가르쳐준 카드놀이나 공놀이에 즐거워 한다.
멀빌 추기경 역에는 1980년에 칸 영화제의 최우수주연상을 받은 현재 86세의 프랑스 배우 Michel Piccoli가 맡고 있으며 심리학자 역에는 감독인 Nanni Moretti가 출연한다.
이태리어와 라틴어 등이 나오며 영어자막이 들어 있다. 상영시간은 102분.
교황이 선출되l었다(We Have a Pop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