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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의 두 신사-오 헨리  

<늘푸른나무/명작 단편모음/2008년 11월>

추수감사절의 두 신사- 오 헨리

지금까지 긍지를 갖고 해온 일이 있다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 일을 계속해 나가라. 비현실적이며 금전적인 손해를 입게 될지라도 그것은 음식보다 더 소중한 양분이 되어 당신을 자존심 있는 훌륭한 인간으로 지켜줄 것이다.

작년 추수감사절과 마찬가지로 스터피는 올해도 오후 1시가 되자 유니온 스퀘어 공원의 분수 맞은편 벤치에 앉았다. 매년 이때가 되면 항상 어떤 노신사가 진수성찬을 대접하기 위해 이 자리로 그를 찾아왔다. 이것은 노인에게 있어서 꼭 지켜야 할 관습이며 전통이었다. 그는 스터피를 데리고 식당으로 가서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음식을 시켜놓고 스피터가 먹는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는 것이었다.

오늘은 일년에 한 번씩 곯은 배를 호강시키는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는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다. 5번가의 어느 대저택 앞을 지날 때 문 앞에 있던 하인이 스터피를 부르더니 그 집 두 할머니에게 인도했고, 할머니들은 그에게 칠면조 요리와 구운 감자, 호박 파이, 그리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푸짐하게 대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 역시 전통을 존중하는 할머니들이어서 정오가 지나 맨 처음 자기 집 앞을 지나가는 굶주린 사람에게 성찬을 대접했던 것이다.

지금 공원 벤치에 앉아있는 스터피는 배가 너무 불러 숨소리가 씩씩거리고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구세군 아낙네가 달아준 셔츠 단추가 떨어져 나가 그의 팽팽한 배가 삐죽 내비쳤다. 그가 이 자리에 찾아온 것은 성찬을 한 번 더 대접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그 동안의 버릇 때문이었다. 스터피 역시 전통을 존중하는 사람이어서 노신사가 9년 동안 이어온 호의를 올해도 변함없이 베풀 수 있도록 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역시 노신사는 어김없이 그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검정 외투에 오래된 안경을 쓰고 있는 깡마른 노인이었다. 머리칼은 작년보다 더 하얗게 세어 있었고, 지팡이에 몸을 더 의지하고 있었다. 그는 해마다 하는 똑 같은 말을 했다.

“잘 지냈소? 추수감사절 관습은 우리들에게 참 좋은 일이오. 식사하러 갑시다.”

전엔 눈물 겹도록 고마운 말이지만 지금 스터피는 매우 고통스러웠다. 자신의 위가 음식을 더 받아들여줄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공손히 대답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영감님. 전 지금 무척 배가 고픕니다.”

노신사는 매년 가는 식당으로 그를 데리고 갔다. 웨이터들은 칠면조, 고기 스프, 파이등을 날라와 식탁에 수북히 쌓아놓았다. 스터피는 음식냄새를 맡자 속이 울렁거렸지만 하나하나 해치우기 시작했다. 마주 앉아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는 노신사의 얼굴에 행복의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행복한 얼굴을 보고 스터피는 자신이 역시 음식을 사양하는 무식한 짓을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후에 그는 정신이 혼미해져 의자에 기대 앉았다.

“잘 먹었습니다 영감님. 올해도 변함없이 이렇게 대접해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노신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은화로 1달라 30센트를 음식값으로 지불하고 웨이터에게 5센트짜리 동전 세 닢을 팁으로 주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은 식당을 나와 노인은 남쪽으로, 스터피는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노신사는 구급차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노인을 진찰하고 나온 의사는 마음에 두고 있던 눈이 예쁜 젊은 간호사에게 말했다.

“저기 누워있는 노신사 분 말이야. 아무도 굶어 죽을 뻔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거야. 사흘 동안 굶었대. 그래도 저렇게 품격 있어 보이는 걸 보면 긍지가 대단한 가문 사람인가 봐. 나도 저렇게 늙고 싶어지는 걸!”

O. Henry(1862-1910)는 미국의 소설가로 본명은 William Sydney Porter이다. 어려서 양친을 잃은 그는 학교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채 카우보이, 점원, 직공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한때 일하던 은행에서의 공금 회령 혐의로 기소되어 3년간 감옥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그는 감옥생활 가운데서 얻은 풍부한 체험들을 소재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그의 복역이 한 저너리스트에서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계기가 되었다.

석방후 뉴욕으로 나와 본격적인 작가 생활에 들어갔다. 그는 순수한 단편 작가로서 따뜻한 유모어와 깊은 페이소스를 작품에 풍기게 하여 모파상이나 체호프에 비교되기도 한다. 특히 독자의 의표를 찌르는 줄거리의 결말은 기교적으로 뛰어난 특성이라 하겠다. 이 단편에서도 개인 이기주의의 물질만능사상이 팽배해 있는 이 사회에서 가난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틋한 사랑을 담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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