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단편   ▒  

톨스토이의 <두 노인>  

<늘푸른나무/ 문화산책/문학을 통해 보는 인간상>

톨스토이 단편 <두 노인>

 

두 노인이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떠나게 되었다. 술 담배를 하지 않을뿐더러 태어나서 단 한번도 욕을 한 적이 없는 고지식한 예필이라는 부자 노인과 보드카를 좋아하고 언제나 끊어야지 맹세하면서도 코담배를 끊지 못하는, 그리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예리세이라는 노인이었다.

진작에 순례를 떠났어야 했지만 부자인 예핌 노인 때문에 출발이 많이 늦춰졌다. 예핌은 공사를 맡고 있었는데, 아들에게 맡기고 가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었다.

"영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네. 공사보다 영혼이 먼저 틀이 잡혀야 순서가 아니겠나?"
하고 에리세이 노인이 설득하지 않았으면 예핌은 여전히 공사에 매달려 있었을 것이다. 두 노인은 여행 경비로 각자 100루불씩 준비했다. 부자가 아닌 예리세이는 아내와 자식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여행을 시작한지 오 주일이 지난 어느 뜨거운 낮이었다. 걷고 있던 예리세이가 말했다.

"물을 좀 마시고 가세"
"난 괜찮으니 마시고 오게나."
"그럼 저 농가에서 물 얻어 마시고 뒤따라 갈테니까 자네는 계속 걷게."
"알았네."

이렇게 예리세이는 농가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농가는 전염병과 굶주림때문에 가족 모두가 죽기 일보전까지 가 있는 상태였다. 남편은 비쪅 마른 채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어 해가 쨍쨍 내리쬐는 담장 아래 누워있었고, 아내는 폐치카 옆에서 신음했으며, 아이들은 빵을 달라고 맥없이 앵앵 울어댔다. 그나마 성한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는데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볼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예리세이는 우물을 찾아 식구들에게 물을 떠다 주고 위장이 약해진 그들에게 빵을 조금씩 찢어 주었다. 그리고 가게에서 음식을 사오고 페치카에다 불을 지폈다. 어서 친구 예핌을 따라가야 했지만 그는 도저히 그냥 갈 수가 없었다. 저녁 때는 수프를 만들어 가족에게 먹였다.

그들을 보살피느라 사흘이 훌쩍 지나갔다. 움직일만큼 기운을 차린 농부에게 희망없는 그 집 형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예리세이는 생각에 잠겼다.

'이 가족은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 땅이 저당 잡혀 있어 일거리도 먹을 것도 없다. 내가 이대로 가면 이들은 또 다시 굶주리고 보잘 것 없는 병에도 쓰러져버릴 것이다. 이거 제대로 붙잡혔구나 예리세이! 이제 어쩔 셈이냐?'

예리세이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저당잡힌 땅을 그 가족에게 도로 찾아주고 젖소와 짐수례와 밀가루도 사주었다. 그리고 나니 100루불에서 17루불 20 꼬베이까가 남았다. 도저히 예핌을 뒤따라 갈 경비가 되자 않았기 때문에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왜 돌아왔는지 궁금해하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길이 어긋나 예핌도 놓쳐버리고 돈도 모두 잃어버렸다. 순전히 내탓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한편 예핌 노인은 예리세이가 뒤따라 오지 않는것을 걱정하면서 예루살렘에 당도했다. 그는 순례자들과 함께 마리아가 머물렀던 방에 가서 기도를 드리고 야곱의 교회도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에 예핌은 같은 여인숙에 묵던 순례자에게 1루불울 빌려주었는데 순례자는 예핌과 같이 성지를 참관하고 돌아오더니만 자기 옷을 이리저리 뒤지며 투덜거렸다.

"이런, 소매치기를 당했네! 20루불이나 없어지다니!"

예핌은 그 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저치는 처음부터 돈이 없었던 거야. 내가 꿔준 1루불을 갚지 않으려는 수작이 분명해.'

그는 남을 의심하는 것은 죄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음날 순례때에는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례자는 예핌을 졸졸 따라 다녔고, 때문에 예핌은 자기 돈이 무사한지 자꾸 주머니를 만저보게 되었다. 그 순례자는 결국 1루불을 갚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렸다.

그 이튿날 예핌은 순례자들에게 밀려 성당 구석에서 기도를 드리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보고 깜짝 놀랐다. 예리세이가 머리에 후광을 받으며 제단 앞에 팔을 벌리고 서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예리세이가 와 있었군!'

예핌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예리세이는 그새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 날도 예핌은 예리세이가 제단 아래에서 빛을 받으며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뛰어가보니 전날처럼 사라겨버리고 없는 것이었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육주동안 머무르면서 돈을 거의 다 쓰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한 소녀가 그를 보고 반갑게 말했다.

"순례자 할아버지! 우리 집에서 저녁 드시고 가세요. 주무셔도 좋아요."

예핌은 순례자를 존중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하여 그집으로 가서 식사를 대접 받았다. 밝고 유쾌한 분위기가 감도는 그 집은 예리세이가 나흘동안 머물렀던 집이였다. 예핌은 그 가족들에게 예리세이가 했던 일들에 관해 들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예루살렘에는 자신이 먼저 갔지만 사실은 예리세이가 자신을 훨씬 더 앞섰던 건이다. 자신은 신에게 기도를 올렸을 뿐이지만 예리세이는 신이 원하는 일을 한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후광을 받으며 서있던 예리세이의 모습은 분명 헛것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예핌은 잘 다녀왔나며 반갑게 자신을 맞는 예리세이에게 말했다.

"몸은 갔다 왔지. 오다가 자네 얘길 들었네. 자네는 몸은 안 갔지만 영혼이 예루살렘까지 다녀 왔더군."

(1828년 러시아 풀리나에서 백작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숙모에 의하여 양육되었다. 청년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투르게네프로부터 문학성을 인정받은 그는 '전쟁과 평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안나 카레리나' '부활'등 수많은 소설들을 남겼으며 정신적 방황가운데서 종교에 귀의한 그는 '참회록''나의 신앙'같은 작품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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