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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나엘 호돈의 <큰바위 얼굴>  

<늘푸른나무/문화산책/2007년 9월 /큰바위 얼굴>

나다나엘 호돈의 <큰 바위 얼굴>

미국의 한 마을에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높이 30미터가 넘는 큰 바위가 있었다. 그 얼굴 표정은 자애롭고 숭고하면서도 다정스러워 온 세상을 포용할 것만 같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큰바위 얼굴에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

인디언들이 바람과 시냇물에게서 들었다는 전설에 의하면 장차 마을에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 점차 큰바위 얼굴을 닮아가는 사람이 나타나기로 되어있었는데 사람들은 희망과 신념을 갖고서 이 예언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며 살았다.

꼬마 어니스트도 어른들에게서 이 얘기를 듣고 언젠가 사람들에게 위안과 평화를 가져다 줄 큰바위 얼굴을 만나게 될 날을 고대했다. 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때마다 그 얼굴이 자기에게 미소를 보내며 격려를 해주는 듯한 기분을 느끼곤 했다.

이 즈음에 장사를 해서 엄청나게 돈을 많이 번 사람이 고향을 찾아 마을로 오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큰바위 얼굴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니스트는 그를 보러 달려갔다. 그는 누르죽죽한 피부에 눈매가 탐욕으로 날카롭게 빛났고 키가 자그마했다. 마을사람들은 그를 보자

"큰바위 얼굴이야! 드디어 위인이 나타났어!"

라고 말했지만 어니스트는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는 큰 바위 얼굴과 닮은 구석이 한 군데도 없었다. 몇 년 후 상인은 갖고있던 재산을 몽땅 날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아 땅에 묻혔다. 그때서야 사람들은 그가 큰바위 얼굴과 닮은 점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어니스트는 어느덧 성장해 부지런하고 친절한 청년이 되었다. 그는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명상을 했고, 그 얼굴에서 책에서 익히는 것보다 더 많은 지혜와 온화함을 하루 하루 배워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터에서 무수한 승리를 거두었던 유명한 장군이 퇴임해 그곳 고향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드디어 큰바위 얼굴이 나타났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이 흥분했다. 그의 귀향을 환영하는 잔치가 벌어지던 날 모두들 말했다.

"어쩜 저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마치 거울을 비쳐놓은 것 같쟎아! 너무 똑같아!"

어니스트는 구경꾼들에게 밀려 먼 발치에서 그를 볼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군인다운 결의와 강인함이 확고하게 배어있었지만 큰바위 얼굴이 주는 온화함과 자비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어니스트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돌아갔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자 마을 사람들도 장군의 얼굴은 고집스럽게 보일 뿐 큰바위 얼굴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10년이 더 지났을때 어니스트는 마을의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청결한 마음과 맑은 사상으로 사람들을 감동시켰으며 말보다 앞서는 덕행으로 어른들에게 항상 칭찬을 받았다. 그는 변함 없이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명상하는 습관을 이어나갔다.

몇 년 뒤, 마을에 또다시 큰바위 얼굴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번에는 모두들 확신을 갖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옳은 것을 그른것으로, 또 그른 것을 최상의 것으로 보이게 할 만큼 유창한 언변을 지닌 정치가였다. 그가 대통령으로 출마하기전 마을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만세를 부르며 그를 환영했다.

"마치 쌍둥이를 보는 것 같군! 이젠 정말 확실하군, 확실해!"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어니스트도 그를 보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큰바위 얼굴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 정치가에게는 다정하고 신념있는 미소와 반듯한 이마 그리고 넘쳐흐르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뭔가 부족한 것을 느꼈다. 돌덩이에 생명을 입히는 장엄함과 위풍당당함 그리고 그 얼굴 깊숙이 흐르는 사랑이 그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니스트는 노인이되었다. 그러나 그의 백발에는 지혜가 심어져 있었고 얼굴에 패인 주름에는 슬기로운 경험이 담겨져 있었다. 어느덧 그는 꽤 유명한 인사가 되어 먼 곳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희망과 맑은 기운이 샘솟는 설교를 들었다.

그무렵 하늘의 신성한 뜻에 따라 그곳에서 태어난 시인 하나가 있었다. 그느 타고난 섬세함과 장엄한 재능으로 산과 바다와 호수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했고 큰바위 얼굴을 찬양했다. 어니스트도 그 시인의 시를 읽고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시인은 어느 날 어니스트가 마을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있는 산밑 평지를 지나게 되었다. 어니스트의 말은 그의 사상과 하나가 되어있었기 때문에 감동과 깊이가 있었다. 또한 그의 마음 속에는 큰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자비로움과 사랑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입에서 나온 음성은 그 자체가 생명의 소리였다.

그를 바라보고 있던 시인은 하늘이 자신에게 준 재능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시인은 자기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충동을 이길 수 없어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큰바위 얼굴입니다! 어니스트야 말로 틀림없는 큰바위 얼굴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에 산 중턱의 큰바위 얼굴과 어니스트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 보았다. 그리고 그 선택받은 시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어서 큰바위 얼굴과 꼭 같은 현명하고 자비로운 사람이 나타나길 빌었다.

* Hawthorne, Nathaniel 은 미국이 낳은 소설가로서 특히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단편으로 유명하다. 미국문학사에서 손뽑히는 작가의 하나로 '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 와 'The House of the Seven Gables' 가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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