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치바 마트리(Archibald John Motley, Jr,1891-1981)의

<크리스마스 이브(Christmas Eve)>

Oil on canvas 1945
DuSable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Chicag, Illinois

시카고에　소재한　DuSable 아프리칸 아메리칸 역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크리스마스 이브>란 이 그림은 20세기 상반기에 루이지아나주의 뉴올린스에서 태어나 주로 시카고에서 교육을 받고 작품활동을 한 흑인화가 마트리의 작품이다

당시 흑인으로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인 10대에 시카고의 Art Institute에서Earl Beuhr 와 John W. Norton과 같은 화가들에게서 본격적으로 고전적인 미술수업을 받았으나 재즈풍의 현란한 현대화풍의 그림들(현대적인 사실주의 작품이라고 부른다)을 그렸고 1920년대와 30년대에는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미국땅에서의 경험을 다채로운 색깔로 연대기적으로 그려서 눈길을 끌며 유명해졌다.(일리노이주 에반스톤에 있는 니콜스중학교에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역사를 주제로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비교적 일찍 화가로 성공한 그는 1928년에는 Harmon재단의 미술상을 수상하여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1929년에는 구겐하임 휄로우십을 수상하였다.

할렘출신이 아닌 비교적 여유있는 집안 출신으로 흑인이면서도 피부색이 연하였던 그는 한동안 어느 쪽에도 끼이지 못하면서 흑인으로서의 아이덴티티 문제에 관심이 많았으나 결국 20세기 상반기 뉴욕을 중심으로 전 미주에 아프리칸-아메리칸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할렘르네상스운동 또는 New Negro 운동에 크게 기여하였다.

미국사회에서 얼굴색깔이 가지는 의미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던 그는 초상화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렘브란트나 들라클루아 같은 전통적인 서양의 초상화 기법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역사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흑인들의 몸매 특히 흑인여성들의 몸매와 색깔을 부각시켜 인종적인 자부심과 함께 다른 색깔의 인종들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내려 하였다. 그리고 흑인들에게도 전형적인 색깔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들에 따라 얼굴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군중속에서의 개별화를 강조하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그 흔한 교회나 교회의 종각은 없지만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흠뻑 풍기는 좁은 공간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선물들을 옆에 끼고 각기 다른 모습으로 바쁘게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재즈와 같이 흥겨운 선율들이 어울리며 신바람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듯 하다.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얼굴의 색깔들이 조명과도 같이 눈에 확 들어 온다. 마트리가 그렇게 강조하고 싶었던 피부색깔들을 존중해주고 자신의 피부색에 자부심을 느끼며 서로 어울리는 공동체가 그가 크리스마스에 꿈꾸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