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 Gallery>2007년 2월 1일*

*해설을 곁들인 명화감상*파불로 피카소의 <삶의 환희>, 1946

(해설 유동식)

파불로 피카소(1881-1973)의 <삶의 기쁨>

피카소의 예술은 20세기의 자화상이라고도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은 하나님을 떠난 인간들의 실상을 폭로한 사건들이었다. <게르니카>를 통해 인간의 실존 상황을 열어 보인 피카소는 다시 2차 대전이 끝나자 <삶의 기쁨>을 통해 인간의 본래적 존재를 열어 보였다.

<게르니카>의 배경이 되었던 파시즘의 패망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다. 독재정권과 제국주의의 공포로부터 세계가 해방되었다. 그리하여 인권과 삶의 기쁨을 되찾은 역사가 전개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각 식민지들이 독립을 서두르고 있던 1946년 피카소는 새로운 연인 프랑소아즈 지로와의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남부의 아름다운 지중해 연안에 머물고 있었다. 해방된 새 역사와 사랑의 기쁨,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존재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을 그때, 그는 <삶의 기쁨>을 제작했다.

<게르니카>가 죽음의 언덕 골고다의 십자가를 상징한다면, <삶의 기쁨>은 부활의 아침을 노래하고 있다. 구원과 해방의 새로운 세계의 전개이다.

<게르니카>가 검정과 회색 일변도의 그림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삶의 기쁨>은 밝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삼원색의 그림이다. 하늘과 바다와 육지가 있고, 파랑과 노랑과 빨간 색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르니카>는 형태 변형의 기법을 통해 존재와 사물의 실상을 표현하려고 했다. 그러나 <삶의 기쁨>은 아라베스크 문양 형식으로써 신화들을 그리고 있다. 신화는 신적인 원초적 사실들을 이 세상적인 것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부활에 의한 새로운 존재와 세계의 표현을 위해 적절한 매체가 있다면, 그것은 신화적인 것들이어야 한다.

<게르니카>와 <삶의 기쁨>은 그 내용에 있어서도 대조적이다. 황소 미노타우로스는 피리 부는 목신 캔타우로스로 변했고, 청년을 짓밟고 죽음을 외치던 군마의 자리에는 디오니소스(박카스)의 춤추는 무녀가 서 있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는 재생과 부활의 신이기도 하다.

신음하던 여인들과 어린이들의 자리에는 지신의 피리소리에 맞추어 춤추는 염소들이 배치되어 있다. 이제는 등불이 아니라 태양이 빛나는 하늘과 바다와 육지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삶의 기쁨을 구가하게 하는 창조적 구원과 부활의 아침을 노래한 작품이다.

 

(이 해설을 쓰신 素琴 유동식님은 연세대학교에서 은퇴한 신학자로 한국의 토착종교와, 예술에 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으며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 '풍류도와 예술신학'등 다수의 저서가 있습니다.)

늘푸른나무(www.webegt.com) -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