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명상과 영성/2017년 12월>

징글벨과 루돌프 사슴코가 그와 무슨 상관인가?

추 태 화

겨울이 깊어지면서 한 해가 저무는구나 싶으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한쪽에서 ‘댓싱 쓰루더 스노우’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빤짝이는 코-‘ 한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있는 흥겨운 캐롤송이다. 그런 거리를 지나다 보면 또 한 노래가 들려온다. 저음의 신사 빙 크로스비가 부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그 즈음되면 도심은 완전히 축제의 분위기로 접어든다. 꿈틀거리는 생명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선다. 젊은이들은 달아오르는 열기를 식히지 못해 무리지어 이 거리 저 거리를 누빈다. 나이 점잖은 노년층은 공연히 인생의 회한에 떨어져 초조해하거나, 그런 축제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게도 되는 계절이 바로 그렇게 다가오는 겨울이다.

거리는 현란하다. 노래소리 못지 않게 ‘데코’는 어지럽게 눈부시다. 성탄 전야가 가까와 오면 그 흥분의 도는 절정에 이른다. 도심지는 디스코텍이 되어버린 듯 한 발자국도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다. 빨간 옷에 흰눈을 단 산타 할아버지들이 여기저기 포진하고 서서 사람을 모은다. 그러나 그 웃는 눈과 입에는 다른 저의가 숨겨져 있다. 그들은 고객을, 소비자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고객이 상점안으로 들어오고 드디어 그들의 지갑을 열 때 산타 할아버지의 고결한 임무는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기 예수는 어디에 있는가? 징글벨, 루돌프사슴코, 싼타 할아버지 등, 그런 유행 사이에 아기 예수는 어디에 있는가? 귀를 째는듯한 소음과 현란한 불빛을 뒤로 하고 아기 예수는 벌써 애급으로 피신한 것은 아닐까? 중무장한 헤롯의 군대들이 아기 예수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었을 때 그때 그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었다. 아기 예수를 찾아야 한다. 그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아기 예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누구보다도 컸을 헤롯 군대에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죽음이 두려워 도망간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었다. 비록 나타난다 한들 그들은 볼 수 없었을 것이었다. 천국은 그렇게 위선으로 들떠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운 비밀이기에 나타나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오늘 거리의 축제는 아기 예수가 오신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한다. 진리는 그 때나 이때나 하나의 패러독스로 존재한다. 역설이다. 왕중왕이신 그분은 웅장한 왕궁으로, 번화한 도시로 오시지 않았다. 무리들은 그때도 예루살렘에서 종교예식에 도취되어 있었다. 그는 아주 작은 마을 베들레헴, 그것도 눈에 띄지않는 구석진 곳, 가축들이 거니는 곳으로 오셨다. 마치 겨울밤 내리는 함박눈 처럼, 기쁨 가득, 행복 가득 안고 그렇게 소리없이 우리곁으로 오셨다.

작은 골목, 거리에 가득한 축제의 노래소리가 들릴까 말까 가녀리게 울리는 골목, 그 골목에 비추이는 가로등처럼 예수의 오심은 그렇게 고요했다. 성탄의 진정한 의미는 그 골목 안 가난한 식구들이 부르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그 찬송을 타고 날리는 함박눈 속에 있다. 그의 오심은 그렇게 가난하고 고요했다.

*추태화 박사(안양대학교 신학대학 기독교문화학과 교수)의 <101가지 이야기 신학(토기장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