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3년 4월>

'42'

4월 들어 미국에서 야구시즌이 정식으로 개막되는 것과 때를 맞추어 미국의 전설적인 한 야구선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42’라는, 영화제목치고는 약간 생뚱맞은 이름으로 12일 전국적으로 개봉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역사상 처음으로 입성한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의 이야기를 다룬 일종의 전기영화인 ‘42’는 로빈슨이 선수로 활약할 때의 등번호였다가 그의 퇴장과 함께 메이져리그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42’를 영화제목으로 하였다.

브라이언 헬게란드(Brian Helgeland)가 대본을 쓰고 감독한 이 영화는 그의 생애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던 1945년부터 47년까지, 로빈슨이 결혼하고, 마이너리그 팀에서 흑인장벽을 깨고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최초 흑인선수로 부르클린 다저스와 계약을 하고, 온갖 수모를 견디면서 20세기 영웅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는 3년간에 초점을 맞추었다.

흑인선수들을 빼버리면 과연 미국의 프로스포츠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지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버렸지만 인종적인 편견에서 나온 흑인선수들에 대한 인종차별이 미국의 프로스포츠계에서 유난히 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의 백인 스포츠 팬들은 그런것들을 구태어 들춰낼 필요가 없다는듯 흑인선수들에게 열광하면서 그러한 사실을 잊어가고 있다.

헬게란드 감독은 영웅 로빈슨을 그리면서 이 점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로빈슨을 영웅되게 한 요인으로 파악한 듯 하다.

헬게란드가 그린 로빈슨의 생애에는 리키(Branch Rickey)라는 다저스의 구단주가 있다. 씨가를 질근질근 씹으며 쉰 목소리에 조금은 얼빠진듯한 외모와는 달리 매사에 현명하고 의지가 단단한 사업가인 리키는 로빈슨을 흑인들의 리그에서 메이저리그 다저스로 데려온 장본인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흑인선수에 대한 백인선수들의 반발과 경기장에서의 관중들의 야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로빈슨에게 자신은 어떤 경우에도 복수하려 하지않고 야유와 차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 흑인선수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로빈슨 역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이러한 처절한 약속이 있었기에 인종의 벽을 허무는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을 지키지 위한 로빈슨의 피나는 조련과 각고의 노력이 결국은 로빈슨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물론 거기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신앙이 큰 힘이 되었다.

로빈슨의 인간적인 모습보다는 영웅으로서의 모습에 치우쳤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백인선수들의 반발과 따돌림, 경기장에서의 관중들의 야유에 맞서 처절할 정도로 의연하게 견디어 내는 그의 모습속에서 진지하고도 존경스러운 미국스포츠영웅의 내면을 볼 수 있다.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이 로빈슨으로, 해이스 포드(Harris Ford) 가 리키로 출연하며 그 외에? 멜로니(Christopher Meloni), 맥긴리(John C. McGinley), 라이트(T.R. Right) 등이 출연하며 상영시간은 128분이다.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