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3년 3월>

내 복에 산다는 딸

이 설화는 한국의 전 지역에서 전승되는 유형으로 ‘내 복에 산다’, 또는 ‘복진 며느리’ 등의 설화명칭이 있다. “누구 복으로 사느냐?”는 아버지의 물음에 “아버지 복에 먹는다”는 언니들과는 달리 “내 복에 먹는다”고 대답한 막내딸을 가난한 숯구이 총각에게 시집 보냈더니 딸은 숯 굽는 이맛돌이 금덩어리인 것을 발견하여 부자가 되었다. 후에 아버지가 찾아가니 ‘내 복에 먹지’란 소리가 나도록 대문을 만들었더라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내용이 13세기 문헌인 ‘삼국유사’에 수록된 서동설화나 ‘삼국사기’에 수록된 온달설화 그리고 제주도에서 전승되는 무속신화 ‘삼공본풀이’와 유사한 것으로 보아 오래 전에 형성된 설화유형으로 보인다.

옛날에 대가집 정승이 딸 여러 형제를 두었는데 언제나 딸네들 글공부도 걱정이고 어떤 사람을 사위로 삼을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딸을 전부 불러서,

‘너는 누구 복에 먹느냐?” 물으니 다른 딸들은 다,

“아버지 복을 먹지요”하는데 열여섯 난 막내딸은

“내 복을 내가 먹지, 누구 복을 먹어요?” 하고 대답하거든

그래 아버지가 괘씸히 여기던 차에 하루는 수껑 마른 사람이 왔어.

“총각 이리 오너라.”하고 불러서

“어디 사느냐?” 물으니

“삼각산 어디에 산다.”고 하거든

“그래 장가는 갔느냐?”

“안 갔다.” 고 하거든

“그럼 누구하고 사느냐?” 물어보니?

“늙은 어머니하고 모자가 산다.”고 하길래

“잘됐다.” 하고서는

“그러면 내 딸을 줄 것이니 데려가라.”고 하고는 막내딸을 수껑 장수에게 딸려 보냈어.

그런데 집이 어찌나 간구하든지 벽에는 청룡황룡이 올라가고 한데, 호호 할머니가 있거던. 그래 막내딸은 그날부터 남편이라 부르고 시어머이라 부르고 했는데 밤에 잘 때는 지붕에 별이 들쑥날쑥 했다거던,

그런 어느날 하루는 막내딸이 남편 점심을 수껑굽는데 가져가려는데 시어머이 대신 받아 가지고 산판으로 갔지. 시어머니는 정승댁 딸이라 맘대로 못했거던. 그런데 이 막내딸은 옛날에 금은 보화를 본 일이 있거던. 정승집이니께. 그런데 수껑 굽는 이맛돌이 몽땅 금덩어리였거던. 그래 막내딸이 그걸 빼라고 했어. 그런데 총각은 집구석이 이걸 빼면 망한다고 안 빼려고 하거든. 그래도 빼라고 해서 모퉁이를 깨서 짊어지고 장안에 가서 제 값대로 받아 오라고 일렀지. 숯으로 엽전 서 푼, 너 푼 벌던 살림에 굉장한 것이엇지. 장안에 들어가 벌려놓고 있는데 해가 석양판에 한사람이 와서

“총각 그거 팔 겐가?”

“그렇다.”고 하니

“천 냥에 팔게.”

총각이 “왜 그런 말씀을, 농담이라도 하십니까? 제 값대로만 주소.”

그래서 돈을 많이 받아서 집을 짓는데 궁궐 못지않게 지었고 특별히 대목(大木)한테 막내딸이 일러서

‘내 복에 먹지’ 하는 소리가 나도록 대문을 만들라고 했더래.

그런데 집에서는 딸 소식을 십년이 다 되도록 몰라. 방을 붙여서 찾아 가지고 딸네 집에를 갔잖어. 딸네 집에 가니, 참 어리어리하네. 방에서 들으니,

‘내 복에 먹지, 내 복에 먹지.” 하는 소리가 자꾸 나거던. 그래 딸에게 까닭을 물으니 딸이 괘씸해서 그런 맘을 먹었다 이거야. 그런데 마침 수껑장사하던 총각이 들어오는데 아, 옷 잘 입고 잘 먹고하니 인물이 나서 사위 중에 제일 낫거던. 그래 ‘내 복에 내 먹지’했던 말이 들어맞았지 않아. 그래 사위 아들들도 복이 많아서 과거 봐서 잘살았다고 하지.

<한국문학총서 3 구비문학>해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