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관련 이야기들/2012년 4월>

서 동(署童)

마를 캐서 파는 아이인 서동이 신라 진평왕의 딸 선화공주를 아내로 삼고 백제의 무왕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의 역사적 사실과 부합 여부가 문제가 되고, ‘서동요’라는 향가가 이야기 가운데 나타나고 있어 역사 및 문학의 주요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신화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서동의어머니가 못 속의 용과 관계하여 비범한 인물인 서동을 낳았다는 것은 야래자신화(夜來者神話)의 면모를 보이고 있어 백제 신화의 모습을 재구하는데 긴요한 연구자료가 되기도 한다.

제30대 무왕(武王)의 이름은 장(璋)이다. 그 어머니는 과부가 되어 서울 남쪽 못가에 집을 짓고 살았는데, 못 속의 용과 관계하여 장을 낳았던 것이다. 어릴 때 이름은 서동(薯童)으로 재주와 도량이 커서 헤아리기 어려웠다. 항상 마를 캐다가 파는 것으로 생업을 삼았으므로 사람들이 서동이라고 이름 지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공주가 뛰어나게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는 머리를 깎고 서울로 가서 마을 아이들에게 마를 먹이니 아이들이 친해져 그를 따르게 되었다. 이에 동요를 지어 아이들을 꾀어서 부르게 하니 그것은 이러하다.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얼어두고
서동 방으로 밤에 몰래 안겨 간다.

동요가 서울에 가득 퍼져서 궁중에까지 알려지자, 백관들이 임금에게 극력 간하여 공주를 먼 곳으로 귀양 보내게 했다. 공주가 떠나려 할 때 왕후가 순금 한 말을 주어 보냈다. 공주가 장차 귀양지에 도착하려는데 도중에 서동이 나와 공주에게 절하면서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공주는 그가 어디서 왔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저 우연히 믿고 좋아하여 서동은 그를 따라가며 은밀히 관계를 맺게되었다. 그런 뒤에 공주는 서동의 이름으로 알았고, 동요의 영험도 믿었다. 함께 백제로 가서 왕후가 준 금을 꺼내 생활을 꾸려 나가려 하자, 서동이 크게 웃으며 물었다.

“이게 무슨 물건입니까?”
“황금입니다. 한 평생 부자로 살 수 있을것입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마를 캐는 곳에는 이것이 흙처럼 많이 쌓여 있답니다.”

공주는 이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말했다.

“이것은 천하의 귀한 보물입니다. 당신이 지금 그 금이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바로 이 보물을 우리 부모님이 계신 궁궐로 실어 보내는 게 어떨까요?”
“좋습니다”

이리하여 금을 모아 언덕처럼 쌓아 놓고는 용화산 사자사 지명법사의 처소로 가서 금을 실어 나를 방법을 물으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신통력으로 금을 보내 수 있으니 금을 가져 오십시오.”

공주는 편지를 써서 금과 함께 사자사 앞에 가져다 놓았다. 법사는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신라 궁중에다 금을 실어다 놓았다. 진평왕은 그 신묘한 변화가 경이로워 더욱 서동을 존경해서 항상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다. 서동은 이 때문에 인심을 얻어 왕위에 올랐다.

하루는 무왕이 부인과 더불어 사자사에 가는 길에 용화산 밑의 큰 못가에 이르자, 미륵삼존(彌勒三尊)이 못가운데서 나타났다. 수레를 멈추고 경배드리고나서 부인이 왕에게 말했다.

“이곳에 꼭 큰 절을 세워야 합니다. 진정 저의 소원입니다.”

왕은 그것을 허락했다. 지명법사를 찾아가 못을 메울 일을 물으니, 법사는 신통력을 써서 하룻밤 만에 못을 메워 평지로 만들었다. 그곳에다 마륵삼존상을 본떠 만들고 회전(會殿), 탑(塔), 낭무(廊蕪)들을 각각 그곳에 세우고, 절의 이름을 미륵사(彌勒寺)라 하였다. 진평왕은 각종의 공인(工人)들을 보내어 도와 주었는데, 지금도 그 절이 있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1281년) 권2에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