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라(Alexandra)
화려한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소식과 함께 러시아 군대의 그루지아 침공뉴스를 들으면서 엊그제 미국의 신문들이 다투어 우수영화로 소개한 러시아의 영화감독 소쿠로이(Sokuroy)의 작품 <알렉산드라>가 떠올랐다.
지난해 칸느 영화제에서 선을 보여 각광을 받았던 이 영화는 지난 봄부터 미국에서도 The Cinema Guild에 의해 보급되었으며 시카고 지역에서는 지난 주(8월 8일)개봉되었다.
본격적인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적대감을 불태우는 변방지대(이 영화에서는 체친)에 주둔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캠프가 주 무대이고 인간의 감정을 황폐하게 하는 전쟁과 군대의 삭막한 분위기를 애둘러 고발한다는 점에서 전쟁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영화이다.
유명한 오페라 스타였든 비스네브스카야(Galina Vishnevskaya)가 역을 맡은 러시아 노인 알렉산드라는 군용열차를 얻어 타고 밤새 달린 끝에 변방 체첸에 도착하여 작열하는 한 여름의 땡볕을 받으며 먼지 나는 도로를 걸어 그로즈니의 한 러시아군 군영에 도착한다. 황혼기를 맞은 그 녀는 이곳에서 대위로 복무하고 있는 지난 7년 동안 만나보지 못한 손자를 만나 보러 일부러 찾아 온 것이다.
손자와의 반가운 해후에도 불구하고 부대 안에서 몇 일을 지나는 동안 알렉산드라는 자기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게 된다. 자기 감정표현이 자제되어 따뜻한 감정이나 안정을 찾아 볼 수 없고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순간 순간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척박한 남성들만의 세계, 거기에다 어린 기억의 손자는 많이 변해 있었고 자신이 더 이상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군인들에게 간식거리라도 사다 주려고 체첸주민들이 사는 동네를 찾아 갔을 때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들과 지친 모습 그리고 자신을 자기집으로 안내하였든 노파와의 대화와 인상들을 통해 그는 매일, 매시 힘든 결정들을 내리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감정과 인간성을 침식해 버리는 전쟁의 비극을 실감하게 된다.
THE SUN, RUSSIAN ARK, MOTHER AND SON 등을 감독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거장 알렉산더 수쿠로브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이 작품은 짧고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들이 잊고 있던 전쟁이 아직도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상연시간은 1시간 45분.
알렉산드라(Alexandr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