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떨어지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가을이 우리를 사랑하는 기다란 잎새 위에,
보릿단 속 생쥐 위에도 머뭅니다.
머리 위 마가목 잎이 노랗게 물들고
이슬 젖은 산딸기 잎새도 노랗습니다. 사랑이 이울어 가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슬픈 우리 영혼은 지금 피곤하고 지쳐 있습니다.
헤어집시다. 정열의 계절이 우리를 잊기 전에
그대 숙인 이마에 입맞춤과 눈물을 남기며.

*윌리암 버틀러 예이츠(1865-1939)-아일랜드의 시인이자 극작가. 20세기 영미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힌다. 1891년 아일랜드 문예협회를 창립하여 아일랜드의 문예부흥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환상적인 주제를 즐겨 다루어 낭만적인 시가 많다. 시적인 극작품들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장영희의 한 마디-쌀쌀한 날씨 때문에 부릿단 속에 숨은 생주, 머리 위로 덜어지는 노란 단풍잎들, 열매는 다 떨어지고 축축한 잎만 남은 산딸기- 가을 풍경은 성숙과 함께 불가피하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자연의 법칙을 말해 줍니다.

 

시인은 가을처럼, 이제 사랑도 정열이 식고 그 충만함을 잃었다고 개탄합니다. 종지부를 찍듯이 ‘한 번의 입맞춤( a kiss)’과 ‘눈물 한 방울(a tear)’이라고 매몰차게 말해 보지만 ‘그대 숙인 이마’는 그 이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 줍니다.

하지만 잎새들이 다시 살기 위해 간혹 죽음 같은 이별로 감수해야 합니다. 시인은 낙엽 떨어지는 가을이 이별에 걸맞는 계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을은 생명이 스러져 가는 계절이고, 사랑도 생명과 같기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