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이달의 시/2018년 1월>

눈 사람-월러스 스티븐스

사람은 겨울 마음 가져야 하네.
서리와 얼음 옷 입은 소나무 가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오랫동안 추위에 떨면서
얼음 덮여 가지 늘어진 로뎀나무와
1월의 햇빛 속에 아득이 반짝이는
가문비나무 보기 위해서는.
바람 속, 부대끼는 이파리 소리 속
비참함을 잊기 위해서는.
그것은 육지의 소리
늘 같은 황량한 장소에서
늘 같은 바람만 가득 부는.

*월러스 티븐슨-미국 시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였다. 감성과 상상력을 중요시했으며 풍부하고 다양한 시어를 사용하였다. 그의 작품은 지적이고 통찰력이 예리하다. 1955년 퓨리처 상을 수상.

*장영희의 한마디-횡하니 부는 가을바람 속에 불현듯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몸보다 미음이 더 춥습니다. 이렇게 바람 불고 추운 세상을 견뎌내기 위해서 시인은 우리가 모두 ‘겨울 마음’을 가진 눈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존재의 비참함을 잊기 위해서는 따뜻한 심장도, 열정 어린 가슴도 없이, 무심히 황량한 눈벌판 한구석을 지키는 눈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시인은 사랑과 위로가 없는 겨울같은 차가운 세상에서 살아 남는 법을 가르칩니다. 가슴속 깊이 보석처럼 숨겨놓은 따뜻한 심장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장영희의 <다시, 봄>(샘터 사 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