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해방(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과 8.15 의 시점 일본 제국주의는 1931년에 이른바 만주사변을 도발하여 본격적인 침략전쟁의 길에 들어섰다가 1937년 중일전쟁의 도발로 전선을 확대시켜 마침내 1941년에 태평양전쟁으로 치닫게 됨으로써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 태평양전쟁 초기에 일본은 말레이지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버마에까지 침공하여 전세를 떨쳤으나 곧 연합군의 반격으로 전세가 역전되어 갔다. 특히 1944년 7월에 사이판섬을 함락한 후 그곳에 비행장을 확보한 미국이 일본본토를 폭격함으로 큰 타격을 주었고 유황도와 오끼나와섬을 차례로 점령하여 본토상륙을 계획하였다. 한편 연합군은 이탈리아로부터 항복을 받은 후 카이로회담(1943.11)에서 조선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했고, 독일이 항복하자 다시 포츠담회담(1945.7.17)을 가져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한편 카이로선언을 다시 확인함으로서 전쟁후 조선의 독립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얄타회담(1945.2.11)에서는 유럽에서의 전쟁이 끝난 후 2,3개월 이내에 소련이 일본과의 전쟁에 참전할 것을 결정하기도 했다.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전 시기는 미국의 원자탄 제조 성공과 관계가 있었다. 일본의 전쟁능력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참전함으로써 최소한의 희생으로 극동지방에서의 영향권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었던 소련으로서는 미국의 원자탄 제조가 성공하고 사용됨으로써 일본이 곧 항복하면 참전의 기회를 잃을 우려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이 원자탄 제조에 성공하여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을 투하하게 되자 소련은 8월 9일 일본에 선전 포고하고 사할린과 만주, 그리고 한반도를 동시에 공격했다. 미국은 전체 일본군중 가장 정예로 평가되었던 이른바 관동군을 소련군이 대적해주길 바라면서 소련의 태평양전쟁 참가를 유도했지만 의외에도 관동군은 알맹이가 다 빠진 군대였고 따라서 소련군의 만주 및 한반도 진격은 큰 저항 없이 이루어졌다. 8월 9일 소련이 참전하게 되자 일본군은 8월 10일 바로 연합군측에 포츠담선언의 수락, 즉 무조건 항복의 수락을 통고했다. 그것은 사할린을 점령한 소련군의 북해도 점령을 저지하자는 의미가 있었다. 한편 소련군은 8월 12일 청진에 상륙하고 계속 한반도에서 남진할 태세에 있었으나 이 시기에 미군의 최전방 부대는 아직도 오끼나와섬에 있어 한반도에서의 소련군의 남하를 군사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대로 두면 한반도 전체가 소련군의 점령하에 들어갈 우려가 있었으므로 미국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위한 분계선으로서의 38도선을 제의했고 소련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하나의 분계선으로서의 38선이 확정되었다. 일본이 항복한 시기와 한반도의 분단은 대단히 깊은 관계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이 원자탄 투하 직후, 소련 참전 전에 항복했을 경우에도 한반도 일본군의 무장해제에 소련군이 참여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으며, 일본의 항복이 8월 15일보다 더 늦었을 경우 즉 소련군이 한반도 전역을 점령했을 경우에도 미국이 한반도 일본군의 무장해제에 참여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것이다. 후자의 경우 소련군의 일본 북해도 점령이 가능했을 경우를 예상할 수 있으며 그 결과는 한반도가 분단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이 분단되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일본의 동경대학 교수 尼高朝雄응 다음과 같이 썻다. <일본이 포츠담선언 수락을 최후적으로 결정한 어전회의는 8월 9일 밤이었다. 만약 그것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낙하된 8월 6일이었다면 소련은 참전의 기회를 잃었고 아마 조선의 38도선 분활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반대로 8월 9일 밤의 어전회의에서 초토결전의 강경론이 승리했다면 적군의 기갑부대가 조선으로 남하하고 미군이 인명손상을 기피해 상륙작전을 하지 않는 사이에 소련은 사할린 북해도까지 진출하여 결국 일본은 미소에 의해 본단되었을 것이다. 실로 8월 9일 밤 천황의 결단은 일본을 이 운명에서 구해내고 조선이 일본 대신 두쪽으로 분단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8.15는 곧 일본제국주의의 패망을 말하고 일제의 패망은 곧 한반도지역의 식민지배로부터의 해방을 말한다. 그러나 이 해방은 바로 국토분단으로 연결되었고 그것은 또 민족의 분단을 초래했다. 그리고 국토 분단의 원인은 원천적으로 일본의 한반도 식민지배에 있었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측이 계획적이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문제와는 관게 없이 그 항복 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든 것이다. 민족해방인가. 민족분단인가. 당시 국내의 상황은 8월 10일 일본정부의 포츠담선언 수락 결정을 안 조선총독부가 8월 15일 새벽에 여운형에게 패전 후의 치안유지 협조를 의뢰했고 그것을 위해서 조선인 경찰관을 그의 관활로 옮길 것을 제의했다. 이미 지하조직으로서의 전국동맹을 가지고 있던 여운형은 식량확보, 정치범 석방, 집회 자유를 보장받고 이를 수락했으며 그 날로 건국준비위원회를 조직하여 활약했다. 일찌기 상해의 임시정부 수립에 참가하여 외교차장을 지낸 바 있었던 여운형이 임시정부가 아직도 연합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망명정부이고 따라서 해방후의 총선거를 담당할 수 없으리라고 짐작하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업지만 그는 8월 15일의 조선총독부와의 교섭을 정권이양으로 받아들인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건국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킨 그는 다음날 부위원장 안재홍이 대신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신생 조선의 재건설에 관하여 가장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준비공작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경비대의 결성과 정규군대의 편성을 통한 국가질서의 확보, 행정기관의 접수를 국내외의 3천만 민족에게 포고하고 실제로 경찰서, 신문사, 공장, 학교등을 접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조선총독부가 <건준>의 활동이 치안유지의 협력에 한정되는 것이라 하고 오히려 <건준>의 해체를 요구했으나 불응했을뿐 아니라 8월 31일까지 전국적으로 145개의 지부를 결성했고 미군의 진주에 대비해서 9월 14일에는 <조선인민공화국>을 선포하였다. <건준>이 좌우익의 지도층을 망라해서 조선인민공화국을 선포한 것은 그것을 해방후의 정통 정부로 인정받자는 심산이었다고도 생각되지만 연합국측은 해외의 임시정부와 함께 국내의 <인공>도 총선거를 담당할 정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의 항복을 받은, 따라서 전쟁 후 한반도문제의 결정권을 가진 연합국이 조선인민공화국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서 한반도문제는 결국 모스크바 3상회의로 넘어가게 되었고 여기에서 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임시정부를 통해 미국, 영국 소련, 중국의 4개국이 최장 5년간 신탁통치하고 그 후 총선거를 실시하여 완전한 독립국가를 수립한다는 안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임시정부 수립문제보다 오히려 신탁통치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어 좌우익의 찬반으로 갈리고 그 영향으로 임시정부 수립을 위한 미소공동위원회 자체가 결렬된 위에 미소의 냉전이 심화되면서 모스크바 3상회의 결정에 의한 한반도문제 해결이 실패하고 미국에 의해 한반도문제가 유엔으로 이관되었다. 그 후 유엔의 총선거 결의, 소련의 유엔위원단 입북 거부, 유엔의 가능한 지역에서만의 선거결정, 5.10 선거 결과 이승만정권 성립, 북한에서의 김일성정권 설립으로 이어지면서 분단체제가 확립되어 갔다. 8.15는 우리 역사상 일제 식민지배로부터의 민족해방과 식민지시기 독립운동전선의 좌우대립의 극복에 의한 통일된 근대 민주국가의 수립으로 이어져야할 시점이었으나 이와같은 민족주의적 노선보다 오히려 민족내부와 또 바깥으로부터의 분단 책동이 더 강화되어 결국 민족분단의 기점이 되고만 것이다. 지금에 와서의 8.15의 민족사적 의의는 기성세대에게는 아직도 민족해방으로서의 의미가 남아 있지만, 이른바 해방후 세대에게는 민족분단의 기점으로서의 의미가 일반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신동아 1988년 1월호 별채부록 '현대한국을 뒤흔든 60대사건-해방에서 제5공회국까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