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3월 들판에 서면 -정 찬 열 -

비 온 뒤 햇빛 따스한 오후
3월의 들판에 서면 귀 밝은 사람은 누구나
초등학교 일 학년 선생님이 된다.

여기저기서 노오란 손을 흔들며
저요, 저요, 선생님 저두요, 소리치는
새싹들의 시새움으로
벌판은 온통 시끌벅적한
초등학교 일 학년 교실이다.

어디 보자, 오올치 너 쑥 이로구나
가만있자 넌 누구더라
참, 너는 냉이였지
그래 그래 춥고 어두운 땅 속에서
얼마나 힘이 들었니

좁은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자
선생님 여기요, 소리치며
어떤 녀석이 바지가랑이를 붙잡는다
아니 넌, 가시풀꽃 아니냐
오냐, 오오냐, 그래 이 녀석
손 한번 잡아보자

귀 밝은 사람이면 누구나
초등학교 일 학년 담임선생이 된다
비 그친 뒤 햇빛 따스한
3월 들판에 서면

( 캘리포니아주, 가든 그로브에 거주하는 정찬열님은 부동산 보험업을 하면서 미주 <중앙일보>신춘문예 시부문 입상을 한바 있으며 오렌지 글사랑 모임 대표, 미주 문인협회 부이사장등을 역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