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상> 얼음나무 숲 -이 청 희-

토요일 아침
그로서리에 가려고 River 와 Central 을 지나다
한적한 길 양쪽으로 늘어선 얼음나무들이
햋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이며 유혹하기에
나도 모르게 차를 세우고 숲길로 들었나이다.

종아리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작은 Pond 가 있는 곳 까지 들어가니
아 ! 설국, 설국......
그 흰빛이 단숨에 내 몸으로 배어 드는 것 같더이다.

육간대청에 스란치마를 끌고오는 애틋한 애인처럼
다소곳하고, 조촐하고, 은은한 모습이 너무 아름다와 "휴우!" 한숨 내쉬는 소리와
가끔씩
누구의 슬픔 인지도 모를 눈송이들이 "후두둑 !" 눈물처럼 떨어질뿐........
맑고 조용한 미지의 세계에 나혼자 다니러온듯 했나이다.

눈의 정령이 함께했을까?
거친 내 마음이 슬픔인것도 같고, 간절한것도 같고
웬지 순하고 여려지며
문뜩 저쪽 눈쌓인 벤취에 예수님이 앉아 계신다면, 한걸음에 달려가
마리아처럼 예수님 발아래 꿇어앉아 내 속을 다 털어놓고
내 마음의 옥합을 "탁!" 깨트리고 싶었나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름답고, 티없이 순수한 하얀눈도
조금 있으면 사람들의 발길과, 자동차의 사나운 바퀴에
시커멓고, 추한, 귀찮은 구박덩어리로 변하겠지..
아! 어쩌자고 아름다운 것 들은 숙명적으로 일찍 멸망하는 것 인지.........

지금은 비록
차가운 얼음눈에 몸을 떨지만
봄이오면 파릇한 새순으로 다시 살아난다는 희망으로
저 나무들은 꿋꿋이 견디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희망이란 믿음이 아닐까?

나 또한
"희망" 이란 화두 하나 가슴에 품고, 얼음나무숲을 빠저 나왔나이다.

( 이청희님은 시카고 교외 Mt. Prospect에 거주하며 가사를 돌보는 한편 아름다운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