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2년 1월>

구렁덩덩신선비(뱀신랑)

* 이 설화는 한국 전지역에서 전승되는 대표적인 민담 유형 가운데 하나다. 뱀으로 태어난 신랑이 결혼한 첫날 허물을 벗고 미남자로 변신하고 뱀의 허물을 태움으로써 신랑이 사라지고 신부의 노력으로 사라진 신랑을 찾아 재결합하는 데 성공한다는 이야기로서, 환상적 민담에 해당한다. 행복에 대한 인간의 소망을 바탕에 깔면서 신성과 세속, 남과 여, 선과 악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전에 할머니가 하나 계시는디요. 아들을 하나 낳았대요. 아들을 난 것이 구렁이를 낳았다네요. 애기를 낳아서 저 굴뚝 밑에다, 옛날엔 삿갓이 있거든요. 일을 할라먼 삿갓을 쓰고 일을 해요. 삿갓으로 덮어놨대요.

그런 소문이 난게로, 딸이 삼형제라던가, 그 삼형제 중에서 제일로 큰 딸이 저 집에 애기를 낳았다니 구경이나 가자구, 그래서 가서 할머니를 부름서,
"할머니, 할머니, 애기 낳았다더니 애기를 어디다 두셨냐?"구 물었더니
"저 모팅이 가서 삿갓 한번 떠들어 봐라." 그러더래요. 그래서 가서 떠들어 본개 구렁이가 섯바닥 (혓바닥)을 너울너울너울 하더라네요.
 "에 할머니도 애기 낳았다더니, 구렁이를 낳아서 덮어 놓고 애기 낳았다고 해."
그럼서 도망을 가드래요.
둘째 딸이 또 와서 할머니 애기 낳았다더니 애기를 어디다 두셨냐구. 저 모팅이 가서 삿갓을 한 번 떠들어보라고. 떠들어 보고는 구렁이라고 또 놀래.

 이제 막내딸이 오더니 할머니 할머니 애기 낳았다 하시더니 어딨냐고, 저 모팅이 가서 삿갓을 떠들어 보라고, 가서 삿갓을 떠들어 보더니,
 "잉, 이 할머니는 구렁덩덩신선비를 낳으셨네요."
막내딸이. 그러자 구렁이는 막내딸이 맘에 들어. 세 딸 중에 어떤 딸이 맘에 드냐고 그러닌개, 막내딸이 제일로 맘에 든다고 그러더래요.

커서 장가 갈 때가 됐는데, 그래 부모, 인자 첫딸을 가서 물어 본게, 에이 시집을 못 가면 못 갔지 구렁이한테는 시집을 안 간다고. 그래 둘째딸에게 가서 얘기를 하닌개 그 딸도 그렇게 놀래더래요. 막내딸한테 그런게,
"어머니 말씀이 허락을 해주셔야지, 제 말로는 허락을 할 수가 없다."고. 허락은 다 받은 것이지. 인자, 그렇게 허락을 받고 인자 구렁이가 나와서
'어머니, 어머니, 물 조깨 디라(데워라)'고,
'따습게 디고, 밀가루 한 통 갖다 놓으라'고. 인자 물을 데워 놓은게, 목욕을 싹 하고 밀가루 칠을 싹 하고는 옷을 입은개, 그렇다 하는 신부(신랑을 잘못 기록한 듯)가 돼부렀어. 그렇다 하는 한량이 돼부렸어. 그래가지고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할 적에 그 사람이, 신부더러 구렁이 껍데기를 저고리 동정 속에다 넣어서 입으라고 했거든요. 그래 동정을 달아서 입었는데, 이렇다 할 신랑이 됐거든요. 신선이 됐는디.

그런데 다른 딸들이 욕기(慾氣)를 낸단 말여. 그 신랑은 과거를 가는디. 과거 간 뒤에 그걸 눈치를 채고 문을 걸어놓고 있는 동생에게 '동생 이거 맛난 것 갖고 왔다'고 문을 따래도 안 따주고 있는디, 팥죽 갖고 와서 손이 뜨겁다고 '얼른 문을 열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문을 열어줬어. 열어줬더니 아, 이를 잡쟤. 머리의 이를 안 잡힐라고 해두 자꾸 잡는다고 하더니, 어느새 그 놈을 빼다가 불에다 살라버렸어. 그걸, 그 허물을.

그 불티가 선비 밥상에 올라않네. 벌써. 인자 선비가 올 때가 됐는디, 안 와. 벌써 느이 성한테 (껍질을)뺐겼다고 짐작하고는 안 온다고. 신부가 나섰어 선비를  찾아갈라고 나섰어.
옷을, 누더기 옷을 입고 얼굴에다 껌정칠을 하구, 참 이뻐, 이 신부도 물어물어 찾아가며 어디 모 심는 디 있으면 모 심어주고 묵고, 가다가, 갈 적에 어디만치 가다가 빨래하는 디 있으면 빨래해 주고 묵고, 짐장(김장)하는 디 가먼 짐장해 주고 묵고, 서울로 갔는디.

그러다가 서울에 당했는디, 참 어느 찾아 들어가서 동냥을 달라소 했어. 초가집 가서, 그런개 동냥을 줬어. 그렇게 생겼은게 동냥아친 줄 알고 동냥을 줬어. 스슥쌀(좁쌀)을, 스슥쌀을 준개 젓가락으로 그걸 집어 담으니 담어질 거여? 밑 없는 자루에다 받아갖고, 그러다 저러다 해가 넘어 갔어. 주어담다 해가 저물었어.
'좀 재워 달라'고 한게. '잘 데가 없다.'고, '마루 밑에라도 재워달라'고, '마루 밑에는 검둥이가 있은게 못 잔다.'고, '어디 하다 못해 여물청이라도 자고 가자'고. 그래 여물청에서 자고 가라고 했어. 그게 (신선비가 있는)집이던개벼.
자다가 달이 화낭청 밝은개.

"달도 밝다. 무낭천지 달도 밝다. 저기저기 저 달은 우리 구렁덩덩 신선비를 보련마는, 이내 나는 눈이 둘이래도 구렁덩덩 신선비를 못 본다."
고, 탄식을 하고 노래를 불러.

선비가 글을 줄줄 읽다, 그 소리를 들었거든.
'어디서 듣던 말소린디. 저게 내가 잘못 들은 말소리지?'
하고, 또 글을 읽어. 글을 읽느라고 하면 또 그렇게 노래를 불러, 한심하게 두 번을 참았다가 세 차례째는 몸종을 내보냈어. 저게 무슨 소린가 알고 오라고. 집 마당에 가 들은개, 그 사람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네.
'달도 달도 밝다. 저기 저 달은 우리 구렁덩덩 신선비를 보련마는, 이내 나는 눈이 둘이래두 구렁덩덩 신선비를 못 본다.'
고, 처량하게 노래를 불러.
몸종이 눈치를 채고 '나오시라'구. 아니 그 소리를 듣고는 선비한테 그 소리를 했어.
'이러구 저러구 동냥아친디, 낮에 동냥을 줬더니 좁쌀을 줏어 담다가 못다 줏어넣고 해가 저물어서, 여기서 잠자리를 구해달라는디 여물청에서 잔다고 하더니 저 분이 그렇게 처량하게 노래를 부른다.'고.

그때는 나갔어, 선비가. 안 뵈는 척 의지하고 섰은게, 그렇게 또 노래를 처량하게 부르네. 그제는
'노래하는 분이 어느 분인가 이 앞으로 나타나라'고,
'나타나 보시라.'고.
그래도 못 나가, 인자 옷을 그렇게 입고 그렇게 생겼은게. 그 노래를 또 불러.
"달도 달도 밝다. 화낭창창 달도 밝다. 저기 저기 저 달은 구렁덩덩 신선비를 보련마는, 요내 나는 눈이 두 개라도 구렁덩덩 신선비를 못 본다."구. 이렇게 애처럽게 않아서 노래를 부른다. 그렇게 자꾸만 그러고만 있어. 선비가,
'오래된 당신이 어디서 왔느냐?'고. 그 사람이 또 그 얘기를 죽 혀.
'이러고 저러고 해서 당신이 그 옷을 비치지 말라고 했는디, 하도 언니들이 와서 죽겠다고 사정해서 문을 열어줬더니, 이를 잡자고 해서 잡혔더니 허물을 태워 버렸다'
고.
'당신이 안 오셔서 이렇게 물어 물어 이렇게 찾아왔다.'
고. 그래서 만나 갖고는
'그러냐?'고 옷을 싹 댓기고 새옷을 입혀서 거기서 그렇게 과거를 하고 잘 살았대요.

* 출처 : 한국구비문학대계, 5-2에 수록. 1980년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서 채록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