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택의 <한국 개신교 초기 인물열전-조선신도 편(9)>
만주를 무대로 신앙과 애국을 실천한 손정도 목사
주로 만주를 무대로 기독교 복음을 전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보내다 조국의 해방을 보지못하고 만주벌판에서 세상을 떠났기에 특히 남한에서는 쉽게 잊혀져가고 있는 초대개신교 목사가운데 손정도 목사가 있다.
1882년(1872년이라는 설도 있다) 평남 강서군의 부유한 유교선비의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난 손정도는 과거시험을 통해 관료로서 출세하기를 바랐던 평범한 소년이었다.
1902년 과거시험에 응시차 평양으로 가다가 하룻밤을 유하게 된 곳이 조씨 성을 가진 목사의 집이었고 그날밤 조목사로부터 신학문, 서양문화, 기독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손정도는 밤 사이에 기독교로 개종할 것을 결심하고 아침에 조 목사에게 부탁하여 상투를 짜르고 발길을 돌려 귀향하였다.
고향에 돌아온 손정도는 집안 대대로 모셔온 조상의 신주를 매장하고 사당을 부숴 버렸다. 이로 인해 패륜아로 낙인이 찍힌 그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아내와 함께 야반도주하여 조 목사에게로 갔다. 조 목사는 손정도를 평양주재 감리교 선교사인 무어 (John Z. Moore:1874-1936, 문요한)에게 소개하여 그의 비서겸 한국어 선생으로 일하게 되었다. 무어는 손정도에게 신앙지도를 하는 한편 숭실중학에 입학하도록 주선하였는데 그의 동기가운데는 조만식, 선우혁 등이 있으며 그의 선배가운데 후일 김일성의 생부가 된 김형직이 있었다.
그가 중학교 졸업반이던 1907년, 당시 평양교회에서는 참회와 회개의 대각성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는 남산현교회 성도였었는데 어느날 새벽기도회 때에 그에게 들려온 음성이 있었다. 그것은 사도행전 1장 6절,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때 니이까?”하는 소리였다. 그 때 손정도는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물었다. “주여, 주께서 대한제국의 국권을 회복하심이 이때니이까?” 그는 그 대답을 사도행전 1장 7절의 말씀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에서 얻게 되었다.
신앙안에서 나라를 구할 소명을 받은 그는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숭실전문학교를 중퇴한 후 1909년 전도사가 되어 감리교의 목회자(집사목사)가 되었으며 감리교회의 협성신학교에 입학하였다. 그 후 그의 목회활동은 국권회복을 위한 애국심 강조와 복음전파로서 ‘참 믿음, 참 전도, 참 나라사랑’으로 집약되었다. 1910년 감리교회의 선교사로 만주선교에 파송되어 활동하던 그는 청나라(봉천 북방, 할빈 남방) 선교사로 파송받아 중국어 연수차 북경에 체류하면서 안창호, 전덕기, 김구, 이동영, 양기탁, 이승만 등이 조직한 신민회의 핵심멤버인 조성환을 만나 그를 통해 독립운동 지도자들과 교류하면서 독립운동을 직,간접으로 돕게되었다.
1911년 만주 하얼빈으로 가서 ‘참나라 사랑’ 복음교회를 개척한 전덕기 목사는 2층 교회당을 건축하고 200여명 이상이 모이는 큰 교회를 이루었으나 1912년 하얼빈에서 조선총독 데라우찌의 암살음모에 가담하였다는 혐의로 일본경찰에 연행되어 모진 고문끝에 전라남도 진도로 유배를 당하였다. 유배중에도 예배를 인도하고 성경을 가르치는 종교활동은 계속하였으며 1914년 유배에서 풀려난 후에는 동대문교회 목사로 1년 동안 목회하는 동안 그의 독특한 설교와 간증 그리고 신앙실천에 감동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짧은 기간동안에 교회가 급성장하였다. 다음해 정동교회로 파송을 받은 손 목사는 해산된 청년회를 다시 조직하고 남녀석을 가리는 휘장을 떼어버리는 등 과격한 ‘손정도식 설교’와 ‘손정도식 목회’로 당시 정동교회는 성인교인 1500여명의 서울에서 가장 큰 교회로 급성장하였다.
그러나 손정도가 우여곡절끝에 협성신학교를 정식 졸업한 것은 1917년이었으며 그 이듬해에야 장로목사 안수를 받아 정식목사가 되었다. 그러나 1918년 그는 신병치료차 휴직원을 내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후 그는 3,1 만세운동을 성사시키는데 힘을 쏟았고 상해로 망명하여서는 임시정부에 가담하였으며 임시정부 평정관으로 제2대 의정원장 직책을 맡기도 하였다. 그러나 목사인 그는 상해한인교회와 교회의 부설 인성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교장직까지도 맡게 되었다. 그는 그곳 젊은이들에게 ‘참 믿음과 참 나라사랑’을 훈련하며 그곳에 있는 목사들과 뜻을 합하여 ‘대한에수교회 진정서’를 초안하여 조선의 식민지 상태를 중국에 와있는 선교사들에게 알리는 일을 주도하였다.
이런 정치활동 가운데 목사로서 정치를 한다는 것에 한계를 느낀 손목사는 1923년 상해를 떠나 북만주로 돌아갔다. 거기에서 그는 ‘길림교회’를 세웠고 이 교회를 통해서 많은 기독애국청년들을 키워냈다. 독립운동이 별 진전이 없을 때면 “때와 기한은 아버지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다”는 분명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손목사는 조급환 마음에서 “우리는 밥 먹고, 나이 먹고, 한 일은 결국 죽을 일만 하였소”라고 한탄하곤 하였다.
그는 이상촌 건설인 ‘농민호조사 운동’을 주장, 실천하였는데 그것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 예루살렘교회를 본받아 ‘네 것, 내 것이 없는’ 서로 돕는 삶, 신앙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황해도의 땅을 정리하여 동생의 이름으로 땅을 장만하고 국내에서 쫓겨나거나 생계를 찾아 떠도는 한민족의 경제자립과 독립운동기지의 현실화 내지는 이상촌 건설을 위한 다목적 사업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는 만주에 사는 불쌍한 동포들의 사정을 뼈아프게 느끼면서 기독교적 사회주의 사상을 갖게 된 것이다. 그는 설교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부자들이 땅 소유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돈 모으는 자본주의보다는 나누는 기독교사회주의를 부르짖었다.
이 무렵 손목사는 숭실중학교 선배인 김형직과 목회하던 교회의 강반석 권사의 아들인 김일성을 만났다. 손 목사의 두 아들 원일과 원태는 김일성과 같이 자랐으며 김일성은 길림으로 온 후 손 목사를 아버지처럼 따랐다. 김일성이 길림감옥에 갇히게 되었을 때는 아픈몸으로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석방시켜 주기도 하였다. 김일성은 그의 노고를 잊지 않고 그의 회고록에서 손정도 목사는 “국부의 혼으로 열심히 민족을 교화시키던 목사’라고 쓰고 있다. 그래서 손정도 목사는 아직도 북한에서 ‘어버이 수령 김일성 장군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으로 존경과 추앙을 받고 있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과로와 격무, 체력저하, 스트레스, 고문후유증 등에 시달리던 손 목사는 1931년 한 동포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는데 그의 나이 60세였다
참 삶의 길을 발견하였다고 생각될 때 단호하게 옛것을 던져버리고 ‘바른 신앙, 참나라 사랑’을 웨치며 손수 실천하다가 해방을 보지 못한채 세상을 뜬 그에게 대한민국정부는 그의 애국운동을 높이 평가하여 건국훈장 국민장을 수여하였고 1992년 만주에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로 이장하였다.
*저자 함성택 님은 서울대 문리대를 중퇴하고 대만국립대학교에서 사학과와 법학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미국사를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시카고 한미역사학회 회장이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프로그램 디렉터와 역사박물관 관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2013/10/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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