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을수록 적어지는 것
아이들을 위한 재치문답이 아닙니다. 이 세상엔 많을수록 적어지는게 너무 많습니다.
신혼부부의 단간방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나 가구가 많은지 사람이 앉을 자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부부가 발뻗고 누울 자리나 있을는지, 난 한참 눈대중으로 재보기도 했습니다.
내 친구중에 사업이 일일 번창하는 ‘행운아’가 있습니다. 차도 큼직한 걸로 사고 집도 대저택으로 옮겼습니다. 지점도 전국 여러곳에 생기면서 요즘엔 이 친구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바쁘다’는 타령을 입에 달고 다닙니다. 녀석도 우리와의 시간이 무척 아쉬운 모양인데 만날 시간이 없는겁니다. 많이 벌어 더 큰 집을 사면 채울 가구도 더 많아야 하니 돈도 더들고, 당장 집 청소 한번 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돈을 대자니 일을 더해야 하고 그럴수록 더 바빠지고 시간은 더 없어집니다.
뱡을 널찍하게 쓰려면 가구를 줄이면 됩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논리인데 이게 안되는 게 현대인의 허구입니다. GNP(국민총생산량)가 GNH((국민 총 행복지수)와는 비례하지 않는다는게 세계적인 조사결론입니다. 모두가 GNP 타령을 하지만 거기엔 많은 허구가 담겨있습니다. 아십니까? 범죄나 사고, 재해, 질병, 이혼비용까지 경제성장의 일부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유조선 좌초로 기름 유출, 해양 오염 등 피해가 클수록 GNP가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무슨 계산이 그래? 지위가 놆아질수록, 재산이 많을수록 시간은 적어집니다. 당장 오라는데가 많아집니다. 싫어도 가야 할 곳이 많아집니다. 다정한 친구와 대포 한 잔 할 시간도 없습니다.
선마을 방은 자그마합니다. 그리고 아무 가구가 없습니다. 달랑 방석 한 장이 전부일 뿐 TV, 냉장고,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도 없습니다. 선마을은 산처럼 담백간결합니다. 사람들은 “에게게[, 방이 왜 이렇게 작아”하지만 잠시 지내노라면 “단출해서 좋다. 걸릴게 없으니 잡념이 안 들어 좋다. 심지어 참 널찍해서 좋다”는 사람도 적지않습니다. 작은 방이라고 불만일 수 없습니다. 생각의 차이입니다.
“경제시스템은 지금 갖고 있는 물건에 대한 불만을 연료로해서 움직이는 기계다.'
마이어드의 명언입니다. 그러니까 가질수록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것이지요. 그는 이어서 “행복이란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게 아니고 갖고 있는걸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고 했습니다. 멋진 이야기 아닙니까? 잠시의 여유, 역전의 발상, 자기 성찰이 전혀 다른 마음의 세계를 만들어 줍니다. 명상적 사실이 필요한 이유가 이해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시형 박사의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이지북 간)
많을수록 적어지는 것-이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