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하여
-이 청 희-
죽음은 사라짐이다.
내가 없는 것이다.
생은 죽음을 전제로 존재한다.
행복해도 죽고, 돈이 많아도 죽고, 유식해도 죽고, 아무리 골프를 잘 쳐도
언젠가는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들의 한계 이리라.
내 삶을 몇 개의 paragraph로 나눈다면
교향곡의 시대와, 검은 상처의 부루스, let it be 의 시대를 거처
지금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겠다.
<개도 사랑 할 때는 아름다운 음률로 짖는다>는 어느 시인의 말 처럼
사랑이 세상의 전부이던 시절,
나 역시 아름다운 음률로 생을 노래하며
내 앞에 펼쳐 질 아름답고, 격조 있고, 우아한 삶을, 의심 없이 믿고 꿈 꾸었다.
그러나, 우아가 지나쳤을까?
교향곡의 요순시대는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꿈의 세움과 무너짐의 반복 속에
허무함과 분노는 마치 중금속처럼 내 몸 속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가슴속에선 늘 무엇인가가 무너져 내렸다.
leave me alone,
let it be, 나 좀 그냥 냅둬유!
험한 광야를 거치지 않고는, 가나안 복지에 다다를 수 없듯이,
아름다움도, 아름답기 위해서 겪어야만 하는 진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듣는 이를 겁먹게 하는 격식을 갖춘 교향곡을 4 악장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
얼마나 숨 막히고 부담스러운 일 인지, 그 때는 알지 못했으니까......
요즘은, 내가 <절대> 라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꼭 그게 아니더라도 무슨 대수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내가 선택하고, 희망하고, 믿고 지키려 했던 것 또한 헛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것들은 이미, 십자가에 탕 탕 못 밖아 버렸어야 할
쓰잘때기 없는 군더더기에 불과한 것 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전, <나도 죽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을 해 볼 기회가 있었다.
억울하다거나, 세상에 대한 미련에 연연하기 앞서
끊임없이 되 물어야 하는 것은 정말 이게 전부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죽음은 속과 겉이 다른 위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옹색한 변명을 늘어놔 봐도,
지옥에 가서 된통 잡도리를 당할것만 같아 겁이났다.
그것은 내가 해결 할 수도, 극복 할 수도 없는 공포요 두려움 이었다.
아, 이것 이었나요?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한 것 같아, 애써 외면하려 했던
<도적같이 올 그날을 위해 늘 깨어서 준비 하라>고 하신 말씀이........
내가 비록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 속에 씨를 뿌렸을 지라도,
주님의 나라를 위해 피로 지키고, 땀으로 댓가를 치룬적은 없어도,
그분은, 나를 품어 주시리라 믿는다.
목사님께 그렇게 배웠고, 인간은 자신의 행위에는 늘 관대한 법 이니까.
또한, 뒷간에 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이 다르듯이
언제 또 본병이 도저 u_ turn 해 돌아갈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나 이제는
<썩어질 몸에서 썩지 않을 몸>을 위해, 인동초처럼 견디며
나도 이제는 남는 장사 좀 하고 싶다.?
( 이청희님은 시카고 교외 Mt. Prospect에 거주하며 가사를 돌보는 한편 아름다운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죽음에 대하여-이청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