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시 감상/2008년 6월 1일>

한반도의 십자가 -이 철 범-

6.25
동족의 싸움으로
그 많은 동족이 죽었으면
그 비극으로 되었지
또 무엇이 모자라서,

낙동강이 피로 물들이고
시골의 우물마다 처형의 시체로 가득차,
지옥의 우물을 만들었으면 되었지
또 무엇이 모자라서

무덤조차 없는
그 원한의 넔들이
남.북의 국토에 널려서
밤이면
이 강산 울부짓는 것을
그 비극이면 되었지
또 무엇이 모자라서,

이 땅에 멸망의 불을 지르자는건가.
온 국토가 풀포기 하나 남김없이 불타아
이 겨레, 남김없이 끝이나야
공산주의는 비로소 그 죄악을 뉘우치려나
파시즘은 비로소 피묻은 손을 씻을건가

6.25
동족의 싸움으로
그만큼, 학살했으면
그 깊은 죄만으로 되었지
그 무엇이 모자라서,

미.소 식민지의 싸움터를 보고서도
또 무엇이 모자라서,
포탄에 신라 천년의 거목이 불타는 것을 보고서도
이 겨래 가슴속에서
또 무엇이 모자라서,

한반도의 종말을 꿈꾸며
남과 북에
미제, 소제 핵무기를 갖다 노아야
분단의 영구화를 위해
체제는 마음이 놓인다면
그 파멸속에 무엇이 남을건가.

(중략)

그만큼 서로 죽이고 죽었으면 되었지,
싸웠으면 되었지
또 무엇이 모자라서
피흘리는 한반도의 십자가여.

(歷史批判(Modern Praxis) 창간호 1985 여름, 에서)

이호철님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재미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