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Gallery/2008년 8월>*해설을 곁들인 명화감상*

<이달의 명화> 금동(金銅)미륵 반가상(국보 83호)
해설 유 동 식

금동미륵(金銅彌勒) 반가사유상(半伽思惟像)

금동미륵 반가사유상은 석굴암의 불상들과 함께 우리나라 조각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의자에 걸터 앉은 젊은 수도자는 오른쪽 다리를 들어 왼쪽 무릎 위에 얹고, 오른쪽 손가락으로 턱을 살짝 받친 편안한 자세로 사유하고 있다. 그리고 명상에 빠진듯한 얼굴에는 우아한 미소가 감돌고 있다. 이것은 복잡한 조각 양식이지만 그 균형과 조화는 완벽에 가깝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조각이 전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우아한 곡선미이다.

반가사유상의 조성은 중국에서도 시도되었지만, 그 완성을 보지 못한 채 쇠퇴해 버렸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으로 건너오자 크게 유행했고, 또한 그 완성을 보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었다.

삼국 통일을 전후해서 한국에는 미륵신앙이 유행했다. 미륵은 도솔천에 있는 보살이며, 그는 장차 이 세상에 강림하여 모든 중생을 구원하리라고 믿는 미래불(未來佛)이요 불교적 메시아이다. 그런데 미륵이 하생(下生)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왕(聖王)이 나타나 통치하는 이상사회가 건설되어야 한다. 신라의 화랑제도를 만든 진흥왕이나 진지왕은 스스로를 건륜성왕으로 생각하고, 국선화랑을 하생한 미륵보살로 보았다. 그리하여 장차 삼국을 통일하고 미륵정토를 구현할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7세기에 이르자 화랑들이 주동이 되어 삼국 통일을 이루었다. 그러므로 화랑들의 역사적 역할이 일단락된 셈이다. 그와 동시에 기념비가 될 동상 건립이 요청되었다. 그리하여 미륵반가상 조성이 활발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반가상은 미륵보살상인 동시에 국선 화랑의 형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풍류도를 몸에 지닌 화랑이 한인의 이상적인 청년상이고 보면, 이 미륵상 속에서 우리는 이상적인 한인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륵보살은 장차 어떻게 모든 중생을 구제할 것인가를 골똘히 사유하고 있다. 그는 만인이 구제될 미래의 이상사회를 내다 보면서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다. 이것이 신라의 미소요, 백제의 미소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의 문” 위쪽 중앙에 앉아 있다. 모든 희망을 버려야 하는 지옥의 문에 매달린 군상들의 운명을 들여다보면서 사유하는 <생각하는 사람>상에서는 미소를 볼 수가 없다.

(이 해설을 쓰신 素琴 유동식님은 연세대학교에서 은퇴한 신학자로 한국의 토착종교와, 예술에 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으며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풍류도와 예술신학>등 다수의 저서가 있습니다. 직접 그림도 그리며 풍류를 즐기는 노학자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