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1914-1965)의 “나무와 두 여인” 1962
해설 유 동 식
우리의 국토 안에서 자행된 3년에 걸친 6.25전쟁은 우리민족의 최대의 비극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스라엘 민족이 그러했듯이 세계의 고난을 대신 걸머진 대속전(代贖戰)이었다.
우리의 민족적 고난이 갖는 종교적 의미를 자각하고, 이것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이는 화가 박수근(1914-1965) 이다.
그는 6.25 전쟁에서 민족적 십자가를 보았고, 동시에 부활의 봄을 내다 본 예술가였다. 그가 평생을 두고 그린 소재는 가난한 한국의 농촌이다. 그것도 앙상한 나무와 그 밑을 오고 가는 여인들의 모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나무와 두 여인>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화강암 같이 거친 화폭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잎새 하나 없는 한 그루의 나무이다. 그리고 그 밑에 두 시골 아낙네가 서 있다. 한 사람은 어린이를 등에 없고 있으며, 또 한 사람은 머리에 광주리를 이고 일터로 떠나는 여인상이다. 벌거벗은 나무가 전쟁의 죄악을 걸머진 십자가라고 한다면, 그 밑에 서 있는 두 여인은 어머니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일 것이다.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죽은 것이 아니라 부활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6.25 전쟁으로 한국은 벌거벗은 나무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예술가는 거기에서 새롭게 싹틀 부활의 봄을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 밑의 여인들은 단순히 슬픔에 잠겨 있는 두 마리아가 아니라, 미래의 주인공이 될 어린이를 기르며, 또한 오늘의 생계를 조달하기 위해 일터를 향해 떠나가고 있다.
박수근은 전쟁의 참상 속에서도 절망하지 아니하고, 다시 살아날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새 세계를 열어주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신앙 때문이었다.
(이 해설을 쓰신 素琴 유동식님은 연세대학교에서 은퇴한 신학자로 한국의 토착종교와, 예술에 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였으며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 '풍류도와 예술신학'등 다수의 저서가 있습니다.)
명화감상-박수근의 <나무와 두 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