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택의 <한국 개신교 초기 인물열전 21>
<외국 선교사 편(11)> '사랑의 화신'으로 조선에 온 초기 일본선교사 노리마쯔
일본에서는 명치유신 후 1870년 신도(神道)가 국교화되었고 또 오래동안 전해 온 불교의 영향이 강하여 일본에 개화의 물결과 함께 들어온 기독교가 전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선교사들은 쇄국정책을 펴고있는 조선보다는 서양문물에 관심을 가지고 개방정책을 펴고있는 일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고 나아가서 조선선교의 발판으로 삼으려고 하였다.
일본에 주재한 선교사들 가운데는 아직 개방되지 않은 조선에 외모가 비슷한 일본인 기독신도들을 비밀리에 보내어 복음을 전하려고 계획한 이들도 있었지만 일본이 조선침략의도를 노골적으로 들어내면서 조선의 반일감정이 고조되던때여서 도리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쳐 일본에 오는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서양문물에 관한 것과 함께 복음을 전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일본이 러시아와 청국과의 전쟁도 불사하면서 식민지정책을 펼치던 때 일본의 기독교지도자들 가운데는 1905년의 노일전쟁을 ‘성전(聖戰)’이라고 주장하면서 식민지 전도를 위해 앞장서 조선에 건너온 목사들이 있었다.
일본조합교회 소속 와다세 목사는 1909년 조선에 와서 “일본, 조선 양국민의 사이를 융합하는 길은 그리스도정신 밖에 없다”면서 산상보훈에 나오는 “온유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로 기독교를 통한 일본과의 장기동화 정책을 주장하였다. 그뿐 아니라 1910년 일본조합교회 총회는 ‘조선전도실행위원회’를 조직하고 와다세 목사를 조선에 보내어 서울에 한양교회와 평양에 기성교회를 세웠다.
이들의 선교정책은 첫째로는 순순한 재한일본인을 위한 조합교회를 세우는 한편 둘째로는 조선인들을 위한 교회를 세우되 총독부의 정책에 호응, 일본과 조선의 융합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기독교회의 이러한 분위기와 정책이 형성되기 전 단지 기독신자로서, 목사로서 교회나 교단의 지원없이 순전히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성경 한 권을 가방에 챙겨가지고 1896년 제물포 항에 도착하여 일본과 조선의 관계가 가장 어려웠던 시대에 일생을 조선사람들과 함께 한 일본인 목사가 있으니 그가 자비량 선교사였던 노리마쯔(한국명 승송) 목사이다.
1863년 사무라이 가문에서 태어난 노리마쯔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두 여동생들을 돌보며 어렵게 생활하였다. 그는 중학생때 폐염으로 위독하였었으나 다행히 회복되는 경험을 하였는데 중학교를 졸업하자 관리의 길이 출세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상경하여 사숙하면서 공부한 결과 현청의 관리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는 24세때 요꼬하마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숙집 주인의 권고로 우연히 나가게 되었지만 계속해서 교회에 나가면서 세례를 받고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였다. 그런 가운데 그는 훌륭한 전도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입신출세의 지름길인 관리를 포기하고 메이지(明治)학원 신학부에 입학하였다.
일본 명치대학 신학부에 재학중이던 노리마쯔는 영국출신의 브랜드 선교사의 영향으로 선교사가 되기로 작정하였는데 1896년 명성황후가 일본사람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되자 기독인의 양심으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었다. 그는 조선인들에게 사죄하고 이들을 기독교신앙으로 돌보겠다는 각오로 그해 12월 23일 제물포항에 도착하였는데 그때 그의 나이 33세였다.
그가 한국에 온 시기는 정치상황이 혼미를 거듭하던 때였으며, 1894년 동학난과 청일전쟁이 끝나고 조선왕조는 붕괴의 직전에 있었다. 또한 열강의 각축전이 전개되는 시기였다. 일본은 조선침략의도를 노골적으로 들어내면서 1905년 을사조약과 1910년 한일합방을 착착 진행하던 때로 조선에서는 일본인에 대한 배일사상이 절정에 달한 때였다.
서울에 도착한 노리마쯔 목사는 다행히 서울의 한 여인숙에서 주인의 도움으로 조덕성이란 청년을 소개받고 한글을 배웠다.조덕성은 노리마쯔 목사의 전도를 받고 신자가 되었으며, 노리마쯔가 노방전도를 나갈 때마다 좋은 협력자가 되어서 그를 적극 지원하였다. 하지만 그는 조선사람들과 일본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냉대를 받으며 외로운 전도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복음을 전하고 전도할 때에는 잘듣던 사람들도 그가 일본사람이란 것을 알게되면 당장에 안색이 변하고 잠자리도, 음식도 거부하여 배를 굶으며 노숙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한 냉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를 내지 않고 그때마다 예수의 십자가를 떠올리며 전도에 매진했다. 그는 “하나님은 사랑이며 죄 아래 있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독생자 예수를 이 땅에 보내셨다”면서 복음을 전했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일본에 선교사로 와서 노리마쯔가 선교사가 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던 브랜드 선교사 부부가 노리마쓰의 전도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1898년 서울에 와, 서소문에 숙소를 마련함으로 노리마쯔가 그의 집에 기거하면서 서울, 경기도, 충청도 일대의 선교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00년 노리마쯔 선교사는 브랜드 선교사에게 서울을 맡기고 수원으로 옮겨가 수원을 중심으로 전도활동을 시작하였다. 그는 짚신과 한복을 입고 한국사람들과 생활하면서 사랑을 나누고 복음을 전하기 원했던 것이다. 그는 동신회 수원교회를 먼저 세우고? 그곳을 기반으로 충청도와 경상도, 전라도까지 부락마다 걸어다니며 전도한 결과 25년 동안에 장호원교회를 위시해 38개의 교회를 설립하였다.
한번은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먼 지역의 신도들이 찾아왔다. 이때 1900년 노리마쯔 목사와 결혼한 젊은 아내가자신의 머리를 짤라 팔아 조선신도들을 접대하였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있는가 하면 그녀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나 수원에 묻혔다고 한다.
노리마쯔 목사 역시 결국 과로와 영양실조로 결핵을 앓게되어 일본 고향으로 돌아가서 요양중 1922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요양중에도 1919년 수원을 방문하여 3.1운동을 높이 평가하고 격려함으로 용기와 희망을 주었는가 하면 <하나님의 구원>, <은혜진리>와 같은 책들을 집필 출간하였다.
1922년 그의 사망소식을 들은 동신회 수원교회 성도들은 그의 고향 오다하라까지 찾아가 그의 유언대로 시신을 화장한 뒤 수원에 있는 그의 아내 무덤 곁에 안장했다. 현재 그의 무덤과 기념비가 수원동신교회(수원시 팔달구 매향동 116) 동산에 자리잡고 있다.
노리마쯔 목사를 따랐던 한국 형제자매들이 그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비석에는 “우리는 풍신수길의 일본을 미워한다, 우리는 이등박문의 일본을 미워한다. 그러나 이름없는 노리마쯔의 일본을 사랑한다. 노리마쯔와 같은 선량한 일본인을 사랑한다. . . 여기 사랑의 사도가 심은 사랑의 감나무가 크게 자라 정말 이름 그대로 ‘사랑의 감나무’로 여기 남겨져 있다.”고 적혀 있다.
일본사람들이 식민지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려고 몰려들던 개신교 선교초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갖 냉대를 감수하면서 아내와 자신의 모든 것을 , 끝내 목숨까지도 이땅에 바친 노리마쯔 목사는 진정으로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던 조선을 위한 ‘사랑의 사도’였다.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
2013/12/13(금)
'사랑의 화신'으로 조선에 온 초기 일본선교사 노리마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