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한국개신교 초기 인물열전/2013년 1월 1일>

함성택의 <한국 개신교 초기 인물열전> 연재를 시작하면서

전통적인 천도교 가정에서 자란 필자는 나이가 들면서 예수를 구세주로 영접하고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선교여행과 단기선교의 경험을 통해 ‘선교’에 관심을 갖게된 필자는 역사학도로서 자연히 선교역사를 특별히 공부하게 되었고 일부를 정리하여 단편적으로 선교소식지 등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번에 인터넷 잡지 <늘푸른나무>의 제의로 그것들을 정리하여 발표하기로 하였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 동양 특히 한국에 온 개신교 선교사들을 한 그릎으로 모아 보았고 그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이고 기독교 특히 개신교가 한국에 토착하는데 기여한 초기 한국인 개신교도들(주로 목사들이지만)을 한 그릎으로 모아 연결하여 보았다.

교회사를 전공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러나 최선을 다해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한국 개신교 선교에 관심있는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격려와 편달을 바란다.

비판과 조언을 환영합니다. (847-508-1190). 기회를 주신 <늘푸른나무> 편집인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함 성 택

*저자 함성택 님은 서울대 문리대를 중퇴하고 대만국립대학교에서 사학과와 법학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미국사를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시카고 한미역사학회 회장이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프로그램 디렉터와 역사박물관 관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함성택의 <한국 개신교 초기 인물열전-외국 선교사 편(1)>

한국 개신교 초기의 화란선교사 박연(Jam James Weltevree)과 하멜 일행

박연으로 알려진 화란인

조선에 처음 온 개신교 선교사는 1832년(순조 32년) 서해안 고대도에 상륙하여 한달간 머물다 간 독일출신 귀즐라프(K. Gutzlaff)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신교도로 처음 조선땅을 밟은 사람은 그보다 200여년 전인 1627년 일본선교사로 가는 길에 조난당하여 남부해안에 상륙한 네델란드(화란)출신 벨트브레(Jam Janes Weltevree)다. 이조 효종실록에 박연(朴燕)이란 조선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어 한국역사에서도 잘 알려진 바로 그 사람이다.

캐톨릭이 우세했던 프랑스나 독일과는 달리 칼빈주의 국교가 세워졌던 화란의 개신교도로서 그는 화란교회가 정식으로 파송한 선교사는 아니었으나 동료들과 함께 일본선교를 위하여 배를 타고 화란을 떠났다. 조선 남부해안에서 조난당한 그는 동래부사를 찾아가 일본항로를 계속하도록 도움을 청했으나 거절당하고 한성으로 보내졌다.

박연은 인조를 배알하고 여러가지 서양문명의 기술과 경험을 보여주었는데 인조는 이에 큰 관심을 가지고 박연으로 하여금 10여 년간을 궁중에서 역관으로 일하는 한편 훈련원에서 군사 및 포술에 관한 것을 가르치도록 하였다. 1636년 병자호란 때에는 훈련대장 구인후의 직속 포병장으로 청군을 맞아 싸웠으며 그의 전공(戰功)이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조선여성과 결혼할 수 있도록 특허를 받았다. 그는 조선 아내와의 사이에서 한 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그는 조선역사상 처음으로 귀화한 서양인이요, 처음으로 혼혈아를 남긴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박연은 선교사로 조선에 온 것이 아니었고 특별히 선교활동을 한 기록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선의 문헌에서 박연을 진실한 서양 신앙인으로, 그의 훌륭한 인격과 진실한 생활태도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박연은 자주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생사화복(生死禍福)의 이치’와 ‘상선벌악(償善罰惡)의 천보’에 관해 토론하고 하나님(天王) 이야기를 자주 하였다. 실록을 쓴 사람이 박연의 종교를 얼마나 이해하였는지는알 수 없으나 박연의 언어와 행동 그리고 기도생활 등을 진심으로 존경한것은 분명하다.

확실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기록에 의하면 박연이 70이 넘어, 늙어서 자연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멜과 그 일행

박연이 조선에 도착하여 26년이 지난 1653년에 다른 화란인 개신교도들이 제주도에 상륙했다. 이들은 ‘헨드릭 하멜’ 일행으로 항해중 조난을 당하여 제주도 연안에 밀려온 것이다.

그들은 제주현감 권극중의 기보병(驥步兵)에 의해 생포되었고 제주목사 이원건의 보고로 한성에서 내려온 박연과 만나게 됐다. 같은 동족끼리의 감격적인 만남이었지만 거의 30여년 동안 전혀 사용하지 못했던 박연의 화란말이 서툴러서 처음에는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조난 당한 외국인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감금하는 조선조정의 국법을 하멜 일행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역관 박연의 설득으로 일단 한성으로 옮겼는데 임금 효종은 하멜일행 36명을 훈련도감에 예속시켜 군인생활을 하게 하였다.

그들은 여러차례 도주하려 했지만 실패하여 처벌을 받기도 했다. 왕명에 의해 전라 수군사로 해안지대에 배치된 하멜과 그 부하 일부는 포로가 된지 13년만인 1666년 9월에 탈출에 성공, 무사히 일본해안에 도착하여 나가사끼의 화란인 근거지를 통해 구조되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하멜은 선장답게 조선에 있을 때의 모든 경험과 사건들을 일기형식으로 적어두었다가 1668년, 화란에 도착한지 2년만에 그의 표류기를 출판하였는데 그것이 <하멜포류기>다.

이 책은 서양이 동양을 알게 되는데 중요한 역활을 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조선(Corea)이 세계에 알려지는데 큰 역활을 하였다. 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에 선교사를 파송하던 유럽의 기독교단체들이 조선에도 선교사를 파견할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특히 화란은 당시 항해술이 가장 발달하고 부유한 나라였으며 개신교가 국교로 번창하던 나라였다. 육로보다 해로로 동양에 오기가 쉬웠던 화란인들은 이때 벌써 상당수의 화란인들이 일본 서남부 해안지대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멜표루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하나는 저자가 상당한 신앙인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많은 종교적인 내용들이 그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든 것들을 하나, 하나 하나님께 감사 드렸고 탈출을 위한 모든 계획도 기도속에 진행되었다고 하였다. 또한 조선에서 같이 탈출하지 못하고 남겨진 모든 친우들을 위하여 하나님의 자비를 비는 간곡한 기도도 들어 있다.

<하멜표루기>에 의하면 그들이 조선에 있을 때 틈이 있는대로 자기들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신실한 기독교인었던 하멜은 기독교인으로서의 그의 믿음과 사랑을 강조하면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지하였다. 그리고 조선에서 분명히 탈출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믿고 기도하였다.

<하멜포류기>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조선사회에 관해 왕정, 서민경제 그리고 군사문제에 이르기까지 놀라울 정도로 잘 설명하고 있으며 특히 조선사람들의 신앙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우상숭배와 사당경배 그리고 ‘샤마니즘’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고대문명과 불교 및 유교의 영향까지도 함께 기술하였다.

당시 화란과 유럽은 동양에 관한 관심이 컷으며 종교개혁 운동이 계속 퍼지던 때여서 <하멜포류기>는 화란교계뿐만 아니라 전 유우럽의 선교단체들에서 큰 화제꺼리였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후 화란인들이 조선을 찾은 기록은 찾아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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