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방
영혼이 안주하는 집에는 특별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창조력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곳에 사는 천사는 당신의 욕망을 안내하며 영혼을 응원합니다. 천사는 사막과도 같은 공허감 위로 하늘이 열릴 수 있도록 상상의 날개를 빌려줍니다.
그런 까닭에 영혼이 안주하는 집에서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는 어떠한 것도 침입할 수 없는 방이 있습니다. 그 방은 신이 살고 있는 내 마음속의 장소입니다. 신은 근심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킵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기대와 타인의 심판이나 침해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어떤 외부의 요구와 갈등에 의해서도 결코 침해받지 않는 평온의 방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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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모든 슬픔을 몰아냅니다. 노래는 환희와 평화의 감정을 증가시켜서 내면의 불만을 치유합니다. 수도사들은 매일 시편을 수차례 찬송함으로써 영혼을 정화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평범한 사람이 노래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아마 당신도 자신을 신성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소를 애타게 찾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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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아침은 영혼을 즐겁게 만듭니다. 맨발로 초원을 달리면, 육체는 생기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슬방울 속의 영롱한 빛의 모습에 경탄하며, 그 신비함을 깨트리기를 주저합니다. 아침 이슬은 지난 걱정을 씻어내며 언제나 새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저녁에는 울음이 머무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
당신에게 이 시편(30편 6절)의 노래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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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풍경, 그림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는 건 평온한 일입니다. 그 평온 속에는 시간과 영원성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바라보는 사람과 그 대상 사이에는 더 이상 자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둘이 일체가 되면 시간은 멈춰 서지요. 당신은 바흐와 모차르트의 느린 악장에 귀를 기울이며 그 평온을 예감했다고 했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에 무언가와 만났다고 했습니다. 그때 당신은 생각을 접어둔 채 잠시 멈춰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저 그곳에 존재할 뿐이었지요.
시간과 영원성은 순간 겹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넔을 잃고 일몰을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시간은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무언가에 완전하게 집중하면, 시간을 잊어버리는 거지요. 바로 순수한 순간, 순수한 현재입니다. 마치 영원한 안식일에 느끼는 고요함과도 같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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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침묵의 장소가 있습니다. 그 장소에 신이 거주합니다. 그곳에서는 상처를 입지 않습니다. 어떤 모욕적인 말도 칩입하지 못합니다.
그런 장소가 있기에 우리는 용서의 미덕을 행할 수 있습니다. 그 장소에서는 누구도 상처를 입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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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말은 감정을 회오리치게 만듭니다
침묵은 와인과 같습니다. 와인을 움직이면 탁해지지만 그 탁함은 금방 가라앉고 맑아집니다. 이처럼 침묵은 마음을 투명하게 하는 것입니다.
“고요함을 통해 탁함을 맑게 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탁함을 맑게 할 만큼 많은 고요함을 가져올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그 고요함이란 탁수(濁水)를 맑게 하는 힘일진대.”
에르하르트 캐스트너가 번역한 중국의 옛 시를 침묵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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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내 육체를 의식합니다. 육체를 의식하다보면 내면의 동요를 인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움직이거나 걸을 때 신중함을 잃지 않고 하나하나를 의식합니다. 내 육체, 근육, 피부를 느낍니다. 신중하게 집을 나서고, 의식하며 거리를 걷고, 살갗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와 바람, 햇살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면 내 의미를 의식하게 됩니다. 물론 매 순간마다 의식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몇 시간이라도 모든 것을 의식하며 지내는 것은 신중함을 위한 좋은 연습이 됩니다. 그리고 내가 지금 걷고 있음을 느끼고 그 걸음을 의식할 때, 비로소 나는 온전히 그곳에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안셀름 그륀 <머물지 말고 흘러라> 21세기 북스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방-안셀름 그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