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학의 향기/2017년 9월>

가을의 향기 -김 현 승

남쪽에선 과수원에 능금이 익는 냄새
서쪽에선 노을이 타는 내음……

산 위엔 마른 풀의 향기
들가엔 장미들이 시드는 향기……

당신에겐 떠나는 향기
내게는 눈물과 같은 술의 향기
모든 육체는 가고 말아도
풍성한 향기의 이름으로 남는
상(傷)하고 아름다운 것들이여
높고 깊은 하늘과 같은 것들이여……

*김현승·시인, 1913-1975 -평양 출신으로 기독교 정신과 인간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내용을 시로 형상화하여 독특한 시세계를 이루었다.숭실전문학교 출신으로 숭전대학교 교수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