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택의 <한국 개신교 초기 인물열전-조선신도편(4)>
미국교회가 조선선교의 문을 열게한 이수정
이수정은 임오군란 직후 수신사 박영호 일행을 따라 일본에 가 농업을 공부한 구한말의 선비로 개화파의 일원으로 구한말의 역사기록에 나오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일본에서 4년간 동경에 체류하는 동안 기독교신앙을 받아들이고 성경을 번역하였을 뿐 아니라 ‘조선선교’를 호소하는 글들을 해외(일본과 미국)의 선교지들에 계재하여 특히 미국의 감리교회와 장로교회들이 다투어 조선선교에 박차를 가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한국개신교사에서 잊을 수 없는 인물이란 것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1882년 일본에 갈 때 40여세 정도였던 것으로만 알려진 이수정은 외국의 문물에 관심이 많았고 농업문제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일본에 가서 공부할 기회를 기다리던 가운데 일본 문물제도를 시찰하기 위한 박영호사절단의 민영익과 김옥균의 개인비서로 동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3개월 후 수행원들이 돌아올 때 공부를 더 하겠다고 동경에 남았다.
그는 유럽 유학중 세례를 받고 귀국하여 당시 일본의 농업근대화를 지휘하던 일본의 대표적 농학자 츠다센(津田仙)을 만나는 가운데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되었다. 그는 특히 츠다센의 거실에 걸려있던 한문으로 번역된 ‘산상 팔복’에 특히 매료되어 서양종교에 큰 관심을 갖게되었고 츠다센은 이 호기심 많은 조선인에게 한문 성경을 선물로 주었다.
성경을 읽는 가운데 이수정은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하고 다음해 1883년 4월에 安川 亨 목사에게 세례를 받았다. 1876년 백홍준과 그의 친구들이 로스 목사에게서 세례를 받은 후 만주와 의주 일대에서 계속 세례를 받는 신도들이 늘어났지만 일본에서 행해진 것으로는 조선인 최초의 개신교 세례였다.
이수정은 지식과 인격을 겸비한 명석한 두뇌의 학자였던듯 하다. 그는 40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온지 9개월 만에 일본어를 유창하게 말하고 세례받은 직후에는 일본교회에서 일어로 설교를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을뿐 아니라 그가 쓴 한시는 일본의 일류신문사에서 계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동경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1884년에는 한국어 학습서를 저술하는 한편 일본에서 출판되는 조선에 관한 책들에 발문(跋文-책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등 일본인들에게 한국을 바르게 소개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4년동안 동경에 체류한 이수정이 이룬 가장 큰 업적은 성서번역이다. 그는 기독교인이 되어 일본의 교회지도자들과 외국의 선교사들을 접촉하는 가운데 미국성서공회의 루미스(Henry Loomis)목사가 복음서를 한글로 번역하는 일을 맡아달라고 간청하자 성경번역을 수락하였다. 그는 해박한 성경지식과 깊은 신앙심으로 한문성서에 한글토를 달은 “현토(懸吐)한한신약성서’(Sino-Korean New Testament, adding the Korean apparatus for easy reading)를 2개월만에 완료하고 ‘마가복음’번역에 착수하여 1884년과 1885년에 각각 출판되었다.
이수정이 세례를 받고 복음서를 번역할 때에도 조선에는 외국선교사가 정식으로 파송되 지 않았다. 조선조정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일본기독교 지도자들중에는 한국에 일본인 전도사를 파견하는 일에 관심을 가진자들이 있었고 맥클레인같은 선교사들은 그것을 좋게 생각하였지만 이수정은 당시의 조일(朝日)간의 정치관계 때문인듯 별로 좋게 생각지 않았고 미국선교사들을 직접 보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는 맥클레이와 낙스같은 일본주재 미국 선교사들을 통해 미국의 선교본부들과 선교잡지들에 조선의 상황을 알리고 선교사를 보내달라는 호소문들을 보내 조선선교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의 호소결과 미 장로교에서 최초의 한국선교사로 선발한 언더우드 목사는 일본에 도착하여 이수정에게서 한국말을 배웠으며 감리교회의 아펜셀러와 스크랜튼 일행 역시 일본에서 그에게 한국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이수정이 번역한 한글판 ‘성경’을 들고 선교지 조선에 첫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선교를 위한 초석이 아닐 수 없다.
1884년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끝나자 많은 개화파 인사들이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이에 동경의 조선인 사회는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돌아갔다. 이수정도 성서번역에만 전념할 수가 없었다. 일본의 조선정부는 유학생 소환을 명하였다. 이수정은 국비유학생이 아니라 사비유학생이었고 당시에는 성서번역과 교육사업에만 전념하였지만 유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1886년 5월에 귀국하였다.
이수정은 귀국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민영익과의 두터운 관계 때문이라는 주장과 거기에 덧붙여 일본에서의 기독교인으로서의 공공연한 활동때문에 위험인물로 간주되어 비밀리에 처형되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지만 병사(病死)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수정이 성경을 번역할 때 물론 외국 선교사들의 도움이 컷지만 재정적인 지원을 요청하기 보다는 조선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유학비 지원을 받아 충당하였다고 한다.
그가 귀국 후에 동경에서의 배움과 경험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드라면 개화의 바람이 거세지던 국가와 막 본격적인 선교활동을 시작한 기독교를 위해 큰 공헌을 하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총신대학교 신대원 캠퍼스에 2006년 <한국 기독교 선구자 이수정>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2013/6/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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