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미 장로교 선교사 호라스 알렌((Horace Allen)
우리들이 잘 아는 개신교 선교 초기의 미국의 언더우드, 스코트랜드, 모펫(마포삼열), 아펜셀러 선교사들 보다 먼저 조선에 와서 복음전파의 바탕을 마련하고 조선을 위해 누구보다도 많은 일을 하였으면서도 안수 받은 목사 선교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왕의 요청에 따라 교회일보다는 정치, 외교에 관여하였기 때문에 그리고 조선에서 일찍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특별한 사정때문에 한국교계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선교사가 있으니 그분이 바로 호레스 알렌(Horace Allen, 1858-1932)이다.
북장로교 총회가 보낸 첫 번째 선교사로 1884년 9월 20일 제물포항에 도착한 알렌은 3 개월 전 2개월간의 일정으로 조선에 와서 선교준비를 하고 돌아간 미국감리교 선교부 일본대표 맥클레이 선교사와는 달리 10월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조선에 정착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가 되었다.
1858년 오하이오주의 델라웨어에서 출생한 알렌은 오하이오의 웨슬레안 대학 신학부 재학중 “The Land of Morning Calm”이란 책과 중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테일러 선교사에게서 큰 감명을 받고 머나먼 동양의 오지에 선교사로 가기로 작정하고 역시 오하이오주에 있는 마이아미 의과대학을 마친 후 25세에 북장로교 의료선교사로 갓 결혼한 아내 페니와 함께 중국으로 파송받았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알렌이 조선의 문호가 개방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의료선교사가 필요한 조선으로 보내 줄것을 장로교선교부에 청원, 허락을 받아 조선으로 향한 것이 1884년 9월이었다. 이듬해(1885년) 4월 제물포에 첫 발을 디딘 아펜셀러, 언더우드 스크랜튼 부부 들 보다 6개월이나 먼저 가족과 함께 선교활동을 하려고 선교사로 조선에 도착한 것이다. 그는 미 북장로교 의료선교사로 파송을 받았으나 공식 신분은 미국공사 푸트(Foote)의 공관의(公館醫)였으며 후에 영국, 중국, 일본의 공관의까지도 맡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12월에는 김옥균을 중심으로한 개화파들이 주도한 <갑신정변>이 발생하였다. 3일 천하로 그쳐버린 이 사건에서 민비의 조카로 고관인 민영익이 중상을 입었으나 알렌의 서양의학 덕분에 완치되었다. 이 사건으로 알렌은 고종을 비롯해 왕실의 신임을 얻게되었으며 후에는 왕의로 천거되었다.
알렌은 민영익이 생명의 은인에게 하사한 사례비로 최초의 서양식병원인 ‘광혜원’(후에 고종이 하사한 이름 ‘제중원’으로 바꾸었으며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이다)을 열어 의료선교를 시작하는 한편 영어학교(경신학교의 전신)를 세워 조선인 교육과 개화운동을 시작하였다.
알렌의 의료선교는 직접적인 복음선교는 아니었지만 아펜셀러와 언더우드 등이 입국하여 선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으며 알렌과 조선왕실의 친밀한 관계는 조선왕조의 탄압으로 많은 순교자들을 낸 천주교와는 달리 개신교가 원활하게 선교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1887년 미국공사 푸트가 귀국한 이후로는 알렌이 미국의 외교관 역할도 하게되었는데 참사관, 총영사를 거쳐 1890년에는 대리영사까지 이르렀다. 그는 고종의 좋은 친구로 미국의 외교관으로 조언과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일본의 조선점령야심을 막기 위하여 러시아 외교관들과 합세하였고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갖도록 고종을 설득하는 한편 첫 조선외교사절 박정양이 미국을 방문하도록 돕는 한편 방미시에는 직접 미국의 수도 워싱톤까지 수행하여 보살피며 중국의 간섭을 막기위해 노력하였다. 198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 한국관을 설치하여 처음으로 조선을 소개하게 한 것도 알렌이었다.
그는 고종황제의 조선근대화 시도에 협력하여 미국에 갈때마다 기업가들과 만나 조선에 투자할것을 권하는 한편 그들이 조선에서 사업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왔는데 1897년의 서울-제물포 철도부설, 1897년 서울전기회사와 서울전차회사 설립, 1898년의 서울 상하수도를 관장할 서울 水工場 설립, 1898년 운산탄광 개발사업 등에 알렌이 직, 간접으로 많은 역할을 하였으며 그것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최근 발견되었다.(함성택 편집 시카고한인문회회관 전시회 도록 ‘Bostwick & Collbran in Korea 1890’s-1900’s' 참조)
알렌의 업적가운데 특기할것은 하와이노동이민의 문을 연 것이다. 알렌은 게으르고 파업을 일삼는 중국과 일본인 노동자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있는 사탕재배 농장주들에게 조선 노동자들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걸림돌이 되는 법적인 문제들과 당시의 반 동양인 정서 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하와이에 들려 사업가들을 독려하고 동향인 오하이오 출신 가필드 대통령에게 부탁하는 한편 조선에서는 전례가 없는 노동이민을 주저하는 고종을 설득하여 하와이노동이민을 허락하도록 하는 등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다.
드디어 하와이노동이민이 성사되자 알렌은 하와이의 업계대표로 온 ‘데쉬러’와 직접 노동자 모집사업을 독려하였다. 배싻이 없는 조선노동자들을 위해 융자를 받도록 주선한 것도 알렌이었고 조선관리들과, 하와이의 고용주들과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이들 노동자의 보호를 위해 노력한 것도 알렌이었다. 교회를 중심으로한 선교사들의 협조로 1902년 12월 102명의 이민노동자들을 실은 첫 이민선 ‘케릭호’가 1903년 1월 13일에 하와이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에 가장 기뻐한 것도 알렌이었다.
카스라-태프트의 밀약에 의해 미국정부가 일본의 조선과 중국진출을 묵인하며 친일정책을 펴자 알렌은 미국은 1882년 조선과 맺은 통상조약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반대운동을 벌리다가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공사직에서 파직되고 본국으로 소환되었다.알렌은 "나는 한국과 함께 쓰러졌다(I fell with Korea)"는 말을 남긴 채 21년 동안 계속해온 의료선교사, 의사, 외교관, 교육자, 사업브로커로서의 조선을 위한, 조선땅에서의 봉사를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1932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조선과 조선인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조선과 조선국민을 위해 여생을 보내기로 작정한 알렌은 고향에서 의료활동을 하면서 기회있을 때마다 모임에 가서 일본을 비판하고 미국정책의 변화를 호소하는 한편 “Things Korean(한국적인 것들)’이란 책을 썼는데 “미국은 1882년 ‘한 나라가 외세의 침략을 받을 경우 다른나라가 도와준다’는 조미수호조약을 맺었지만 미국은 이 신성한 맹약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하였다. 그는 강사료와 출판이익금등은 모두 조선선교를 위해 바쳤다.
알렌은 동방의 오지 조선에 복음을 전하겠다는 선교적 사명을 가지고 의료선교를 시작하였으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가운데 다양한 봉사의 기회가 주어졌고 그것들을 통해 복음전파의 기회가 더욱 넓어졌던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선교사로서는 튀는 행보때문에 선교사들 사이에서는 그의 동기를 의심하며 비난하고 질시하는 눈길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진정으로 조선을 사랑하였고 조선사람들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고 한 민족을 위한 진정한 복음전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였다.
1932년 7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오하이오주의 토레이도에 있는 Woodlawn Cemetery에 안장되었다.
*저자 함성택 님은 서울대 문리대를 중퇴하고 대만국립대학교에서 사학과와 법학대학원을 수료하고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미국사를 전공하였습니다. 현재 시카고 한미역사학회 회장이며, 시카고 한인문화회관에서 프로그램 디렉터와 역사박물관 관장으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2013/9/3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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