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화진의 선교사 묘역에 안장된 소다 가이치 부부
-조선에 와서 예수 믿고 고아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 일본인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서양 선교사들의 묘지 양화진에는 영문으로 된 묘비들 사이에 유일하게 일본인 부부의 묘역이 조성되어 있어 특별히 눈길을 끈다. 누구의 묘지지? 하는 의아심과 함께 이들 소다 가이치 전도사(曾田嘉伊智·1867~1962)와 그의 부인 우에노(上野·1878~1950)의 묘비를 읽는 사람들은 그 때 이런분들이 있었던가? 하는 깨달음과 함께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소다 가이치는 1867년 일본 나가사키 근처 아마구치현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한학을 공부하고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1893년에 고향을 떠나 노르웨이 선박의 선원으로 홍콩과 동남아 일대에서 체류하다 대만에 있는 독일인 경영의 공장에서 사무원 겸 통역으로 일했다. 그러나 불안정한 방랑자의 생활을 계속하면서 술로 세월을 보냈다.
대만에서 1899년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있다가 조선인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 소다는 조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은인의 나라 조선에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만으로 1905년 6월 조선을 찾았다.
서울에 있는 황성기독교청년회(현 서울 YMCA)에서 일본어 교사로 일자리를 얻은 소다는 그곳에서 이상재, 유성준, 윤치호 같은 독립투사들을 만나면서 일본 식민지 아래 있던 조선의 처참한 상황들에 눈을 뜨게 되었고 특히 이상재 총무의 감화로 1906년에는 예수를 받아들이고 그를 영적 스승으로 모시게 되었다.
기독교 신자가 된 소다는 자주 YMCA에 드나들며 성경공부를 하는 한편 서양 선교사들과 조선기독교지도자들과도 만나게 되었다. 이상재 선생이 주도하던 ‘백만인 구령운동’을 적극 도왔으며 후에는 ‘경성(일본인)감리교회’의 전도사기 되어 복음을 전파하였다.
일본인이었지만 소다는 조선독립운동에 관여한 애국지사들을 위한 일에도 깊숙히 관여하였다. 1911년 민족해방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신민회 회원 105인을 투옥한 ‘105인 사건’이 일어나자 그는 조선총독이었던 데라우찌를 찾아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였으며 3.1 운동 때에는 이상재 선생 등 애국지사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면서 일본의 대법원장 와타나베를 만나 총독부의 만행을 규탄하기도 하였다. 그는 일본 경찰과 헌병들과도 자주 마찰을 빚었으며 그가 돌봐주었던 고아가 후에 독립운동가가 되었다는 이유로 헌병대에 체포되어 감금당하기도 하였다.
41세의 소다는 1908년 일본 소학교교사로 한국에 와 있던 30세의 우에노를 만나 결혼하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면서 아동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 부부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 조선의 고아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기로 결심하였다. 1913년에 건립된 일본 최고의 가마꾸라 보육원이 1921년 소다 전도사를 경성지부 책임자로 임명하면서 이들 부부의 고아들을 위한 사역은 본격화 되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총독부가 대여한 1200평 대지에 가마쿠라보육원(현 영락 보린원)을 세우고 이화학교와 숙명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우에노는 1926년부터는 학교도 사임하고 고아원의 전임보모로 일하면서 세계적인 경제공황과 식민지 치하와 전쟁의 어려운 경제여건 가운데서도 꾸준히 조선의 고아들을 돌보았다.
이들 부부는 해방되기까지 수천명의 고아들을 길러냈는데 정성을 다하여 사랑으로 키웠다고 한다. 길에 내버려진 갓난아기를 데려다 이집 저집 안고 다니며 젓 동냥을 하기도 했고, 밤새워 우는 아이들을 안고 꼬박 날을 밝히는 일도 많았다.
소다 가이치는 해방 전전해인 1943년 원산의 일본인교회에 담임목사가 없다고 하여 부인에게 고아원 운영을 맡기고 그곳 교회에 부임하였는데 해방이 되자 일본인이라하여 행동이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우여곡절끝에 1947년에야 서울을 거쳐 송환길에 올랐으나 부인의 건강이 일본으로 송환될 형편이 못되어 혼자 일본으로 귀국하였다. 건강이 좋지못했던 부인 우메노 여사는 해방후에도 일본에 돌아가지 않고 계속 서울에 남아서 고아들을 돌보다가 6.25 전쟁 직전인 1950년 1월에 74세로 운명하여 양화진 제1묘역에 안장되었다.
부인을 잃은 소다 전도사는 일본 전국을 순회하면서 한국에 대한 국민적 참회를 호소하고 전쟁과 원자탄이 없는 세계평화를 주장하였다.
항상 부인이 묻혀있는 한국땅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당시 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가 안된 상태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영락교회와 아사이 신문사의 주선과 한국정부의 특별조치로 1961년 내한하여 영락보린원으로 바뀐 그의 옛 집에서 고아들과 함께 1년을 지내다가 1962년 3월에 96세로 별세하였다.
장례식은 ‘사회단체연합장’으로 2000여 조객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의사당에서 거행되었다. 재건운동본부장이였던 유달영은 조사에서 “소다 옹의 생애는 어느 사회사업가보다 우리들에게 감격과 충격을 준다. 소다의 생애처럼 깨끗한 인류애와 사랑만이 한국과 일본을 단합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료: 한국일보, 1962. 4. 2 기사)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일본인에게 주는 문화훈장을 받았다.
소가 가이치 전도사는 선교의 사명을 가지고 먼길을 찾아와 선교의 큰 업적을 남긴 조선개신교 초기의 다른 선교사들과 달리 조선에 와서 조선의 초기 개신교신도들을 통해 복음을 받아 들이고 힘없고 불쌍한 조선의 고아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 음지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으로 나타내었다.
그들의 손길을 몸소 느끼며 자란 아이들은 그들을 ‘하늘 할아버지, 하늘 할머니’라고 불렸다. 그들은 친한파, 친일파의 사이에서 오해도 많이 받았고 미움도 많이 받았지만 그를 아는 조선의 기독교인들은 그를 진실한 기독교인으로 기억하고 복음을 몸으로 전해주기 위해 일본에서 온 선교사로 받아들였기에 일본인에 대한 구원(舊怨)도 거두고 소가 가이치 전도사와 우에노 여사의 묘비를 외국 선교사들의 묘지인 양화진에 세워 기리고 있다.
<늘푸른나무-나이를 잊고 늘 푸르게 살려는 사람들을 위한 읽을거리>
2013/12/27(금)
양화진의 선교사 묘역에 안장된 소다 가이치 부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