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차례 중임한 후 미 합중국의 왕(王)으로 추대하려는 일부 시민들의 시도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퇴임하여 미국민주주의 전통을 수립한 와싱톤 대통령의 고별사에서 그의 공복으로서의 자세와 인품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의 생일(2월 22일)을 맞아 그의 고별사의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대선을 앞두고 지도자의 상(像)을 진지하게 생각케 하는 글입니다.
죠오지 와싱톤 대통령의 고별사 (발췌)
친애하는 시민 여러분,
현직 대통령으로서 지금까지 다음 선거를 위한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아니한데서 저의 불출마 결심을 이미 짐작한 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제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 국민 여러분의 향후 이익을 돕고자하는 저의 열정이 줄어서도 아니고, 지금까지 저에게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의 애정에 대한 감사와 존경이 없어서도 아니며, 단지 제가 불출마 하는 것이 국민 여러분의 이익에 부합하고 국민 여러분의 애정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확신 때문이라는 점을 깊이 이해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투표로써 두 번씩이나 저에게 맡겨주신 대통령직을 제가 겸허히 수락하고 지금까지 수행하여 온 것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과 국민 여러분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저 개인의 뜻을 접은 결과였습니다.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국민 여러분의 뜻을 따르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접었던 은퇴의 뜻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으며, 지금보다 더 일찍 대통령직에서 퇴임하였으면 하고 바라왔습니다. 사실 지난 번 대통령 선거 전에도 퇴임하려고 하는 저의 바람이 너무 강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릴 고별 연설문까지 준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다른 나라들과의 복잡하고 중요한 상황과 주변의 한결 같은 만류로 심사숙고한 끝에 퇴임의 뜻을 접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내외 상황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염려가 완화되어 저 개인의 뜻에 따라 제가 퇴임하더라도 국가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는 상황으로 인식되지는 아니하리라 확신하며 아직 제가 할 일이 일부 남아있다 하더라도 저의 퇴임 결심을 국민 여러분께서는 반대하지 아니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제 물러나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제가 정부의 조직과 운영을 위하여 선의로써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그 과정에 잘못된 판단을 내린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모르지 아니하였으나, 국정을 직접 수행하면서 저 스스로 처음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능력의 부족함을 더욱 절감하였으니 국민 여러분의 눈에는 저의 부족함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대통령직을 수행하면 할수록 저의 부족함에 대한 자책의 무게가 날로 커지면서 퇴임이라는 선택은 저로서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를 국민 여러분께서도 환영하시리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대통령직을 수행함으로써 국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정계를 떠나고자 하는 제 선택이 주의와 분별의 잣대에 비추어 바람직할 뿐 아니라 애국심의 잣대에 비추어서도 그릇되지 아니한 선택이라 믿어 이를 위안으로 삼고자 합니다.
저의 직무 수행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었다면 이는 결코 저의 공이 아니며, 각기 다른 성공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인하여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실망스러운 상황의 변화에 대하여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수도 있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저에게 일관된 지지를 보냄으로써 대통령과 행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하고 이를 통하여 국민 스스로 성과를 이루어낸 다름아닌 국민 여러분의 공이며 그것은 교훈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바탕위에 하느님의 가호가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시고, 국민 여러분의 결속과 형제애가 영원히 계속되며 국민 여러분의 손으로 만든 자유헌법이 신성하게 보존되고, 헌법의 집행이 모든 부처에서 현명하고 소중하게 이루어지며, 마지막으로 자유의 보호 아래에서 자유의 축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신중하게 사용하여 아직 자유를 알지 못하는 모든 국가로 하여금 자유를 찬미하고, 사랑하고, 또 얻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합중국 국민의 행복이 완전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품고 무덤까지 가져가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쯤에서 이 고별사를 맺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러나,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멈출 수 없는 국민 여러분의 복리에 대한 염려와, 그러한 염려에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위험에 대한 걱정으로 인하여, 국민 여러분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더없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몇 가지 소견을 심사와 숙고 끝에 이 기회를 빌어 국민 여러분께 밝히고자 합니다.
*여러분을 한 국민으로 결속하는 통일된 정부는 지금 여러분에게 매우 소중합니다. 모든 국민들에게 연방의 지속이 최고의 애국임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연방의 효능과 영속을 위해서는 한 통합정부가 절대로 필요합니다.
*파벌주의는 항상 연방의회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고 연방 행정부를 약화시킵니다. 파벌주의는 근거 없는 시기와 그릇된 경계심으로 공동체를 동요시키고, 다른 파벌을 향한 한 파벌의 적개심에 불을 붙이며, 때로 폭동과 반란도 조장합니다. 파벌주의는 외세의 영향력과 부패에 문을 열어 주는데. 이렇게 되면 한 나라의 정책과 의지가 다른 나라의 정책과 의지에 종속되게 됩니다.
* 자유국가에서는 통치를 위임 받은 사람들이 한 부서의 권력행사가 다른 부서를 잠식하지 않도록 하면서 허용된 헌법상의 영역 내에 국한시키도록 조심하는 사고의 습성을 지녀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정치적 번영으로 이끄는 모든 자질과 관습 중에서 종교와 도덕은 없어서는 안 되는 지주가 됩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한 이 커다란 지주, 인간과 시민의 의무를 가장 확고하게 받치는 이 지주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리 애국의 공덕을 외치더라도, 공염불로 끝날 것입니다. 순수한 정치가들은 성직자에 못지않게 종교와 도덕을 존중하고 소중히 해야 합니다.
*모든 국가에 대해 선의와 정의를 유지해야 합니다. 모든 국가와의 평화와 화친을 조성해야 합니다. 종교와 도덕은 그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정책 역시 그것을 똑같이 요구하지 않겠습니까?
국민 여러분을 사랑하는 오랜 친구로서 이러한 충언을 드리면서 저의 고언이 조금이라도 국민 여러분께 도움이 되거나 간혹 참고가 되거나 아주 가끔씩이라도 다시 여러분의 뇌리에 떠올라 파벌주의에 의한 분노를 누그러뜨리거나, 외세의 책략의 폐해를 경고하거나, 거짓 애국심의 협잡을 경계한다면 그 자체로써 국민 여러분의 복리에 대한 염려에서 나온 저의 충언에 더할 나위 없는 보답이 될 것입니다.
조지 워싱턴
1796년 9월 17일
죠오지 와싱톤 대통령의 고별사(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