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드 니버는 잊혀져 가고 있는가?
Forgetting Reinhold Niebuhr

by ARTHUR SCHLESINGER Jr.

Arthur Schlesinger Jr.는 하바드대학교 역사학 교수를 역임하였고 최근의 저서로는 "War and the American Presidency."가 있다.

젊은 시절 데트로이트 공장지대에서 목회를 하고 뉴욕의 유니온 신학교에서 기독교 윤리를 강의하였던 라인홀드 니버는 2차대전 종결후 한때 미국사회가 귀를 기울이던 시대의 양심이요 예언자의 소리였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슈레진저는 그 당시 못지 않게 미국사회와 정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필요한 지금, 그의 목소리를 들을수 없음을 못내 아쉬워 하고 있다. 늦은감이 없지 않으나 오늘 이 시점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최고 지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글인듯하여 번역 소개한다..(New York Times/Book Review /9/23/2005)

최근 미국에서 나타난 종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미국인들의 생활가운데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극적인 것이다. 유우럽은 더욱 세속화 되어 가는데 미국은 더욱 경건해져 가고 있다. George W. Bush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적극적인 종교성을 가진 대통령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지금까지는 세속적인 지위로만 생각되여 오던 대통령직이 그의 "신앙에 기초한것"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종교적인 우파가 국내정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세력이 되어버렸다. 이제 복음주의자들이 주류 개신교도들을 수적으로 능가하고 초대형 교회들은 북적이고 있다. 빌리 그래함은 소돔과 고모라라고 하는 뉴욕시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았다. 대법원은 십계명판을 다시돌려놓는 안을 신중히 재고 하고 있다. 복음주의자들은 납세자들의 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인 공군사관학교마저 접수하였다. 이 학교의 전 교장은 공군시관학교에서 종교적인 관용이 회복되는 데는 6년이상이 걸릴것이라고 말하였다. 멜 깁슨의 영화 "Passion of Christ"는 미국내에서만 4억$에 달하는 흥행수익을 거두었다.이러한 종교적인 격동가운데서도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의 이름은 좀체 찾아볼수가 없다. 그것은 아마도 "신앙의 사람들"이 종교적인 우파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니버는 세속적인 문제들에 관한한 철저한 자유주의자였다는데 그 이유가 있을것이다. 그러나 좌파의 복음주의자들도 보수적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이름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Jim Wallis의 베스트셀러인 "하나님의 정치(God's Politics)"를 보아도 그것은 분명 자유주의적 성향의 저서임에도 니버의 이름은 그저 지나가듯 두 어번 언급되었을 뿐이다.

 

니버는 독일 복음주의 북미노회 소속 독일태생 목사의 아들로 1892년 미주리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그곳 노회 소속인 Eden Theological Seminary와 Yale Divinity School에서 목회자로서의 교육을 받았다. 1920년대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충돌이 격심하였던 현장인 데이로이트 공장지대의 한 교회를 담임하게 되었다. 니버는 유니온(노동조합)에 동정적이였으며 Norman Thomas의 사회주의 정당에도 가입하였었다. 한편 박력있는 그의 설교와 논설등에 깊은 인상을 받은 뉴욕의 유니온 신학교에서는 1928년에 그를 교수로 초청하였다. 그는 그곳에서 1971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교수로 봉직하였다.

신앙이 독실한 이 시대에 왜 20세기 최고의 미국신학자였던 니버의 이름이 21세기 종교논쟁에서 빠져버렸을까? 아마도 니버 사후(死後)에 제기된 문제들-테로리즘,고문, 낙태,동성결혼,창조론 대 다윈의 진화론,배아줄기세포 연구등-이 보다 긴급한 양상을 띠고 있었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9/11이 이미 국가적인 순결성에 대한 신화를 되살려 놓았기 때문에 니버는 유행에서 쫒겨 날수 밖에 없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때는 "순결성의 종곡"에 대한 애통이 사랑받는 상투어가 되였었다 .

니버는 국가적인 순결성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였었다. 무엇보다도 미대륙에 도착한 백인들은 인간은 죄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칼빈주의 교리 가운데서 자라난 사람들로 홍인종들을 죽이고 흑인들을 잡아다 노예로 부렸으며 후에는 동양인들을 품팔이 노동자로 수입해 오는등 국가적인 순결성과는 거리가 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절대 순결하다고 평가하는 개체로서의 국가들은 그들의 인간적인 접촉을 견딜수가 없다"고 니버는 말한다. 스스로 순결하다고 하는 자기 의(義)의 환상은 세계를 선(善;우리편)과 악(惡;우리를 비판하는 편)으로 양분하는 일종의 마니주의(이원론)를 부추기게 된다.

니버는 어거스틴과 칼빈의 비극적인 통찰을 도덕적, 정치적 문제들에 놀랍도록 잘 적용시켰다. 그는 큰 영향을 끼쳤던 그의 저서들과 논문들 그리고 설교등에서 그의 사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의 중요한 신학서적은 두권으로 출판된 "Nature and Destiny of Man."(1941,1943)이다. 그의 정치사상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를 추적해 보려면 "Moral Man and Immoral Society'(1932);와 'The Children of Light and the Children of Darkness:A Vindication of Democracy and a Critique of Its Traditional Defense"(1944); 그리고 "The Irony of American History"(1952).등을 찾아보라.

이들 저서들과 다른 논문들에서 니버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과 혼합성-창조적인 충동과 파괴적인 충동이 맞먹는 것이나, 자신에 대한 지나친 배려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도외시 하는 것, 권력에의 의지, 역사에서 하나님의 역활을 감당 하려는 유혹을 계속 받고 있는 개개인들-을 강조하였다. 이것들은 기독교의 오래된 교리적 용어로 " 원죄"라고 알려져 있는 것들이다. 니버는 그의 정치적 주장을 다음과 같은 하나의 문장으로 분명하게 요약하고 있다: "정의를 행할수 있는 인간의 능력은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다;그러나 불의를 따르려는 인간의 경향성 때문에 민주주의를 필요로 한다."

"죄인"이라는 개념은 우리세대들에게는 편치 않은 것이었다. 우리들은 인간의 순수성 내지 인간의 완전성까지도 믿도록 자라왔다. 앤드류 카네기는 사람은 낮은 형태에서 높은 형태로 상승한다고 주장하면서 "완전에로 향하는 그의 행진에는 끝이란 없다"고 선언하였을때 그는 국가적인 신앙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1939년 미 정치학자회의 회장이였던 시카고 대학의 촬스 에메리암은 "The New Democracy and tne New Despotism"이란 저서에서 "인간사(事)가운데에는 인류의 완전을 지향하는 지속적인 경향이 있다. 그것은 프랑스 혁명에서 분명히 나타났으며 그 후에도 계속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더욱 증가되고 있다." 인간의 무지와 불의한 기구들이 보다 완전한 세계를 지향하는데 장애물로 남아 있을뿐이다. 만약 개개인들에 대한 교육과 기구들에 대한 개혁작업이 적절히 수행된다면 그러한 장애물들은 제거될것이다. 인간의 심성에는 문제가 없다. 원죄란 생각은 요나단 에드워드의 칼빈주의와 함께 증발해 버렸어야 할 역사적인, 히스테리칼한 호기심일뿐이다"고 주장하였다.

그럼에도 니버의 원죄의 개념은 우리 세대의 어떤 문제들에는 해결사가 되기도 했다. 20세기는 Isaiah Berlin이 말한대로 "서구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세기였다." 인간의 완전성에 대한 신뢰는 Hitler나 Stalin에 대한 대비를 하지 못하게 하였다. 죽음의 캠프나 강제 수용소는 인간은 끝없이 타락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여 주었다. 인간의 심성은 분명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였다. 인간의 본성과 역사에 대한 니버의 분석은 거대한 조명으로 닥아왔다. 그의 주장은 히틀러와 스타린의 위험성을 깨닫고 그들에게 대항할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데서 이중적인 공헌을 하였다. 니버 자신은 평화주의자였지만 현실주의자로서 전쟁을 반대하는 사회주의 정당에서 1940년 탈퇴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원죄라는 것을 하나의 은유적인 표현으로 이해한다. 성서를 진지하게 받아 들이는 것과 성서를 문자적으로 받아 들이는 것과의 차이를 분명히 한 니버는 상징적인 해석을 받아들임으로서 세속적인 사람들도 그와 동참하기 쉽게 하였다. 철학자인 Morton White는 니버를 무신론자라고 놀렸다." 원죄의 개념에 대하여" 니버는 1960녀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원죄에 대한 강조)가 원초적인 부패에서 우리를 구해주리라고 믿지만 원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대부분의 현대인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무척 현실적인 나의 친구들도 인간의 상황에 대한 해석은 나와 같으면서도 원죄에 대해서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로 만들었고 냉전은 새로운 형태의 국제적인 긴장을 만들었다. 니버는 더 이상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그는 스타린과 맥카시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조직인 American for Democratic Action을 조직하는 일을 도왔다. 그는 (스트록이 서서히 그를향해 올때까지) 줄기차게 미국인들에게 자신들은 순결하고 잘못이 없는 아주 의로운 사람들이라는 환상에 빠져들지 말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니버는 1952년에 "미국 역사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마음속에는 두터운 메시야 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들은 우리들이 지금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은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갖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하나님의 일을 어떤 한 사람이 맡아서 수행한다고 하는 메시야 사상은 전능하신 분과 죄인인 인간사이의 심연(深淵)을 없애버리도록 위협하기 때문이다."고 경고하였다.

니버는 Mr. Dooley의 광신자에 대한 정의를 즐겨 사용하곤 하였다. Finley Peter Dunne이라는 작가가 만들어 낸 아이리쉬계 바텐더에 의하면 "광신자란 자신만이 그런 경우 그것을 알수 있다고 하면서 주님께서 하셨으리라고 스스로 생각되는 일들을 거침 없이 행한다."고 말한다. 전능하신 분의 마음을 읽을수 있다는 것 보더 더 위대한 인간의 생각은 없으며 자신이 전능하신자의 뜻을 수행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보다 더 위험한 사람은 없다. 니버는 "물론 민주주의가 확실하게 전쟁을 예방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특히 개인이나 사회가 역사상 하나님의 역활을 수행하려고 할때 얼마나 깊이 악(惡)의 구렁텅이로 빠져드는지를 자각하지 못한다"고 한탄하였다.

원죄는 모든 인간의 통찰력을 오염시킴으로 인간들에게는 절대적인 원수이다. 유한한 인간의 인식이란 변덕스러운 것이고 피상적인 것이며 불완전한 것이다;그는 검은 유리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이다. 절대주의에 반대해서 니버는 자기들의 생각은 신이 내려주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죄악성과 함께 "모든 인간적인 통찰력의 상대성"을 주장하였다. 그는 자신은 "자유에 관한 한 모든 다른 사회적, 정치적 권리나 원칙에서와 마찬가지로 상대주의자들과 많은 면에서 의견을 같이 한다"고 하였다. 니버는 Robert H. Jackson법관이 "의무적인 신앙심(compulsory godliness)"이라고 부른것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종교는 너무나도 종종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혼란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상대적인 가치영역에 절대적인 (권위)를 도입시킴으로 종종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되어 왔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종교란 지혜와 빛의 자원(sourse)이 될수도 있지만 과오(過誤)의 자원이 될수도 있다고 경고 한다. 종교의 역활이란 틀림이 없다는 의식이 아니라 겸손의 의식을 가지고 거듭 타이르는 것이다. 사실 그는 "가장 지독한 썩는 냄새는 부패한 종교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비근한 예로 전능하신 하나님과 개인적인 통화라인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그들이 받았다는 멧세지는 근본적으로 달랐던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지난해에 서거한 교황의 만남을 상상해 보자. 부쉬는 이락전쟁을 강력히 주장한 챔피언이고 바오로 2세는 전쟁을 적극 반대하는데 앞장 섰었다. 부쉬는 사형제도를 적극 옹호하였고 교황은 극력 반대하였다. 이 두 사람의 절대주의자들이 어떻게 절대자로부타 받은 이 상치되고 모순되는 통화내용을 가지고 화합할수 있을까?

잔혹하였던 동족상잔의 남북전쟁은 커다란 국가적 재난이었다. 린컨은 니버에게 있어서는 정치인의 모델이었다. 미국 대통령 가운데 린컨은 가장 정확한 종교적 통찰력을 가진 대통령이다. 어느 교파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그는 절대자의 무한하신 신비를 곰곰히 되씹곤 하였다. 링컨에게는 신의 뜻이나 목적을 안다고 떠벌리는 것은 결코 용서 할 수 없는 죄였다.

링컨은 남북전쟁이 발발한지 5년째에 행한 2차 취임연설에서 그의 종교적인 의식을 요약해 주었다. "전쟁에 참여한 유니언의 양쪽들은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에게 기도드렸습니다. 각기 상대방에 해가 되는 하나님의 도움을 기원하였습니다. 심판을 받지 않으려거든 심판하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우리들에게 어떤 것이 옳은것인지를 보여주시는 대로 의(義)에 굳건히 서서 싸웁시다." 그러나 링컨은 "전능하신 하나님은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계십니다"는 뜻깊은 말로 국민들을 일깨워 주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비판적이며 매우 지성적이었던 뉴욕주의 Thurlow Weed가 링컨에게 취임연설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그에 대한 답장에서 링컨은 "취임사가 당장 인기를 얻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과 자신들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 표면화 되는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점을 부인하는 것은 세상을 지배하시는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로 인해 어떠한 수모를 내가 직접 감수하여야 한다 하더라도 분명히 밝혀야 할 진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같은 말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니버는 링컨의 두번째 취임연설에 대하여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도덕적 결단을 다른 차원의 의미와 판단에 대한 종교적인 깨달음과 결합시킨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것으로 생각되지만 싸움을 이길수 있는 종교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유지하면서 한편으로 자유사회의 도덕적인 소중함에 대한 충성과 책임을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고 하였다.

하나님을 두려워 하는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사람들도 "하나님을 단지 우리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옳다고 인정해 주시는 분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유혹에서 결코 안전할 수 없다. 이것은 자만심일 뿐이다. 이 세상에서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우리들은 "우리들에게 가능한 덕성,지혜 그리고 권력에 대하여 겸허한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적들의 사악성과 우리들의 자만심의 기초가 되는 공통적인 인간의 약점과 결점에 대해 회한의 감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떠한 종교적 신앙의 통찰력도 우리들의 문화를 보존하려고 하는 우리들의 목적과 의무에 상치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사실은 문화를 보존하는데 필수적인 것들이다."

1952년에 쓴 "The Irony of American History"의 마지막 부분에서 반세기 후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망하게 된다면, 무자비한 적들은 멸망의 2차적인 원인에 불과하리라고 생각한다. 주된 원인은 거대한 힘을 가진 한 나라가 투쟁의 장애물들을 모두 보기에는 너무나도 눈들이 멀어버린 지도자들에 의해 이끌려 왔기 때문일것이다. 그리고 그 눈은 자연이나 역사상의 어떤 우발적인 사건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증오와 자만(허세)에 의해 멀게 될것이다." (김상신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