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듦"의 지혜   ▒  

2018/11/11(일)
소노 아야꼬의 죽기 전날까지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늘푸른나무/지혜로운 삶/2018년 10월>

죽기 전날까지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노년은 하루하루 약해지고 병들어가는 절대적인 운명을 짊어진 채 살아갑니다. 싸움에서 패배한 신세와 처지와 비슷합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늙음이라는 승산없는 싸움에서 도망칠 수 없습니다. 신체기능의 퇴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사별(死別). 사회에서 불필요한 존재로 낙인찍힌 것 같은 고독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노인도 적지않습니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09년 한 해에만 자살자가 전국적으로 3만 2845명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 60대가 5958명, 70대가 3671명으로 전체의 29.3%였습니다. 

오래 산다는 것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살을 선택해선 안됩니다. 오래 살기를 간절히 원해도 뜻하지 않은 죽음을 맞게 되는 자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짓입니다. 자살해버린 사랑하는 자의 묘비 앞에 엎드려 있는 사람들은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이 포기해 버린 생명을 사고 싶다." 라고 바랄 테지만 그것은 절대로 이루어질수 없는 소망입니다. 고통을 참고 견디는 편이 고통에서 더 빨리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할 정도로 인생은 짧고 기회는 한 번 뿐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우리는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40대 끝자락에 눈에서 이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눈을 뜨고 있어도 세상은 쵸코렛 색깔의 어둠뿐이었습니다. 그 어둠 속에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중심성각막염이라는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발병한 눈의 질환이 방아쇠가 되어 심각한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근시가 심한 터라 안저도 거칠고 수술을 해도 시력은 보증할 수 없다는 선고를 받았습니다.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시력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급기야는 읽고 쓰는 것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연재물을 휴재하려고 하루 날을 정해 몇 군데 출판사를 돌며 사과했습니다. 

때때로 수술이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침수마사지에 꽤 자신이 있으니 시력장애인이 되면 이런 직업을 가져볼까 싶기도 했는데 소설에 대한 미련은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눈이 안 보여도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지만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되는 위로였습니다. 소설은 읽고 퇴고하고 완성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쓰는 것도 쓰는것이지만 다시 읽어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장편을 쓰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두 번 다시 내 눈으로 빛을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혔습니다. 선천적인 폐소공포증 때문에 시력을 상실하는 것 보다도 어둠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이 더 두려웠습니다. 한 번씩 밀려오는 자살에 대한 충동을 나답지 않다고 웃어넘기려 했으나 말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수술은 성공했고, 믿을 수 없을만큼 시력이 좋아졌습니다. 우려했던 초자체(수정체와 막망사이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색투명한 젤리 모양의 조직)의 적출(摘出)도 없었고 , 바늘로 콕 찍어놓은 크기의 황반부라는 시신경이 밀집한 부위가 건강했던 덕분에 내눈은 정상인과 똑같은 시력을 갖게되었습니다. 50년 가까이 안경이 없으면 거의 아무것도 보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온 세상이 투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 마음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생은 어디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기다려보는게 가장 좋은 해결책입니다. 인간은 몇 살이 되어도 죽기 전날까지도 다시 살아날 수가 있습니다. 최후의 순간에 비로소 그동안 살아온 의미를 가르쳐주는 대답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소노 아야코의 <나이듦의 지혜>)리수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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