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듦"의 지혜   ▒  

2017/5/25(목)
서로 절충할 수 있는 부부가 된다-소노 아야코  
<늘푸른나무/나이듦의 지혜/2017년 4월>

서로 절충할 수 있는 부부가 된다.

50대가 되었을 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이 나이가 되었으니 나에게도 나만의 오랜 역사가 있다는 뿌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런 기분을 여기저기서 말하고 다닌 것은 혼자 우쭐해졌기 때문입니다. 남은 인생이 길지 않으므로 이 나이가 되면 살고싶은 대로 살게끔 승인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부부 사이에서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미우라 반도에 별장이 한 채 있습니다. 그곳에서 밭을 일구며 석양빛을 바라보는 한가로운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지만 남편은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남편은 태생이 도시파로 도시 한가운데서 살면서 미술관 관람과 영화 보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반은 하고싶은 대로 살고, 반은 서로 타협해서 양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른이라면 이렇듯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고 타협할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쯤 시골에 머물고 싶어도 사흘이 지나면 집에 올라옵니다. “당신 때문에 마음 편히 지내지도 못했어요”하고 불평을 늘어 놓는 것도 나름의 재미입니다.

취미가 비슷해 배낭을 짊어지고 함께 여행하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 부부는 취향마저 다릅니다. 나는 아프리카를 좋아해서 자주 가지만 남편은 절대로 안 가겠답니다. 먹을 것을 사러 마켓에는 같이 가도 책을 좋아하는 남편은 서점에 간다는 말도 없이 가출하듯 어느새 내 곁을 떠나 혼자 서점을 기웃거립니다. 평소에도 우리 부부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적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밥만 같이 먹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터라 아침식사는 반드시 함께 먹습니다. 나는 저혈압이 있어 중얼중얼 말하면서 한 시간 가까이 걸려 천천히 먹습니다. 아침식사가 끝나면 다음 식사시간까지 각자에게 주어진 잠시의 자유를 누립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눈치 볼것 없이 다녀옵니다. 다녀 와서는 서로 겪었던 일들을 장황하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 둘은 똑같이 수다스러워서 식사 때마다 남편은 밖에서 겪은 일들을 빠짐없이 들려줍니다. 어떤 사람한테 이런 말을 했더니 그 사람이 이런 식으로 답하더라, 집에 오는 전철에 미인이 타고 있었는데 그 예쁜 여자가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질렀다든가, 하는 쓰잘머리 없는 이야기까지 자세히 들려줍니다. 나도 밖에서 겪은 일들을 재미나게 지껄입니다. 이런 시간들이 제법 즐겁습니다.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습니다. 그렇게 실컷 수다를 떨고 다음 시간까지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냅니다. 절반의 욕망을 용납해준 것에 대해, 이루어지도록 도와준 것에 대해 늘 고마운 마음을 품습니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서로의 개인적인 부분이 타협되어 지내기가 편합니다. 나이 든 부부가 절충을 받아들인다면 사이가 더 좋아진다기 보다는 각자의 생활이 편해집니다. 절충이란 위대한 현명함의 다른 표현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노 아야코의 <나이듦의 지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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