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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29(토)
죽음을 전제로 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김 형 석  
<늘푸른나무/삶의 지혜/2017년 4월>

죽음을 전제로 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김 형 석

가장 지혜롭다고 자부하던 스토아 철학자들은, 죽음을 자연스러운 생명계의 현상이기 때문에 이성의 지혜를 빌려 자연의 섭리로 돌리라고 가르친다. 나무가 자라 꽃을 피우면서 즐기고, 열매를 익혀가면서 행복을 누리다가, 원숙기인 가을이 되면 충분히 익은 열매는 떨어져 간다. 그래서 또 다른 생명체들과 인간에게 생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인간의 일생도 그렇다. 연륜이 차면 옆에 남아 있는 다른 열매들에게 “내 때는 찼으니까 먼저 갑니다. 남은 시간을 즐기다가 오세요”라면서 떨어져 가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생명에 대한 지나친 욕심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며 절망에 빠져 불행과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자연의 섭리는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체적 기능이 끝나는 죽음에 대해 좀 더 이성적이고 운명적인 해석을 내려도 좋을 것 같다.

문제는 그 죽음을 전제로 하는 삶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가를 살피는 것이 다른 생명체들과의 차이인 것이다. 동물들은 동일한 절차를 밟아 죽음의 과정을 밟는다. 그리고 그 죽음은 의미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예측할 수 있어 ,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에 대한 선택과 결단의 책임을 지게 된다.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다가 회복된 사람이 인생의 차원 높은 새 출발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나 자신에게 물어보기로 하자. 조만간 죽음에 직면하게 될 테니까, 앞으로 남은 시간의 빈 그릇에 어떤 삶의 내용을 채워가겠는가?라고.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소중하기 때문에 그 일에 최선을 다하다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값있는 인생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택할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죽음을 예상하기 이전보다 죽음을 맞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하게 될 것이다.

제자중의 한 사람은 널리 알려진 작가였다.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나갔다가 자기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가 내 얘기를 했더니 “김 교수님이 아직 건강하시냐?”고 물으면서 자기 최근 작품을 구해 인사를 겸한 사인을 해서 나에게 보내준 일이 있었다. 나도 그 제자의 소설을 읽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신문을 보았더니 암 투병 중에 집필을 진행하고 있는데 끝내고 세상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소원을 말하고 있었다. 그후에 그는 작품을 끝낸 것을 고맙게 생각하면서 세상을 떠났다.

고맙게 인생을 마무리한 작가였다.

그런 과거를 이어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더 지체하지 말고 한가지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지난날들을 보내면서 하지 못했던 일들도 좋고, 취미와 소질이 있다고 생각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타고난 장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성에 붙잡혀 그 취미와 개성을 묻어두고 마는 때가 있다. 즐겁게 할 수 있는 일 한 가지만 이라도 계속해 살려간다면? 늦게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해온 일들보다 더 큰 행복과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어떤 정치가는 정치계에서는 성공했다고 인정받지 않으나 늦게 시작한 서예가로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양대학의 김연준 총장 같은 이는 교육자로서의 업적보다 작곡과 음악인으로서의 위치가 더 오래 남을지 모른다.

한 번도 공부나 취미생활을 하는 행복을 누려보지 못한 사람은 더 늦기 전에 도전해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아 지니면 어떨까 싶다.

*김형석 지음 <백년을 살아보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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