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듦"의 지혜   ▒  

2015/11/14(토)
삶에서 은퇴란 없다.- 빌리 그래함  

<늘푸른나무/영성과 명상/2013년 8월>

삶에서 은퇴란 없다.

빌리 그래함


평생 힘들게 일하면서 은퇴할 날을 갈망해 온 부부가 생각난다.

그들은 매년 미국 북서부 해안의 고즈넉한 해변 마을로 휴가를 갔다. 남편은 대형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지만 부부가 진정으로 편안해하는 피난처는 세상 천지에 이 마을 한 곳 뿐이었다. 해변을 따라 산책하거나 태평양 너머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오붓한 저녁식사를 즐길 때면 심신이 더없이 새로워졌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아담한 별장이 매물로 나오자 부부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은퇴 후 보금자리로 선택했다.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두둑한 퇴직금이 나오자 부부는 집을 부동산에 내놓고 2,000킬로미터나 떨어진 새로운 집으로 날아갔다. 부서지는 파도 곁의 긴 산책로, 작은 바닷가 마을의 한산한 삶, 원하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 여유. 모든 것이 부부가 꿈꾸던 그대로였다.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겨우 다섯 주가 못 되어 몸이 근질근질하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를 지켜볼수록 웬지 모를 허전함이 더해 갔다.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던 레스토랑과 커피샵, 가게들을 들락거렸지만 그 매력의 유효기간도 몇 주뿐이었다. “앞으로 이삼십 년 동안 이러고 살아야 하나? 겨우 이러려고 자식과 손자들 다 놔두고 왔는가?” 다행히 30년간 정들었던 집이 아직 팔리지 않아, 부부는 서둘러 짐을 챙겨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 뒤로 남편은 퇴직했던 항공사에 비상근 컨설탄트로 다시 취직했다. “은퇴할 준비가 다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한참 모자랐어요.” 그들의 고백이다.

은퇴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채 바꿔 놓는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옛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은퇴 후 삶은 2주간의 휴가와 차원이 다르며, 나이가 작든 많든 변화는 인생의 피할 수 없는 일부분이다.

세월이 가면 아이가 청소년을 거쳐 청장년이 되어 취직하고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그 자녀를 다시 출가시킨다. 이런 인생의 변화 중에는 예측 가능한 변화도 있지만 뜻밖의 변화도 있다.

인생은 변화의 연속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은퇴와 함께 찾아오는 변화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를 고대하지만 은퇴를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살 만큼 산 사람이면 대부분 은퇴를 경험한다.

“하루라도 빨리 은퇴하고 싶습니다.” 60대 초반 남자가 얼마전에 내게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사실, 그런 말을 수백 번은 들었을 것이다. 어느 부부는 이렇게 말했다. “아내와 저는 아직 삼십대입니다. 오십이 되자마자 은퇴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가장 큰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이와 정반대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은퇴가 두려워요. 우리 회사는 정년제인데 제가 물러날 날이 몇 년 남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즐거워요. 일거리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어요.”

사람은 다 다르니 은퇴를 바라보는 태도도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은퇴가 인생의 분수령이라는 사실만큼은 누구에게나 동일할 것이다. 은퇴는 직업적 삶의 끝인 동시에 말년의 시작이다. 은퇴는 나이를 먹으면서 누구나 겪는 변화 정도가 아니라 일생일대의 거대한 변화다. 은퇴는 남편만이 아니라 가정주부로 살아온 아내의 일상까지도 송두리채 바꿔 놓는다.

대부분 은퇴 후 삶을 휴식의 시간으로 생각하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쉼이 전부가 아니다. 인생의 모든 단계가 그렇듯 마지막 단계에서도 변화가 꼬리를 문다. 은퇴할 결심, 완전히 달라진 일상에 적응하는 기간, 날이 갈수록 약해지는 몸, 배우자의 죽음, 이사하거나 짐을 줄일 필요성, 어느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은퇴 후 삶을 제대로 준비하는 사람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 장밋빛 안경을 쓰고 은퇴를 비 현실적으로 바라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은퇴라는 말도 꺼내기 싫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은퇴나 노년기에 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사업을 했다면 벌써 망했을 거예요.” 언젠가 한 은퇴 사업가가 한 말이다. 그런가 하면 한 여성에게 이런 편지를 받은 적도 있다. “저는 재정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온 독신녀에요. 그런에 이제 와서 보니까 눈앞의 현실에 대해 감정적, 영적으로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예요. 돈이 전부가 아니더라고요.”

은퇴에 대한 하나님의 뜻 발견하기

언제 은퇴할지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너무 빨리 은퇴한 부부처럼 될 것인가? 아니면 사업에는 성공했지만 은퇴나 후계자에 대해 생각하기 싫어한 사업가처럼 될 것인가? 그렇게 혼자 회사를 이끌다가 느닷없이 죽으면 회사는 쓰러지고 애꿏은 직원들 가정만 파탄이 날런지 모른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쫗은 답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라는 것이다. 은퇴에 관한 결정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중 하나다. 그러니 그 어느때 보다도 기도로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 최선의 길을 아시는 분께 결정을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은퇴에 관한 하나님의 뜻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어떤 징조를 눈여겨봐야 하는가? 정답은 없지만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 사용하시는 세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상황을 고려하라.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가? 기력이 예전 같지 않은가? 당장은 건강이 좋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건강이 나빠지기 전에 꼭 하고싶은 일이 있는가? 기술의 변화같은 미래의 도전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가? 저축액과 건강보험 같은 재정적 상태는 어떤가? 최근 일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가? 예를 들어, 일이 재미있고 뿌듯했는데 지금은 짐처럼 느껴지는가?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은퇴를 고려할 때인지 판단할 수 있다.

둘째, 배우자를 고려하라.

혼자서 결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 당신의 은퇴는 당신 못지않게 배우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배우자가 당신이 계획한 것과 같은 시기에 은퇴를 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면 배우자가 일하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하려는가? 배우자가 일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의 은퇴가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배우자가 반대하거나 불안해한다면 은퇴계획을 미루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셋째, 함정을 고려하라.

누군가 내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평생 좋은 사람들과 일했고 내가 팀의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아무도 내게 전화를 하지 않아요. 이제 불필요한 존재가 된 것 같아요. 그냥 다들 잘 지내나 보려고 사무실에 몇 번 들렸는데 그때마다 못 갈 데를 간 기분이었어요.”

외로움, 목적의식 상실, 무가치한 존재가 된 기분, 걱정,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은 은퇴자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어두운 감정들이다. 안타깝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은퇴한 지 1년여 만에 병마에 굴복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한 의사가 내게 최근에 은퇴한 환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제가 서명한 사망진단서에는 심장발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적혀 있죠. 의학적으로는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사실상 심장발작으로 죽은게 아니에요. 스스로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더 이상 살기 싫었던 거죠.”

은퇴를 고려할 때는 이런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은퇴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변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 가야한다. 하나님은 우리가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생각과 우울증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 또한, 우리가 미래에 대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기도 원치 않으신다. 미리 충분히 고민하고 계획한 뒤에 은퇴를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확신도 필수다. 성경말씀대로 “슬리로운 자는 자기의 행동을 삼가느니라”(잠언 14:15)

감사함으로 은퇴를 받아들이자.

옛사람들은 오늘날과 같은 문명의 이기 없이도 잘만 살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제 우리는 문명의 이기 덕분에 삶의 여유가 많아졌다. 우리 대부분은 힘들게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된다. 아침마다 물을 길러 먼 길을 갈 필요도 없다. 친구와 몇 마디를 나누기 위해 몇 킬로미터씩 걸어갈 필요가 없다.

문명의 이기가 복잡하다고 짜증내기 보다는 그 덕분에 생긴 여유 시간에 하나님의 복을 생각하며 감사하자. 하나님이 주신 복을 세다 보면 여유시간을 다 쓰고도 모자랄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에게 이렇게 권했다.

“끝으로 형제들아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무엇에든지 사랑받을 만하며 무엇에든지 칭찬받을 만하며 무슨 덕이 있든지 무슨 기림이 있든지 이것들을 생각하라.”(빌 4:8)

빌리 그래함 <새로운 도전>두란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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