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역사로 배우는 미국/2009년 6월>

퓨리타니즘이 미국 민주주의에 끼친 영향 
김  상  신

아메리카 정착을 시도한 필그림들(Pilgrims)
필그림들을 뒤 따라 온 퓨리탄들의 정착
미국민주주의의 특징
퓨리타니즘과 미국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관심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세상권력의 한계
권력의 분산
준법정신

아메리카 정착을 시도한 필그림들(Pilgrims)

제임스타운에서 주민들의 대표로 구성된 의회가 첫 소집된 바로 그 다음해인 1620년 미국역사가 두고 두고 자랑하는 필그림들이 Mayflower를 타고 미 대륙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들이 처음 목표하였든 곳은 지금의 뉴욕 근처 허드슨강 지역으로 Virginia회사의 관할 하에 정착하는 것이었지만 1620년 11월 그들이 도착한 곳은 오늘의 매사츄세츠주의 Provincetown근처 Cape Cod만이 있는 곳이였습니다. 제임스타운 초기 정착민들과는 달리 부인과 어린이들도 함께한 102명의 일행들 가운데 50여명이 그들끼리는 '성도'(Saints)라고 부르는 소위 말하는 필그림들이었습니다.

필그림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것을 잠간 설명하고 넘어가야겠지요.

영국의 헨리 8세때로 돌아갑니다. 자신의 이혼을 반대하는 로마카돌릭 교황에 반기를 들어 왕의 교회 지배권을 선포하였으며 후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로마 가톨릭 교회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영국 국교회(The Church of England)를 세우자 영국에서는 종교개혁에 관한 논의가 열기를 띠었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이 계속 가톨릭 교회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영국 국교회의 개혁이 너무 미미하다면서 가톨릭적인 요소들을 과감하게 정화(purify)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통틀어서 퓨리탄(Puritans)이라고 부르는데 그들 가운데서도 강경한 사람들은 영국국교회도 너무 부패하여 자체 안에서의 개혁은 불가능하므로 영국국교회에서 분리하여(separate) 나가서 자체적으로 회중을 운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여 분리주의자(Separatists)라 불리였습니다.

이들은 국가를 문란케 한다 하여 정부당국의 박해를 받아 그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한 지하로 숨거나 외국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습니다. 이들 소수의 분리주의자들이 고향 영국을 떠나 그들의 종교개혁 이상을 허용하는 홀란드의 리이든(Leyden)으로 이주하였는데 그들을 필그림이라고 부릅니다. 이국 땅에서 영국적인 전통과 단절되어 살던 이들은 기왕이면 아메리카에 있는 영국 땅에서 새롭게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홀란드의 필그림들은 버지니아 회사의 허가를 얻고 런던에 있는 상인들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1620년 뉴 잉글랜드의 프리머스(Plymouth)로 오게 되었는데 일행가운데는 이들 외에도 영국국교회의 충실한 교인이면서도 신세계에서 돈을 벌어보려는 희망으로 개인적으로 회사와의 항해문서에 서명하고 참여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실은 배가 버지니아 회사의 관할 구역이 아닌 뉴 잉글랜드의 케이프 코드(Cape Cod)에 정박하게 되자 필그림 일행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들은 이곳에서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는 자유인의 신분임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들을 통제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리라고 생각한 필그림 지도자들이 자치(自治,Self-government)를 골자로 하는 짧은 문서를 작성하여 모든 성인 남성들의 동의(싸인)을 얻는데 성공하였는데 이것이 The Mayflower Compact(메이프라워 계약)이라는 것입니다.

이 협정문은 북미주에서는 처음으로 작성된 헌법과 같은 것으로 당시 영국을 비롯해 세계 어느 곳의 식민지에서도 왕이나 교회의 뜻이 곳 법으로 간주되든 때 미국의 초기 식민지 주민들이 자치정부를 지향하면서 그 첫발걸음을 내 디디었다는 것은 북미주 식민지의 앞날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1629년 12월 16일 드디어 Plymouth에 상륙하였는데 제임스타운에 처음 도착한 정착 자들과 마찬가지로 여건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혹독한 날씨와 열악한 환경 그리고 감기 등으로 인하여 겨울을 나는 동안에 102명의 일행 중 5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봄이 오자 원주민 인디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라는 수수께끼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이 지역의 인디언 추장이 영어를 할 수 있어서 인디언들의 도움 아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 해 가을에는 첫 수확을 축하하는 축제를 필그림들과 인디언들이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미국에서는 첫 번째 감사절 축제라고 부르며 기념합니다(감사절을 미국의 공식 명절로 지정한 것은 1864년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에 의해서이며 프랭크린 루즈벨트 대통령 때 11월로 날짜를 바꾸었습니다.)

필그림들을 뒤 따라 온 퓨리탄들의 정착

물론 필그림들의 생활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농사를 짓고 인디언들과 상거래(주로 그들이 사냥한 모피를 사들여 영국으로 수출) 를 하면서 영국을 떠날 때 대출받았던 빚들도 갚고 런던의 상인들이 가지고 있던 주식들도 사들이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정착이 성공한 것으로 영국에 알려지면서 뉴 잉글랜드에로의 이민의 물결이 급 물살을 타게 되었습니다. 1629년부터 1642년 사이에 14,000명 내지 20,000명의 영국인들이 뉴 잉글랜드와 서인도 제도로 이민하였는데 뉴 잉글랜드로 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영국국교회 안의 퓨리탄들로 당시의 영국 왕 촬스1세의 퓨리탄 불과용(不寬容) 정책으로 종교적 박해를 받던 사람들이었습니다.

1629년에 1,000여명의 첫 번째 대규모 퓨리탄들이 뉴 잉글랜드에 도착하여 보스톤 교외에 현재의 살렘(Salem)이란 정착촌을 세웠으며 1630년에는 윈드럽(John Winthrop)이 매사츄세츠만 챠터를 가지고 지사로 부임하여 보스톤(보스톤은 퓨리탄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의 도시 이름을 따서 붙인 것임)에 도시를 건설하고 1639년에는 성직자 양성을 위한 하버드(Harvard)대학을 세웠습니다.

1636년에는 후커(Thomas Hoooker)목사가 이끄는 정착민들이 Connecticut주에 와서 Hartford시를 건설하였고 Boston에서 윈드럽 지사와 신앙문제로 틀어진 윌리암스(Roger Williams)가 Rhode Island로 와서 Providence를 건설하였으며 1638년에는 New Haven이 설립되었습니다.

초기 프리머스 식민지에 정착하려고 영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남쪽의 버지니아 식민지를 찾은 사람들과는 달리 신앙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로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지도자들 가운데는 군인 출신이나 상인 또는 탐험가들 보다는 학식이 많은 종교지도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미국 역사가운데 이들 초창기 지도자들의 정신이나 사상이 연연히 배어 내려 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로저 윌리암스(Roger Williams)라는 성직자는 영국 캠브릿지 출신으로 영국국교회의 원리에 동의하지 않는 non-conformist로 국가의 박해가 심해지자 뉴 잉글랜드에 정착하기를 원하는 반 영국국교회 신도들을 모아 1631년에 매사츄세츠 만의 식민지로 건너 왔습니다. 그는 철저한 종교와 정치의 자유 옹호론자로 정부가 원하면 언제든지 빼앗아 갈수도 있는 종교적인 관용이 아니라 완전한 종교적인 자유권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보스톤에 있는 교회의 청빙을 받았지만 그 교회가 영국국교회와 유대관계가 있다 하여 초청을 거부하고 영국국교회나 정부 당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근의 살렘교회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인디언들에게 속한 땅을 영국황실이 빌려준다는 것은 정당한 처사가 아니며 종교가 다르다고 하여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함으로 매사츄세츠 식민지에서는 문제아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는 당국의 협박에 못 이겨 1636년 매사츄세츠 경게선 너머로 도망하여 나랑간세트 인디언(Narrangansett)들이 제공해준 땅에 Providence란 동네를 세웠는데 후에 Rhode Island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그는 주민들의 동의에 기초한 정부,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를 Providence에 세웠는데 1643년에 조직된 뉴 잉글랜드 연방은 자기들의 정부형태나 종교자유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하여 Rhode Island의 Providence 주민들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요즈음 말을 빌린다면 왕따를 당한 것입니다.

윌리암스는 교회는 부패하고 타락한 인간들이 영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영적으로 순수하여야 하며 정부는 이 세상살이만을 관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Rhode Island주의 주지사로 있으며 다른 주에서 신앙문제로 박해 받던 퀘이커 교도들에게 자신은 비록 그들의 신앙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거주지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는 종교지도자로, 지역 지도자로 일하면서도 자기 생활비는 농사와 인디언들과의 무역을 통해 조달하였으며 인디언들을 위한 선교여행을 떠나 그들의 사전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인디언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여 왔으나 필요할 때에는 군 지도자로서 그들과 대항해 싸우기도 하였습니다.

New England지역에 도시들이 여기 저기 늘어나면서 1643년 Connecticut, New Haven, Plymouth 그리고 Massachusett Bay Colony등이 뉴 잉글랜드 연방이라는 느슨한 연합체를 조직하여 주로 국경문제들을 다루어 나갔습니다

미국민주주의의 특징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우리는 ‘미국 민주주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미국의 대통령이 거짓말 한 죄 때문에 여론 앞에 무릎을 꿇고 백악관을 물러나는가 하면 치열한 지명전을 통해 당원들에 의해서 후보자가 결정되며, 열띤 공방전과 토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선택에 따라 대통령이 선출되고, 그 결과에 따라 아무런 잡음도 없이 정권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관연 민주주의라는 것이구나’ 하는 경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이 미국의 민주주의입니다.

물론 미국 민주주의에 대하여 돈이 많이 든다, 비 능률적이고 낭비가 심하다, 겉 껍데기만 번지르르하지 속이 썩기는 마찬가지라는 등의 비판의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지구상에서 가장 모범적인 제도를 가지고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을 빼고는 달리 거론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미국 민주주의의 특징을 간단히 든다면

첫째 정부의 권력은 헌법 아래 있고, 입법부도 헌법에 규정된 법률은 다수결로 변경할 수 없으며 사법부만이 위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헌법 제1 주의입니다.

둘째로 미국민주주의 제도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바탕으로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로 정부권력을 분산시켰고 연방정부 제도를 고수하여 주 정부와 중앙 정부 사이에 권력을 적절히 분배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미국의 민주주의는 대의원들을 통한 자유로운 토의와 설득의 문을 넓게 열어 놓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는 단지 머리 수를 세거나 강력한 입법단체를 만드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억압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토론을 통해 다수와 소수의 의견을 다같이 수렴하려는 정부조직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제도적인 특징 이외에도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정부형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미국인들의 기본적인 생활방식이요 신념이라는데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신념, 치열한 경쟁과 엄격한 테스트와 국민들의 야심적인 심판을 거쳐 당선이 될 수 있다면 누구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자연스러운 생각, 비판과 참여를 통해 보여주는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관심 등이 미국민주주의의 특성이요, 미국 문화가운데 스며있는 특징입니다.

퓨리타니즘과 미국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관심

이러한 특성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가능해 졌을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의 특성을 이루고 있는 문화적 유산가운데 퓨리타니즘의 흔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과연 퓨리타니즘의 영향이요, 흔적이라고 꼬집어서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해석상의 문제로서 해석자의 지적인 배경이나, 당신의 시대사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며 지성사(知性 史)에 있어서 어떤 특정한 시대의 ‘심성’이 어떻게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고 있느냐? 하는 문제는 언제나 대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퓨리탄이 미국문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의견이 엇갈려 왔었습니다. 퓨리타니즘이 미국의 정치사상이나 관습에 끼친 영향에 대한 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독립혁명 당시 뉴 잉글랜드의 조합교회 목사들은 미국에 대한 애국적인 자세를 견지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정치가요, 정치지도자로서의 퓨리탄의 이미지가 새롭게 부각되었고, 초기 퓨리탄 조상들을 왕정의 수탈에 항거하여 대의정부를 주창한 기수들이요, 정치적인 자유를 위하여 싸운 영웅들이며 종교자유의 옹호자로 거의 모두가 받아들이고 찬양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각과 전통이 남,북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미국에서 개신교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동안 퓨리탄의 후예들에 의하여 강화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퓨리타니즘과 민주주의가 근본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리만 비쳐는 그의 <The Memory of Our Fathers>라는 책에서 필그림 선조들이 옛 이스라엘을 본떠서 세웠든 초기 뉴 잉글랜드의 신선공화국과 새로이 생겨난 아메리카 민주주의 공화국은 공통된 정치적 정신에 의하여 고무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와서 퓨리탄 전통에 대한 이러한 이해에 급격한 수정이 가해졌습니다. 자유주의 사상의 대두로 퓨린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습니다. 사회적인 다윈이즘이나 진화과정의 영향을 받은 역사가들이 미국민주주의가 앵글로색슨과 독일로부터 기원하였다는 것을 강조하는가 하면 자유주의자들은 초기 퓨리탄들의 편협성과 비관용적이었던 태도를 지적하며 비난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이 민주주의에 대한 퓨리탄의 영향을 강조해 온 재래의 해석에 수정을 가하는 효과를 파급시켰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신정통주의 신학이 대두하면서 퓨리타니즘과 그것이 미국 문화에 남긴 유산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새로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페리 밀러(Perry Miller)의 퓨리타니즘에 대한 탁월한 연구는 퓨리타니즘에 대한 이해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역사가나 신학자만이 아니라 많은 학자들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학적, 도덕적 이해라고 하는 특수한 관점에서 퓨리타니즘과 미국정치사상과의 관계를 논하게 되었습니다. 퓨리타니즘이 미국 민주주의에 끼친 공헌에 대해서는 세가지 전통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첫째는 반 퓨리탄적인 해석으로 퓨리탄들은 편협하고 비 관용적이며 반 민주적인 권위주의자들이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들은 퓨리타니즘이 미국 민주주의에 기여하였다는 주장은 당치 않으며 도리어 퓨리타니즘이 쇠퇴하면서 미국에서 민주주의 정신이 일어났다고 반박합니다. 그들의 주장은 뉴 잉글랜드의 퓨리탄 공화국이 신정, 귀족정치를 편 것과 퓨리탄 지도자들 가운데 일부가 민주주의를 거부한 것, 그리고 초기 퓨리탄 공동체 가운데서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 조직이나 절차를 찾아 볼 수 없다는데 근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한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당시 퓨리탄들이 민주주의란 용어를 좋아하지 않았든 게 사실이지만 그들이 ‘신정 귀족주의’라고 말할 때 의도했든 것은 미국의 헌법을 기초한 건국선조들이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하려고 하였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로저 윌리암스나 토마스 후커와 같이 자기들의 컴뮤니티를 민주적인 사회로 만들고 나아가서 그들의 조직을 민주주의 원칙으로 이끌어 나갔던 위대한 퓨리탄 지도자들을 찾아내어 미국민주주의의 위대한 개척자로 치켜 세우는 태도로 그들은 이들 영웅들이 미국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을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끝으로 먼저 퓨리타니즘을 호의적으로 그리고 당시 그들의 정황에 맞추어서 이해하면서 퓨리타니즘이라고 하는 종교운동이 미국에서의 민주주의적인 생활정신과 생활바탕을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하는 것을 찾아보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경제에 대한 태도의 변화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연구한 맑스 웨버나 어네스트 트로웰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에 따르면 미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종교적인 신념의 소산이며 확고한 신앙과 신학적 소신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라이스는 “미국의 정부와 헌법은 칼빈의 신학과 홉스의 철학에 근거하고 있다. 1787년 헌법을 기초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던 인간의 본성에 대한 관념은 바로 퓨리타니즘의 그것이었다.”고 하였습니다.

물론 미국역사 가운데는 종교적인 견해와 세속적인 생각이 묘하게도 서로 얽히어 발전하여 왔기 때문에 그 얽힌 매듭들을 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퓨리타니즘이 미국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을 분석해 가면서 민주주의 정부에 있어서 불가결이었던 신학적 기반이 무엇인지를 찾아 보려고 합니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세상권력의 한계

미국 민주주의는 인간의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추상적인 철학적인 관념에서라기 보다는 도리어 하나님의 통치나 인간의 죄라는 신학적인 교리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란 신앙은 영국이나 미국의 푸리탄들이 다같이 제1로 강조하던 기본신앙으로 그것은 모든 프로테스탄트들에게 공통적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란 말은 정치적인 영역에서 볼 때에는 칼빈이 말한 것과 같이 하나님은 ‘왕중 왕’으로서 이 세상의 군주들은 그의 뜻에 순종하고 그의 명령에 따르며 그의 권위 앞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의 절대주권이란 왕이나, 군주나, 제후는 그들의 권력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위에 계신 하나님의 권위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며 그 결과로 정부형태가 군주제거나, 귀족제거나, 민주주의 형태거나 아니면 혼합된 형태거나 간에 모든 시민들을 다스리는 권력은 항상 하나님의 법의 규례에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법이란 신의 요구에 따른다는 뜻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복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모든 정부가 따라야 할 법입니다. 이 세상 정부의 목적은 하나님의 법을 이 세상 생활 가운데 더욱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는데 있습니다.

리차드 니버는 “하나님만이 통치자이시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권력을 행사하는데 있어서 제약을 받는다는 교리는 여러 면에서 미국인들의 생활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쳤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잊어버리고 있다 하드라도. . .”라고 하였습니다. 초기 미국의 퓨리탄들 사이에 정부의 형태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다같이 의견의 일치를 보였던 것은 어떤 형태의 정부를 택하던지 간에 그 정부는 다른 정부형태들과 마찬가지로 신의 통치에 의해 제한을 받는 정부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제한을 받아야 한다는 하나님의 통치에 대한 신앙은 영국에서는 전제군주에 대한 저항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미국에서는 헌법에 의한 통치로 유도되었습니다. 리차드 니버에 의하면 퓨리탄들은 헌법, 성서, 정치적 계약 그리고 권력의 분산 등의 방법으로 정부를 제한하려 하였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미국을 건설한 프로테스탄티즘의 발전과정에서 성서적 헌법주의의 기본모습이 나타났다고 말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모든 그릅들이 헌법에 대한 충성을 표명하고 있으며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충성 그 다음에 가는 것으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미국 건설 초기의 프로테스탄트들이 가졌던 기독교적 계약주의와 17세기와 18세기의 정치적 헌법주의와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통치와 성서란 법에 입각한 지배란 개념은 서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의를 이룩하고, 국내의 안정을 확보하여 국방을 확고히 하고 일반의 복지를 증진시키면서 우리 자신의 번영을 이루기 위하여’ 헌법을 기초한 미국의 건국선조들의 정치적 헌법주의로 발전되었다는 것입니다.

퓨리탄들이 강조한 또 하나의 교리는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죄의 멍에 아래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왕이나 사제나 귀족은 물론 나아가 교회가 장악하고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권력을 절대화 하려는 인간의 보편적인 경향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그 권력에 여러 가지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그렇기 때문에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어떤 것이든 오만해져서 하나님의 뜻에 배반하고 일반대중의 복지에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권력의 분산

칼빈은 정부의 권력은 많은 사람들의 손에 나누어 있을수록 서로 돕고 경고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이 너무 교만해지고 월권을 하려고 할 때 그를 제지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초기 미국 퓨리탄의 지도자였던 죤 카튼도 같은 견해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모든 세계로 하여금 유한한 인간에게 너무 큰 권력을 주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자. . . .지상에 있는 모든 권력은 국가권력이건, 교회권력이건 간에 제한을 받을 필요가 있다. 국가의 대권을 제한하려는 것은 위험하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을 제한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미국정치제도에 있어서 삼권분립과 같은 권력의 분리나 전부권력의 상당부분을 주정부에 할애하는 연방정부제도는 권력의 집중화에 대한 퓨리탄들의 불신이 잘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이성의 능력 그리고 선과 정의를 이룰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민주주의는 결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환상적인 낙관주의의 산물이 아닙니다. 브라이스는 이점을 명쾌하게 지적하였습니다.

“미국 민주주의는 인간의 원죄를 믿는 사람들이 이루어 놓은 것이다. 1789년 프랑스인들의 열광적인 낙관주의 정신과 비교해 보라. 그것은 단지 인종적인 기질의 차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근본적인 신념의 차이인 것이다.”

니콜스는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자유로운 토론에 의한 정책결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초기의 열성적인 퓨리탄들이 교회에서의 성령의 권고하심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던 과정이 이와 같은 형태로 세속화 되어 내려온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은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신교에서 주장하는 ‘신(神)의 경제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유한한 인간이나 이 지상의 기구는 어느 것도 무오(無誤-잘못이 없다)를 주장할 수 없으며 만약 그런 주장은 한다면 그것은 결국 우상숭배라고 해석합니다. 인간의 마음은 흐려졌고 부패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자신을 보여주신다고 해서 인간이 그것을 그대로 보고 다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진리를 이해하는 데는 성령의 은사가 필요합니다. 물론 객관적인 하나님의 계시의 실재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을 계시한 것을 이해하는 인간에게는 불완전한 것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그것은 자신들에 의해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퓨리탄들은 성서에 나타난 것이나 자연가운데 나타난 것이거나 간에 신의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생활에 적용하는데 틀림없는 방법은 자유로운 토의를 거쳐서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성령께서 자유롭게 역사하시는 한 불완전한 의견들을 서로 교환하는 가운데 보다 완전한 것을 찾아내려는 토의를 통해 진리를 자유롭게 그리고 제약 없이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퓨리탄들의 이러한 신념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정책결정의 기반이 된 듯 하다고 허드슨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부구조를 설계한 사람들이 소수의 권리를 보호하고 토의의 기회를 활짝 열어 놓도록 주장한 것은 하나님의 뜻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정직한 질문과 토의가 필수불가결의 것이라는 신념을 그들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준법정신

퓨리탄들의 ‘성서적 헌법주의’는 여러 형태로 작용하는 법들은-신의 법이거나, 자연법이거나, 시민법이거나 간에-죄 많은 세상에 질서를 유지하며 선택된 자들을 구속하는 하나님의 수단이라고 확신합니다. 법은 인간의 자만심을 낮추는 심판관이요 하나님의 채찍입니다. 이러한 신앙이 퓨리탄들의 마음가운데 깊이 박혀 있어서 비록 성령의 구원의 역사를 체험한 사람들에게도 법은 계속해서 성결한 생활로 인도하는 안내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법은 죄인이나 성자에게 다같이 심판 자일뿐 아니라 교사의 역할을 한다. 크리스천의 자유는 윈드럽이 분명히 말 한대로 ‘법 아래에서의 자유’입니다.

맑스 웨버는 퓨리탄들의 소명의식이 자본주의의 기본이 되었다고 주장하였지만 그것은 결코 세상적인 경제구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든 크리스천들은 시민으로서 또는 관리로서 정치적인 질서에 대한 소명을 역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러한 견해를 통해서 퓨리탄들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성자’들은 내적인 은총의 역사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외적으로는 가장 철저한 ‘준법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퓨리타니즘의 전통이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책임적인 시민으로서의 준법정신을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예일대학에서 오랫동안 교회사를 강의한 암스트롱은

“나는 이 나라가 기본적으로 퓨리탄에서 기원했고 세속적으로나 교회안으로 계속 내려오는 가운데 퓨리탄들의 가치관과 주장이 한 세대, 한 세대 거쳐 가면서 전수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이 나라의 사회적 관습과 인습으로 형상화 되었다는 설명 말고는 달리 미국인들의 특징인 준법정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 이외에도 여러 면에서 퓨리탄 전통이 미국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의 자취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퓨리탄들의 교회모임이 정치적인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학교 역할을 하였다는 주장도 있으며 퓨리탄들의 대중교육에 대한 깊은 관심이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전염병처럼 번져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한 요인이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지상에 신성공화국을 세울 수 있다는 신앙을 가졌던 퓨리탄의 전통이 없었더라면 미국인들이 과연 민주주의와 그 실현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질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퓨리탄들은 인간 본성에 대해 무조건 높이 평가할 만큼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에게 다같이 제한을 가하고 자갈을 물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이 광야에서 하나님의 새 이스라엘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비록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더라도 대체적으로 미국인들은 그들의 민주주의의 꿈 즉 자유와 정의와 평등의 도덕적 사회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미국 민주주의의 강점이라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퓨리타니즘이 미국 민주주의에 끼친 영향이라는 넓고도 어려운 문제를 간단하게 다루어 보았습니다. 퓨리탄과 그들의 신념이 미국민주주의의 기본요소가 되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리차드 니버가 말한 것과 같이 만약 퓨리타니즘이 없었더라면 미국의 민주주의는 지금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것이 되었으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끝)

(시카고 교외 Skokie에 거주하는 김상신님은 은퇴한후 '늘푸른나무'를 만드는 한편 서양사와 교회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크리스쳔의 역사해석','역사와 희망'등의 역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