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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늘푸른나무/문화산책/명작소개/2020년 6월>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페스트'와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코로나19에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진저리를 내고 있다. 더위와 함께 계속되는 연금상태에 사람들은 어쩔줄을 모른다. 페스트의 창궐로 봉쇄된 도시의 실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색적인 소설이 있다.

바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La Peste·1947)다. 이 소설은 ‘갇힌’ 사람들이 그 엄청난 비극에 대해 다양하게 반응하지만, 결국에는 역병 퇴치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이야기다. 거기에는 비극적 운명에 저항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인간 자신이라는 강렬한 작가 정신이 깔려 있다. 어쩌면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여 소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알제리의 오랑 시에 페스트가 발생했다. 비틀거리며 죽어가는 쥐들이 몰려들면서 도시는 순식간에 두려움이 몰려온다. 쥐 떼가 페스트를 전염시키는 바람에 사람들은 길 위에서든 집안에서든 가리지 않고 죽어가는 것이었다. 처음에 전염병이 나돌 때는 몇 명의 의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것이 무슨 병인지 알지 못했다.

시 당국자들은 엄중한 조처를 취했다. 시의 문을 굳게 닫았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해 버렸다. 이러한 일련의 조처로 의사 리외는 피서지에 가 있는 아내와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또한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파리에 있는 연인과의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리외는 아내의 일이 몹시도 마음에 걸렸으나, 비참한 환자에 대한 연민의 정과 직무에 대한 애정과 열성 때문에 사설 위생 기관을 설치하여 전력을 다해 병과 싸웠다.

리외의 주위에는 여러 계층에서 선의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타루는 인생에 대한 희망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성자가 되려고 했다. 공무원인 글랑은 아득한 연인에 대한 추억 속에 살고 있는 노인이었다. 파늘루 신부는 지금 온 시가지에 번지고 있는 이 페스트야말로 믿지 않는 자들에게 내려지는 하나님의 형벌이며, 이 형벌이 만약에 자각과 회개의 기회가 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설교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설교도 잠시 뿐이었다. 너무나 비참한 광경 앞에 처음의 생각을 고쳐먹고 열심히 방역과 간호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다. 비록 그 방법에 있어서는 제각기 다른 길을 택했으나, 페스트 예방에 전력을 기울였다는 점에선 그들 모두가 똑같았다.

그러던 중 타루와 파누루 신부가 끝내 페스트로 쓰러지고 말았다. 신문기자인 랑베르는 페스트 초기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탈출을 시도했지만, 나중에는 시민의 운명에 연대감을 느껴 리외의 사업에 협력하게 되었다. 이윽고 극성스럽던 페스트도 점점 약화되기 시작했다. 굳게 닫혔던 시의 성문도 열리고 리외는 한없이 피곤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환자에게나 의사에게는 휴가는 없는 것이고, 페스트균은 결코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금 행복한 이 거리에 습격해 오리라는 것을 일깨운다.

이 소설에는 ‘위대한’ 인물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모두 소시민이다. 실존주의 철학자인 작가는 영웅주의를 배격하며, 소시민들의 소박한 헌신이 운명에 저항하는 인간의 원동력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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