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단편   ▒  

감사절에 찾아온 천사-신디아 빌릭(Cynthia Bilyk)-  
<늘푸른나무/문화산책/감사절 실화/2019년 11월>

감사절에 찾아온 천사
-신디아 빌릭(Cynthia Bilyk)-

내가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여하고자 함이라.(고린도 전서 9장 23절)
나에게 세상이 절망적으로 변해버린 것은 내가 열 다섯살 때였다. 어머니가 또 다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무척 충격적이었다. 어머니는 수술을 받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며 다행히 암을 이겨 냈다. 그런데 암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병마와의 싸움만을 걱정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달랐다.
 
지난번 암치료에 든 경비때문에 이번 병치례는 어머니를 완전히 파산상태로 몰아넣었다.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가정을 지키는 것은 오직 엄마의 몴이었다. 엄마는 책임져야 할 것들은 많았으나 날로 늘어나는 병원비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나는 일자리를 얻기에는 너무 어렸다.
 
그 해 겨울은 무척 힘들었다. 우리는 전기료를 낼 수가 없어서 전기 없이 지내야 했다. 난방용으로는 작은 개스 스토브가 하나 있었다. 다행히 이웃 집에서 전깃줄을 연결하여 우리집으로 넘겨주는 바람에 램프 하나를 켤 수 있었다. 리빙룸의 개스스토브가 우리집의 유일한 난방시설이었다. 나는 리빙룸의 마루바닥에서 가능한한 개스 스토브에 가깝게 자리하여 잠을 잤는데 불이 붙지 않도록 조심하여야 했다. 엄마는 그녀의 추운 침실에서 가능한한 많은 담요들을 겹겹이 덮고 잤다. 

매일 낮, 매일 밤 엄마는 기도하였으며 때로는 나더러 같이 기도하자고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녀는 하나님께 우리가 받은 모든 축복에 대해 감사하였으며 하나님께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견딜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기도하였다. 그녀는 결코 한탄하거나, 화를 내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그녀는 하나님은 우리가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지켜주시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신뢰가 없었다.

하나님이 그렇게 선하시고 위대하시다면 우리가 왜 이와 같은 고통을 당하는가? 왜 우리 엄마는 지금도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아파도 주일이면 꼭 걸어서라도 교회에 나가는데 왜 암에 걸리는가? 때때로 나는 기도하기가 힘들었다. 하나님에게 화가 났다. 나는 세계를 향해서도 화가 났다. 도대체 삶이 불공평했다. 

추수감사절 날이었다. 먹을 것이 있나해서 벽장을 뒤져 보았으나 먹을 것이 신통찮았다. 나는 음식이 든 깡통이라도 하나 있나 해서 벽장 문을 꽝꽝 닫으면서 찾아 보았으나 먹을 것은 없고 화만 더욱 났다. 꽝꽝거리는 소리에 엄마가 잠을 깼는지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부얶으로 나왔다. 그녀는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보면서 "왜 그러니, 애야?"하셨다.

나는 퉁명스럽게 "배가 고프단 말이야. 그게 문제야"라고 말했다. 나는 엄마에게 화낸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의 처지에 화가 났다. 나는 못된 아이같이 행동했다. 그렇지만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손을 벌려 나를 감싸 않으면서 "이리 와, 같이 기도하자"고 하였다.

"그래 봤자 아무 효과 없어요"라면서 나는 눈을 크게 굴렸다. 나는 내 말이 엄마를 아프게 하리라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는 나를 쳐다 보셨다. 그녀의 눈 속에 가득한 슬픔이 나를 슬프게 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단다. 만약 네가 네 눈을 열어 본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수많은 축복을 해주신 것을 볼 수 있을거야. 우리를 돕고 계신거야. 물론 지금 우리은 어렵지만 하나님은 이것을 통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공급해 주실거야.너에게 필요한 것은 믿음이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위해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실 거야."

"그래요, 그렇군요" 나는 엄마에게 향해 "하나님이 그렇게 좋은분이라면 왜 우리는 굶어야 하지요? 하나님이 그렇게 좋으신 분인데 왜 우리는 이 집에서 얼어죽어야 하지요? "하고 소리질렀다.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괴로운 그 표정을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감정을 발산하는 것이 몹시 싫었지만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하나님에 대한 분노를 거기에서 그칠 수가 없었다. 나는 천정을 향해 "하나님, 만일 당신이 그렇에 능력이 있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왜 먹을 것 좀 보내주시지요. 사실, 추수감사절인데 통통한 터키 한마리도 안 보내주십니까? 우리는 당신 보시기에 감사절 음식을 받을만큼 착하지 못하다는 겁니까?"라고 소리 질렀다. 

나는 테이블을 내려다 보면서 "과연 감사절 식탁은 보이지 않는군요.엄마는 보이나요?"라며 건방지게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그 자리에 서 계셨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이 아침에 내가 한 행동들과 말들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나는 여전히 하나님과 나의 상황에 분노를 느껴 이러한 집의 분위기에서 도망하기 위해 재빨리 밖으로 걸어나갔다. 나는 문을 열려고 확 잡아당기다 손에 상자들을 잔득 들고 있는 푸른셔츠의 다부진 남자와 거의 부딪칠뻔 했다.

"오, 제때 왔군요" 라고 말하면서 그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두 분에게 '행복한 감사절이 되셔요" 젊은이는 유쾌하게 인사하면서 상자들을 식탁 위에 펼쳐놓았다. "여기 있는 이 큰 박스에는 터키가 있구요 물론 구운거지요, 그리고 이것은 감자, 이것은 그레이비 그리고 이것은 호박파이이고 이것은 피칸 파이지요. . ."

갑자기 내귀가 멍멍해 지는듯 했다. 나는 그가 하는 말들을 하나도 들을 수가 없었다. 나는 터키와 스터핑 그리고 모든 음식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나는 음식 박스들이 쌓여있는 작은 식탁을 볼 수 있었다. "자 이제 훌륭한 감사절 식탁이 준비되었군요 마님, 이제 여기다가 잘 받으셨다는 사인만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그 청년은 말하면서 펜을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엄마는 종이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그동안 그 배달원은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본 사람들 가운데 가장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엄마로부터 펜을 받은 뒤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내 옆을 지나면서 내 어깨를 살짝 치면서 "그리고 하나님께서 당신에게도 축복하시기를!"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가 우리집에서 나가고 문이 닫힐 때까지 말 한마디 못하고 거기 서 있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그가 누구지?하고 생각하기 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가 누구였을까? 누가 감사절 만찬을 보냈을까?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나는 포치로 뛰어나가 계단을 내려갔으나 미끄러지고 말았다. 계단에 서리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세멘트 인도 끝에 있는 출입문으로 뛰어가 문을 열고 차도를 내다 보았으나 차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오는데 아침 햇살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우리 인도에는 오직 한 쌍의 발자국만이 서리위에 나 있었다. 자세히 살펴 보았으나 그것은 나의 발자국이었다. 

하나님이 멀리 계신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감사절을 기억한다. 하나님이 나의 분노를 식히기 위해 보내셨던 그 천사를. 나는 그 사람은 우리에게 하나님은 필요한 때 우리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실만큼 자상하시고 어린 소녀의 마음에 믿음을 가져다 주시는 하나님의 천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Chicken Soup for the Soul(A Book of Miracles)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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