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나무/문화산책/2018년 8월>

시를 통한 한 여름의 단상-조무근(아동문학가)

- 아동문학가 조무근의 이 글은 2007년 9월 4일에 경북매일에 계재되었던 것으로 한 여름의 모습을 친숙한 노래와 시들을 통해 살갑게 들려주기에 독자들과 그 감격을 나누기 위해 계재합니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열대야가 물러갔다. 불볕 태양이 여름을 풀무질 해대고 매미는 왜 그렇게도 울어대는지 더위를 더 재촉하는 올 여름이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 ‘사랑’의 구절이 생각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앞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어린 시절에도 소월의 시는 다정하게 다가 왔건만, 이 시는 지금도 여전히 동심과 전원적 삶에 대한 그리움과 설렘을 불러 일으켜 준다. 여름은 동심의 계절이고 시냇물, 강, 바다와 친해지는 물의 계절이다. 그래서 ‘하동(夏童, 河童)’ 이라는 말이 예로부터 다가왔던 것이다. 시냇가에서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피라미, 송사리 떼 쫓으며 어울려 부르던 추억의 동요가 그 때에는 제격이었다.

‘졸졸졸 시냇물아 어디로 가니? / 강물따라 가고 싶어 강으로 간다 / 강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이종구 시, 권길상 곡 ‘시냇물’-

‘시냇물은 졸졸졸졸 / 고기들은 왔다 갔다 / 버들개지 한들 한들 / 꾀꼬리는 꾀꼴꾀꼴//’
-이태선 시, 박재훈 곡 ‘여름 냇가’-

요즘은 해수욕장이나 풀장에서 물놀이로 여름을 보내지만 예전에는 냇가에서 한 여름을 보냈다. 여름은 어린이의 계절이기에 우리에겐 동심의 추억이 생생하다.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 사공이 배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가지요//’
-윤석중시, 박태현 곡 ‘산바람 강바람’-

우리가 한 세상 살다보면 얼마나 여러 차례 사람의 나룻배 신세를 지게 되는가. 문득 강가에 이르렀을 때 길이 끊어져 당황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기에 강은 언제나 배를 떠 올리게 하고 누군가를 향한 고마움을 생각나게 해준다.

‘흐르는 것이 어찌 물 뿐이랴 / 우리도 저와 같아서 / 강변에 나아가 / 삽을 씻으며 / 우리의 슬픔을 퍼다 버린다.//’
-정희성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사랑은 강물따라 흐르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 가자고 흘러가는 강물은 우리에게 사랑과 시간의 흐름을 일깨워 준다.

여름날 형산강 하구를 거닐며 깊은 강물을 보고 마음 자세를 다시 한번 다져 본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이라는 만해의 그 유명한 시를 되뇌어 본다. 우리는 크든 작든 서로 세상의 나룻배가 되어 주면서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살아가면서 나룻배처럼 늙어간다. 그러니 나룻배 같은 삶이 어디 있으랴.

이 여름 우리는 어느 인연의 강물에 가랑잎 쪽배를 띄우고 이 한세상을 노질해 가고 있을 것인가.

폭염을 씻어줄 그런 마음으로 높고 맑은 시원한 가을을 맞을 채비를 갖춰 보자

*조무근-1941년 함북 성진 출생. 40여년을 교원으로 봉직하면서 1979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당선으로 등단. 강원도를 중심으로 작품활동과 문단활동을 하였으며 2016년 강원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