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단편   ▒  

푸른 구슬 목걸이-풀톤 오우슬리(Fulton Oslaw) -  
푸른 구슬 목걸이
-풀톤 오우슬리(Fulton Oslaw) -


바바라 메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그날, 피트 웨이크필드가 그 당시에 마을에서 가장 사교성이 없는 인물임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피트는 할아버지로부터 그 가게를 물려 받았는데, 현관의 작은 진열장에는 구식 물건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었다. 남북전쟁 이전의 낡은 팔찌, 금합, 금반지, 은상자, 비취와 상아로 된 조각, 자기로 만든 조각품 등 별난 것들이 다 있었다.

추운 겨울날 오후, 그 유리창 앞에 한 소녀가 서서, 유리창에다 이마를 대고 무언가 특별한 것이라도 찾는 듯 열심히 이 중고품의 보석들을 살피고 있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속에서 소녀는 때때로 발을 동동 굴렸다. 그리고는 마침내 만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피크 웨이크필드 상점의 어두운 실내는 쇼우 윈도우보다 더 혼잡했다. 선반에는 보석상자와 결투용 권총, 시계와 램프 등이 쌓여 있었고, 바닥에도 장작 받침쇠와 만돌린,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카운터 뒤에는 피트가 서 있었다. 서른 살도 안 되었지만 머리칼은 희끗희끗해 가고 있었고, 눈꺼풀은 처져 있었다.? 그 어린 손님이 카운터 위에 장갑도 안 낀 두 손을 올려놓았을 때도 그에게는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아저씨, 저 창문에 걸려 있는 푸른 구슬 목걸이를 좀 보여 주시겠어요?”하고 어린 소녀가 입을 열었다.

피크 웨이크필드는 왼손으로 목걸이를 쥐었다. 그의 오른손은 놀만디 작전에서 부상당했기 때문이다. 피트가 목걸이를 소녀 앞에 보였을 때 터어키식 보석은 그의 창백한 손바닥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
“아유, 멋있어라.”하고 소녀는 중얼거렸다. “예쁘게 싸 주시겠어요.?”
피트는 무뚝뚝한 태도로 그녀를 관찰했다.
“누구한테 선물할 거지?”
“우리 큰 언니에게 줄 거예요. 언니가 저를 돌보아주고 있어요. 엄미기 인 계시거든요. 언니를 위해 제일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찾고 있던 참인데 이제서야 찾았어요.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니?”하고 피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녀는 손수건의 매듭을 푸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는 카운터 위에 11페니를 쏟아 놓았다.
“제 저금통을 다 털었어요.”하고 소녀는 천진스럽게 대답했다.

피트의 손은 목설이를 도로 집어 넣었다. 그에게는 가격표가 분명히 보였지만 아이에게는 보이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떻게 이 난처한 사정을 설명할 수 있을까? 소녀의 푸른눈에 비치는 신뢰 어린 표정이 오랜 상처의 아픔처럼 그의 가슴에 느껴졌다.

“잠깐 기다려라”하고 그는 등을 돌리며 어깨 너머로 물었다.
“이름이 뭐지?” 그는 무언가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바바라 메이에요.”

다시 소녀쪽으로 피트가 돌아섰을 때, 그의 손에는 밝은 주홍색 포장지로 곱게 싸서 녹색 리본까지 달린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여기 있다.” 하고 그는 말했다. “집에 가는 길에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런건 걱정 마세요.” 아이는 문쪽으로 달려나가며 어깨 너머로 활짝 웃었다.
아이가 달려나가는 것을 창문으로 내다보면서 그의 머리 속은 쓸쓸함으로 가득했다. 바바라 메이와 그녀의 목걸이에 관한 어떤것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 슬픔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했다. 소녀의 머리카락은 금발이었고 눈은 크고 푸르렀다.

옛날에 파트는 똑같은 머리색에 눈이 크고 푸른 여자와 사랑을 했었다. 그들은 도시의 동쪽 변두리에 조그만 집을 얻었고 결혼 날자까지 잡았었다. 그러나 어느 비오는 날 저녁에, 미끄러운 길 위로 트럭 한 대가 달려와서 그녀의 생명을 빼았아 버리고 피트의 꿈을 부수어 버렸다.

그때부터 피트 웨이크필드는 고독한 삶을 살아왔다. 고객들에겐 예의가 바르고 정중했으나 가게 문을 닫고 나면 혼자 조용히 생활을 했다. 점심도 가게 뒤에서 혼자 먹었으며, 저녁식사도 식당에서 혼자 했다. 밤에는 늦도록 방에 앉아서 그가 아는 공허한 세계와는 전혀 다른 뒤마의 이야기나 연애 소설을 읽었다. 그는 날마다 깊어지는 상처를 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바라 메이의 푸른 눈이 다시 그를 생생한 현실로, 그가 잃어버린 추억들이 기억으로 되돌아오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고통을 잊으려고 피트는 몰려드는 성탄절 손님들에게만 신경을 썼다. 성틴절을 앞둔 열흥 동안 장사는 활기 있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마지막 손님이 나가고 나자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이 한 해는 가고 새해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피트 웨이크필드에게 있어서는 그것으로 그밤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문이 열리며 젊은 여자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웬지 그녀는 몹시 낯익어 보였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보았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머리는 금발이고 커다란 푸른 눈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지갑에서 붉은 종이와 녹색 리본이 함께 엉클어진 꾸러미를 내놓았다. 그의 앞에 푸른 구슬 목걸이가 빤짝거렸다

“이것이 이 가게 물건이죠?”하고 그녀가 물었다.
피트는 눈을 들어 부드럽게 말했다.
“그렇습니다만.”
“이 보석 진짠가요?”
“네, 최고급은 아니지만 진짜입니다.”
“누구에게 팔았는지 기억하세요?”
“물론입니다. 당신의 동생 바바라 메이에게 팔았지요. 당신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다고 했어요.
”값이 얼마나 되지요?”
“가격은 . . .”하고 그는 단숨에 말했다. “37불입니다.”
“하지만 바바라는 37불이라는 엄청난 돈이 없었을텐데, 어떻게 그 애가 그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었을까요?”

한 손밖에 쓸 수 없는사람으로서는 매우 놀라운 기술로 피트 웨이크필드는 그 포장지의 꾸겨진 곳을 다시 펴서 본래대로 아주 산뜻하게 포장했다.

“그 애는 어느 누구도 지불할 수 없는 가장 큰 금액을 지불했답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털어놓았으니까요.”

한순간 이 조그만 골동품 가게에는 침묵이 흘렀다. 멀리 떨어진 교회의 종각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은은한 종소리. 계산대 위의 작은 꾸러미. 여자의 눈에 담긴 의혹. 남자의 마음 속에 까닭없이 솟아 오르는 야릇한 갈등. 이 모든 것이 한 소녀의 사랑으로 생겨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왜 그런 짓을 하셨죠?”하고 그녀가 물었다.
피트는 손에 든 선물 꾸러미를 내밀었다.
“벌써 크리스마스 아침입니다. 내게 선물을 주고 싶어도 그것 받아 줄 사람이 없는게 불행이지요. 지금 저는 말할 수 없이 외롭습니다. 나에게 당신의 집을 보여주시지 않겠습니까? 당신의 집에서 당신에게 성탄축하를 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성스러운 아침에 피트 웨이크필드와 그가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한 여인은 쉬지 않고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면서 행복한 사람들 사이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Fulton Os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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