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의 단편   ▒  

헤밍웨이의 <살인자>  

<늘푸른나무/이달의 단편/2009년 9월>

살인자(殺人者)
헤밍웨이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8-1961)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가운데 하나로 시카고 교외의 의사 집안에 태어났으나 고등학교만 졸업한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였다.

그의 소설의 특징은 구어(口語)와 사실주의의 특징을 극단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인물과 행동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에 행동의 작가라고도 불리운다. 1954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1961년 총기사고로 죽었으나 자살설도 계속되었다.

여기 소개하는 <살인자>는 그의 문학적 특징을 잘 들어낸 명작으로 평가되며 비정한 폭력세력과, 그 비리가 몰고 오는 허무와 절망 그것이 민감한 소년에게 주는 공포와 전율이 설명 없이 진행되는 간결한 대화속에 압축되어 있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읽을거리로 뽑아보았다.

헨리 간이식당의 문이 열리면서 두 사내가 들어왔다. 그들은 카운터에 앉았다.
“뭘 드실까요?” 조오지가 물었다.
“뭘 먹을까?”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앨, 뭘 먹고 싶은가?”
“모르겠네.” 앨이 말했다. “뭘 먹고 싶은지 나도 모르겠는걸.”
바깥은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창 밖에는 외등이 켜져 있었다. 카운터에 앉은 두 사내는 메뉴를 들여다 보았다. 카운터 저쪽 끝에서 닉 애덤즈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들이 들어오기까지 죠오지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애플 소오스에 다진 감자를 곁들인 구운 텐더 로인을 먹겠어.” 첫째 사내가 말했다.
“그건 아직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요.”
“그럼 왜 그걸 메뉴에 적어놓고 있는 거야?”
“그건 정식(定食)이거든요.” 죠오지가 변명을 했다. “여섯 시엔 잡수실 수 있습니다.”
죠오지는 카운터 뒷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저 지금 다섯 시군요,”
“시계는 다섯 시 20분 아냐.” 둘째 사내가 말했다.
“네, 이 시계는 20분쯤 빠릅니다.”
“형편 없는 시계로구먼.” 첫째 사내가 말했다.
“그럼 뭘 먹을 수 있다는 거야?”
샌드위치같으면 뭐든지 됩니다.”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리고 햄 에그나 베이컨 에그, 간 베이컨이나 비프스테이크 같은 건 됩지요.’
“나한테는 그린 피이스와 크리임 소오스와 다진 감자를 곁들인 치킨 고로케를 줘.”
“그것도 정식인데요.”
“우리가 먹고 싶은 건 모두 정식이로군. 그런 식으로 하는 게 너희들 수법이군 그래.”
“방금 말씀 드린 대로 햄 에그나 베이컨 에그나 간 . . . . .”
“좋아, 난 햄 에그를 줘.” 앨이라는 사내가 말했다.. 이 사내는 맥고모자를 쓰고 검은 더불 외투를 입었다. 얼굴은 작고 창백한데 입술은 야무지게 꽉 다물고 있었다. 그리고 비단 머풀러에 장갑을 끼었다.
“나한테는 베이컨 에그를 줘.” 다른 한 사내가 말했다. 이 사내는 다른 사내와 거의 비슷한 몸집이었다. 두 사람의 얼굴은 달랐으나 옷차림은 쌍둥이처럼 비슷했다. 두 사람 다 외투가 너무 작은 것 같이 보였다. 그들은 카운터에 대고 몸을 앞으로 내밀듯하고 앉아 있었다.
“뭐 마실 건 있어?’ 앨이 물었다.
“실비어 맥주나 비이보 아니면 진저 엘을 드시죠.”
“나는 마실것이 있느냐고 물은 거야.”
“방금 말씀 드린 것뿐입니다.”
“정말 형편없는 동네로구먼.” 다른 사내가 말했다. “이 동네 이름이 뭐지?”
“서미트라고 합니다.
“그런 이름 들어본 적이 있나?’ 앨이 같이 온 사내에게 물었다.
“못 들었어’’
“그럼 밤엔 여기서 뭘 하지” 앨이 물었다.
“아마 정식을 먹으러 올 테지.”하고 동행자가 말했다.
“모두 여기 와서 희한한 요리를 먹을 테지.”
“그렇습니다.” 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래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나?” 앨이 조오지에게 물었다.
“그렇구말구요.” 하고 조오지가 대답했다.
“흥, 넌 제법 영리한 애로구나.”
“그렇습니다.”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아.” 몸집이 작은 사내가 말했다. “앨, 정말 그런가?”
“글쎄, 맹추일런지도 몰라.”하고 앨은 닉을 돌아보았다.
“네 이름은 뭐야?”
“애담즈에요.”
“이 녀석은 영리한 애로군.”하고 앨이 말했다. “여보게, 막스, 이 녀석도 영리한 것 같잖은가?”
“이 거리엔 영리한 애들이 얼마든지 있지.”하고 막스가 말했다.
조오지는 햄 에그 접시 하나와 베이컨 에그 접시 하나를 카운터 위에 놓았다. 그것은둘 다 큰 접시였다. 그는 또 튀긴 감자접시를 두 개 놓더니 취사실 문을 닫았다. “어느 것이 손님 겁니까?” 그는 앨에게 물었다.
“그것도 몰라?”.
“햄 에그였지요.”
“정말, 영리한 친구로구먼.” 막스가 말했다. 큰 몸을 앞으로 내밀고 햄 에그를 집었다.두 사내는 장갑을 낀 채 먹기 시작했다. 조오지는 그들이 먹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넌 대관절 뭘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막스가 이렇게 말하며 조오지를 보았다.
“보긴요”
“제기랄, 보고 있었지. 틀림없이 날 보고 있었어.”
“여보게 막스, 저 사람은 그저 장난 삼아 그렇게 말해 봤을 뿐이네.”히고 앨이 말했다. 조오지가 웃었다.
“이봐, 웃긴 왜 웃는 거야.”하고 막스가 조오지에게 말했다. “전혀 웃을 필요가 없지 않아, 알겠어?”
“네, 알았습니다.”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래 저 친구는 알았다고 하는군.” 막스는 앨을 보고 말했다. “저 친구는 그걸로 좋은 줄 알고 있네. 그건 재미있는 농담이지.”
“응, 제법 머리가 좋군 그래.”하고 앨이 말했다.
두 사람은 먹기를 계속했다.
“카운터 저쪽에 있는 영리한 애 이름은 뭐라고 하더라?”하고 앨이 막스에게 물었다.
“이봐, 영리한 친구.”막스가 닉을 보고 말했다. “넌 카운터에 돌아가서 네 친구 옆에 있어.”
“어째서요?” 하고 닉이 물었다.
“아무튼 그래야 해.”
“영리한 친구, 잔말 말고 돌아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앨이 말했다.
닉은 카운터 뒤쪽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할 작정인가요?”하고 조오지가 물었다.
“남이야 어떻게 하건 걱정할 것 없어.”하고 앨이 말했다.
“취사실엔 누가 있지?’
“검둥이가 있어요.”
“검둥이라니?”
“쿡 말이에요.”
“이리 나오라고 해”
“대관절 손님들은 어디 계신 줄 알고 있십니까?”
“자기들이 어디 있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막스라고 부르는 사나이가 말했다. “우리가 그렇게 바보같이 보이는가?”
“어리석은 말 말게.” 앨이 막스에게 말했다. “도대체 뭣 때문에 이런 풋나기하고 말씨름을 하나.” 그는 조오지를 돌아보고 말했다. “검둥이더러 이리 나오라고 해.”
“그를 어떻게 하실 작정이세요?”
“어떻게 하긴, 이 영리한 친구야. 좀 머리를 쓰란 말이야. 우리가 검둥이한테 뭘 어쩐단 말인가?’
조오지는 취사실로 통하는 작은 문을 열었다.
“샘”하고 그는 불렀다. “잠깐 나와 봐.”
취사실 문이 열리며 검둥이가 나왔다.
“왜 그러세요?” 하고 검둥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카운터에 앉아 있던 두 사내는힐 끗 그를 쳐다보았다.
“좋아, 검둥이는 그대로 거기 서 있어.”하고 앨이 말했다.
에이프런을 두른 채 거기 선 검둥이 샘은 카운터에 안아있는 두 사나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지요” 그는 말했다. 앨은 걸상에서 내려섰다.
“난 이 검둥이와 영리한 청년을 데리고 취사실로 들어가겠네.” 라고 그는 말했다. “이봐, 검둥이는 취사실로 돌아가, 영리한 친구, 자네도 같이 안으로 들어가게” 자그마한 사내가 닉과 검둥이 쿡을 따라 취사실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간 뒤 문이 닫혔다. 막스라는 청년은 카운터에 조오지와 마주앉아 있었다. 그는 조오지를 보지도 않고 카운터 뒷벽에 길게 끼어있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헨리의 음식점은 원래 술집이었던 것을 간이식당으로 고쳐 수리했던 것이다.
“그런데 영리한 친구.” 막스는 거울을 들여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왜 자네는 아무 말도 안 하지?”
“대관절 왜 이러시는 겁니까?”
“여보게, 앨” 막스는 안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여기 있는 영리한 애가 왜 이러느냐고 묻고 있네.”
“자네가 애기해 주면 되잖아.”앨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여왔다.
“대관절 왜 이러는지 아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통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상상도 할 수 없니?”
막스는 지껄이면서도 줄곧 거울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제 입으로 말씀 드리고 싶지 않아요.”
“여보게, 앨, 영리한 애가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자기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네 그려.”
“그렇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도 다 들려.” 앨이 취사실에서 말했다. 그는 음식 접시를내 보내는 창구를 열어놓고 토마도 케첩 병으로 받쳐 놓았다.
“이봐, 영리한 친구.” 그는 취사실에서 조오지를 향해 말했다. “거기서 좀더 옆으로 비켜서게. 막스, 자네도 약간 왼쪽으로 움직여 주게.” 마치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배치를 정하고 있는 사진사 같았다.
“이봐 영리한 친구.”하고 막스가 말했다.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가?”
조오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애기해 주지.”하고 막스가 말했다. “우리는 이제부터 어떤 스웨덴 사람을 죽여야 해. 자네도 오올 앤더슨이라는 큼직한 스웨덴 사람을 알고 있을 테지?”
“네.”
“그 친구는 매일 밤 저녁 식사를 하러 여기 오지?”.
“가끔 오시지요.”
“여섯 시에 오는 게 아냐?”
“네, 오실 적엔.”
“우리는 그런걸 모두 알고 있어. . . 이젠 다른 애길 하지. 영화구경을 갈 때가 있나?”
“어쩌다 한 번씩 가죠.”
“영화 구경은 더 자주 하는 게 좋을거야. 영화라는 건 자네같이 영리한 청년에겐 상당히 유익하거든.”
“손님들은 어째서 오올 앤더슨을 죽이려 하십니까? 그 사람이 손님들에게 무슨 짓을 했어요?”
“지금까지 그 작자는 우리를 건드릴 기회가 없었지. 아무튼 우릴 본 적도 없거든. 그래서 오늘밤 한 번만 우리 얼굴을 보여 주려는 거야.”하고 앨이 안에서 참견했다.
“그럼 어째서 손님들은 그 사람들을 죽이려 하십니까?”
”어떤 친구를 위해서야. 친구한테 부탁을 받았지.”
”닥쳐.” 앨이 취사실에서 소리쳤다. “자네는 말이 너무 많아.”
“하지만 이 영리한 친구가 너무 지루해 하면 안되지 않겠나. 안 그런가, 영리한 친구?”
“자네는 너무 말이 많다니까.”하고 앨이 말했다. “검둥이나 이쪽 영리한 친구는 자기들끼리 마음 놓고 심심치 않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이쪽 두 사람은 수도원의 여자친구처럼 사이 좋게 묶여 있거든.”
“자네는 수도원에 있던 적이 있을 테지?”
“글쎄요.”
“자네는 유대인들의 수도원에 있었어. 틀림없이 그래.”
죠오지는 시간을 처다 보았다.
“혹시 손님이 들어오면 쿡이 휴가 중이라고 말해. 그래도 좀처럼 물러가지 않으면 자네가 안에 들어가서 요리를 만들겠다.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알았나, 영리한 친구?”
“잘 알았습니다.”하고 조오지는 대답했다. “하지만 그 후에 저희들을 어떻게 하실 작정이에요?”
“그건 때와 장소 나름이지.”하고 낙스가 말했다.
“그런 건 미리 알 수 없지.”
조오지는 시계를 처다 보았다. 여섯 시 15분이었다. 앞쪽 문이 열렸다. 시내 전차 운전사가 들어왔다.
“잘 있었어, 조오지?” 그는 말했다. “저녁 먹여 주겠나?”
“샘이 외출했는데요”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30분 후에라야 돌아올 텐데요.”
“그럼 다른 데로 가보는 게 좋겠구먼. ‘ 하고 운전사가 말했다.
조오지는 시계를 보았다. 여섯 시 20분이었다.
“제법 잘 했어. 영리한 친구”하고 막스가 말했다. “자네는 흠잡을 데 없는 꼬마 신사야.”
“총알 맛을 보게 될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지.” 앨이 취사실에서 말했다.
“아냐.” 하고 막스는 말했다.. “그렇잖지. 이 영리한 애는 좋은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라서 난 마음에 들었어.”
여섯 시 55분이 되자 “그 사람은 안 오는군요.” 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 밖에 두 사람의 손님이 이 식당에 들어왔다. 조오지는 한번 취사실에 들어가 손님이 가지고 가겠다고 한 선물용 햄 에그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그가 취사실에 들어가 보니 앨은 맥고모자를 뒤로 젖혀 쓰고 끝을 짧게 짜른 산탄총 총구를 선반에 올려놓고 문 옆에 놓인 걸상에 앉아 있었다. 닉과 쿡은 입에 수건을 쑤셔 넣고 등을 기댄 채 꽁꽁 묶여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조오지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그것을 유지에 싸서 봉지에 넣어가지고 나갔다. 손님은 그것을 받고 돈을 주고는 밖으로 나갔다.
“역시 영리한 애라서 뭐든지 척척 잘하는군.” 막스가 발했다. “요리도 잘 만들고, 결혼이라도 하면 마누라를 잘 위해 주겠는 걸.”
“어떻습니까?” 조오지는 말했다. “친구 분인 오올 앤더슨은 올 것 같지도 않군요.”
“10분만 더 기다려 보지.”하고 막스가 말했다.
막스는 거울과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바늘은 일곱 시를 기다렸다가 이윽고 일곱 시 5분을 가리켰다.
“여보게, 앨.” 막스가 말했다. “이젠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네. 그 작자가 오긴 글렀네.”
“5분만 더 기다려 보세.” 앨은 안에서 말했다.
5분이 지나자 한 사내가 들어왔다. 조오지는 쿡이 앓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왜 다른 쿡을 데려 오지 않소?” 그 사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식당을 경영하고 있는 게 아니오?”
손님은 나갔다.
“이젠 가세, 앨” 하고 막스가 말했다.
“이 영리한 애 둘과 검둥이는 어떻게 할까?”
“내버려 둬도 괜찮아.”
“그렇게 생각하나?”
“그야 그렇지, 이젠 이번 일은 끝난 거야.”
“아무래도 못마땅해.”앨이 말했다. “방법이 좀 신통치 못해. 자네는 말이 너무 많아.”
“무슨 소리 하는거야.” 하고 막스가 말했다. “좀 기분전환도 해야 할게 아닌가?”
“그렇지만 너무 말이 많아.” 앨이 말했다. 그는 취사실에서 나왔다. 끝이 잘린 산탄총은 너무 빠듯한 그의 외투 아랫부분을 약간 불룩하게 했다. 그는 장갑을 낀 채 외투 매무새를 바로잡았다.”
“잘 있게, 영리한 친구.” 그는 조오지에게 말했다. “자네는 정말 운이 좋았어.”
“정말 그래.” 하고 막스는 말했다. “이런 때엔 경마라도 하면 좋을걸.”
두 사내는 앞문으로 나갔다. 조오지는 창문 너머로 그들이 아아크등 밑을 지나 한길을 건너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에 착 붙은 외투에 맥고모자를 쓴 모습은 아무래도 떠돌이 연예인으로 밖엔 보이지 않았다. 조오지는 흔들 문으로 취사실에 들어가? 닉과 쿡을 풀어주었다.
“이런 것은 이제 질색이에요.” 쿡인 샘이 말했다. “이런 짓은 정말 끔찍해요.”
닉은 일어섰다. 입 속에 수건을 틀어박힌 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야.” 그는 말했다. “무서운 짓을 하는 녀석들이었어.” 그는 그래도 질린 기색은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놈들은 오올 앤더슨을 죽이려는 거야.”하고 조오지는 말했다. “그 사람이 식사하러 오면 쏴 죽일 작정이었지.”
“오올 앤더슨을?”
“그렇지.”
쿡은 양손 엄지손가락으로 입 끝을 눌렀다.
“이젠 돌아갔어요?”
“응, 이젠 가 버렸어.” 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런 작자들은 정말 싫어요.”하고 쿡이 말했다. “그런 꼴은 이젠 정말 당하고 싶지 않아요.”
“이봐, 닉” 조오지는 닉에게 말했다. “자네는 오올 앤더슨을 만나러 가는 게 좋을 거야.”
“그러지.”
“당신은 그런 일엔 전혀 참견하지 않는 게 좋아요.”하고 쿡인 샘이 말했다. “그런 일은? 모른 체하는 게 좋을 거에요.”
“가고 싶지 않으면 가지 않아도 좋아.” 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 사람은 어디 살고 있지?”
“젊은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언제나 잘 알고 있을 텐데. . .”
“그 사람은 허시네 하숙집에 묵고있어.”조오지가 닉에게 말했다.
“거기에 가 보겠어.”
바깥에 나가니 아이크등이 마른 나뭇가지 너머로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닉은 전처 선로 옆의 길을 올라갔다가 다음 아아크로등이 없는 데서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돌아서서 세 번째가 허시의 하숙집이었다. 닉은 돌 층계를 두 층계 올라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여자가 나왔다.
“오올 앤더슨 씨는 댁에 있는가요?”
“만나 보시려구요?”
“네, 계시면. . .”
닉은 여자를 따라 층계를 하나 올라가 안쪽 복도 끝에까지 갔다. 여자는 문을 녹크했다.
“누구세요?”
“앤더슨 씨, 어떤 분이 찾아오셨군요”하고 여자가 말했다.
“저는 닉 애덤즈입니다.”
“들어오세요.”
닉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올 앤더슨은 옷을 모두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헤비 웨이트 급 권투선수였다. 몸이 침대에서 삐어져 나와 있었다. 머리 밑에는 베개를 둘 겹쳐놓고 있었다. 그는 닉 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나?”
“저는 헨리네 식당에 있었어요.” 닉은 말했다. “그런데 웬 사람들이 둘이나 들어와서 ??저하고 쿡을 묶어 놓더군요. 그들은 당신을 죽이러 왔다고 말했어요.”
이렇게 말을 하니 어쩐지 터무니 없는 애기같이 들렸다. 오올 앤더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저희들을 취사실에 끌고 갔어요.” 닉은 말을 이었다. “당신이 저녁 식사를 하러 오면 쏴 죽이려 했던 거예요.”
오올 앤더슨은 벽을 바라본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한테 알려 드리는 게 좋을 거라고 조오지가 말하기에. . .”
“거기 대해선 나로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오올 앤더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얘기해 드리겠어요.”
“그 녀석들에 대해선 별로 알고 싶지 않아.” 오올 앤더슨은 말했다. 그는 여전히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러 알리러 와 줘서 미안하게 됐군.”
“그런 건 괜찮아요.”
닉은 침대에 누워있는 큰 사내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경찰에 신고해 드릴까요?”
“아냐” 하고 오올 앤더슨은 말했다. “경찰에서도 어쩔 도리가 없을걸.”
“제가 해드릴 만한 일이 없을까요?”
“없지, 아무 할 일이 없어.”
“아마 그저 위협을 했을지도 모르죠.”
“아냐, 위협만은 아니지.”
오올 앤더슨은 벽 쪽으로 돌아누웠다.
“한 가지 분명한 “ 하고 그는 벽을 향해 말하듯이 입을 열었다. “나는 아무래도 외출 할 결심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오늘은 온종일 여기 있었거든.”
“아무래도 이 거리를 떠나지 못하겠어요?”
“그래.” 하고 오올 앤더슨은 말했다. “이젠 여기저기 달아나지 않기로 했어.”
그는 물끄러미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거야.”
“어떻게 잘 애기해 볼 수는 없어요?’
“안되지, 나는 실수를 하고 말았거든.” 여전히 단조로운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네. 얼마 후엔 나가볼 결심도 할 수 있을 테지만. . .”
“그럼 저는 돌아가서 조오지한테 그렇게 말하는 게 좋겠지요.”하고 닉이 말했다.
“잘 가게.” 하고 오올 앤더슨은 닉 쪽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일부러 와줘서 미안하네.”
닉은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으며 뒤돌아봤으나 오올 앤더슨은 역시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분은 온종일 방안에만 계시더군요”하고 여자 주인이 아래층에서 말했다. “아마 몸이불편하신 모양이지요. 나는 그분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앤더슨 씨, 이렇게 날씨가 좋은 가을날엔 바깥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시는 게 좋을 텐데요-, 하지만 그분은 그러고 싶지 않으셨던가 봐요.”
“바깥에 나가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요.”
“몸이 불편하시다면 정말 안됐어요” 하고 여자가 말했다. “참 좋은 분이세요. 권투선수였다지요?”
“그렇지요.”
“그분이 권투선수라는 건 얼굴이라도 자세히 보기 전엔 알 수 없어요.” 하고 여자가 말했다. 두 사람은 앞문 바로 안쪽에 서서 얘기하고 있었다.
“아주 상냥한 분이라서.”
“그럼 안녕히 주무셔요, 허시 씨.” 닉이 말했다.
“나는 허시 씨가 아니에요” 하고 여자가 말했다. “그 분은 이 집 주인이어요. 나는 그분을 대신해서 여기서 일하고 있을 뿐이에요. 난 벨이라고 해요.”
“그럼 벨 씨, 안녕히 주무셔요.”하고 닉이 말했다.
“안녕히 가세요.”하고 여자도 말했다.
닉은 어두운 골목을 아이크등이 반짝이고 있는 모퉁이까지 걸어갔다. 거기서 전차 길에 나가 헨리네 식당으로 돌아갔다. 조오지는 식당 안에 있었는데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
“오올은 만났나?”
“응.”하고 닉이 말했다. “그 사람은 방안에 틀어박혀 바깥에 나오려고도 안 하더군.”
쿡은 닉의 목소리를 듣고 취사실 문을 열었다.
“나는 그런 애긴 듣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고 그는 문을 닫았다.
“그 애길 모두 들려줬을 테지?” 하고 조오지가 물었다.
“물론이지, 나는 애기해 줬지만 그 사람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그래, 어떻게 할 생각이던가?”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는 거야.”
“놈들한테 죽게 될 거야.”
“아마 그렇겠지.”
“틀림없이 시카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아.”
“그럴 거야.”
하고 닉이 말했다.
“정말 무서운 일이 벌어지게 됐군. 소름 끼쳐.”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오지는 수건을 집어 가지고 카운터를 닦았다.
“대관절 그 사람은 무슨 짓을 했을까?” 하고 닉이 물었다.
“암 누굴 배신했을지도 몰라. 그런 일 때문이라면 그런 인간들은 대수롭지 않게 사람을 죽이거든.”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야.”하고 닉이 말했다.
‘그래?” 하고 조오지가 말을 받았다. “그러는 것도 좋을 거야.”
“그 사람이 죽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 방안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나로선 견딜 수 없는 일이야. 정말 무서운 일이지.”
“응.”하고 조오지가 말했다. “그런 건 생각지 않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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