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갈등이 생기는 이유-김 홍 신
어째서 가까운 사람 사이에 갈등이 더 많이 생기고 골이 깊어 지는 것일까요? 왜 행복하려고 만난 사람들이 서로 다투고, 사랑해야 할 사람끼리 원수가 되며, 다독여야 할 사람들 사이에 적대감이 생길까요? 누구든지 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을 겁니다.
<날마다 웃는 집>에서 법륜스님은 “그 사람 성격이 나빠서 갈등이 생기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내 곁에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중심성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러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법륜스님은 자신의 기준에서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난다고 보고, 그에 따른 치료법을 제시합니다. 자신의 기준으로 보면 옳고 그른것이 상대의 기준으로 보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 가는 길’을 물었을 때 인천사람에게는 “동쪽으로 가라”고 하며 춘천사람에게는 “서쪽으로 가라”고 하라는 말은 구체적이면서도 실증적인 가르침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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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에 산을 그리고 동쪽과 서쪽을 표시해 봅니다. 그리고 산꼭대기 쪽에 해를 그립니다. 동쪽에 사는 사람은 그 산을 서산이라 부를 것입니다. 늘 해가 산 너머로 지는 걸 보았을 테니까요. 서쪽에 사는 사람은 그 산을 동산이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늘 태양이 그 산을 넘어오는 걸 보았을 것이니까요.
서쪽 사람과 동쪽 사람이 만나면 같은 산을 두고 서로 동산이라거나 서산이라고 우길 것입니다. 솔로몬의 지혜를 빌려 와도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두 사람이 그곳을 벗어나 멀찍이에서 산을 쳐다보면 그 산은 동산도 서산도 아닌 그냥 하나의 산이란 걸 비로소 알게 될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에게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들은 조금만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고집하던 시각에서 한발 양보하는 순간, 갈등은 사라져버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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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갈등이 생기면 누군가를 탓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래야 일단 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내 마음에서 생긴 갈등인데도 무심코 남의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사람들이 제게 “설마 세상살이에 답답하고 막히는 게 있었느냐?”고 물으면 “그놈의 체면 때문에 물어볼 데가 없는게 얼마나 답답한 줄 아느냐”고 답합니다.
제가 한세상 소문깨나 내고 살았으니 퍽이나 순탄하고 걱정없이 살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막상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본 사람들은 참 안됐다고들 합니다. 일상이 자유롭지 못하고 늘 주시 받는 대상인 데다, 하소연할 곳도 별로 없고 혼자 끙끙거릴 일도 많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으면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풀어지곤 합니다. 물론 저와는 다른 갈등이지만 물음에 대한 해답의 원리는 한 줄이기 때문에 속이 시원해 지는 것입니다.
“세상이 복잡합니까? 아니면 내 마음이 복잡합니까?”
어느 날 스님의 이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밤에 잠들었을 때는 세상이 그리 고요하다가 아침에 눈 뜨면 그리도 복잡해지는 것은 내 마음 때문이지 세상 탓이 아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런 깨달음은 하루나 이틀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버려야 할 것은 억척스럽게 챙기면서, 어째서 마음을 다스리는 가르침은 그리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많은 고뇌와 부딪치며 살아가야 할 제 자식들은 저보다 좀더 일찍, 좀 더 지혜롭게 갈등을 딛고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합니다. 아니, 이 땅에서 제 자식들과 함께 살아가야 할 모든 사람들이 웃으며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법륜 스님의 <날마다 웃는 집>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을 좋아하면 내가 즐겁고
남을 사랑하면 내가 기쁘고
남을 이해하면 내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이 모두가 나를사랑하는 법이다.”
김홍신의 <인생사용 설명서-두번째 이야기>에서
마음에 갈등이 생기는 이유-김홍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