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에서 첫 삽을 뜨는 일
성자 알셀름 그퀸의 마음 순례기
새로 산 노트의 첫 장을 펼칩니다. 그것에 쓰는 첫 글자는 너무나 조심스럽습니다. 새해 첫날의 마음가짐이 꼭 그러하겠지요. 때 묻지 않은 순순한 마음가짐, 새 옷을 입는 근사한 기분과도 같습니다. 새로움에 경이감을 느끼는 이유는 새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과거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새해 첫날에는 누구나 노력합니다. 새로운 말씨를 쓰고, 새롭게 행동하며,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지요. 새해에는 당신에게 뭔가 새로운 역할이 맡겨지기를 바랍니다. 한 해의 모든 것이 새로워지기를 소망합니다. 당신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함께 설레 일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시작하다’(beginnen)라는 말은 원래 ‘황무지를 일구다’(urbar machen)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시작은 수고로운 일입니다. 시작의 순간은 황무지 앞에 서는 것입니다. 삶이란 돌과 잡목, 그리고 엉겅퀴로 뒤덮인 땅과 같이 무질서합니다. 삶은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진정 황무지를 일구고져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들판에 말뚝을 박아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지요. 삶이라는 땅은 일 년 안에 모두 일굴 수 없습니다. 인생의 넓은 황무지 중에서 올해에는 어는 부분을 먼저 일굴 것인가를 결정하십시오.
어는 날 갑자기 읽던 책에서 강한 영감을 받습니다. 당신은 삶이 이 영감을 통해 바뀌기를 희망하겠지요. 어느 날 강연에서 시간을 보다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는 방법을 듣고는 무릎을 치며 공감하기도 합니다. 기를 쓰고 그걸 실천에 옮기려고 하겠지요. 시작하는 마음은 이와 같습니다. 누구나 열심히 계획을 짜지요. 하지만 이 계획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너무도 쉽게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불 같은 열의는 무섭게 식어버립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스스로를 위안합니다.“그래, 모든 게 부질없어. 어차피 하지 못할 거였잖아.”
문제는 굳은 결심을 포기하면서 너무 쉽게 모든 것을 체념해 버리는 것입니다.
어느날 한 성직자가 절망에 빠진 한 젊은 수사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계획은 아무것도 이루진 것이 없습니다. 실천하지 않고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신세를 한탄하기에는 당신의 계획이 정말이지 너무도 ‘실천되지’ 못했습니다. 신세를 한탄하기에는 너무 이릅니다.
당신과 나, 우리가 가는 길은 광활한 길입니다. 우리는 이 길에서 오롯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결코 다른 사람의 길을 따라가지 마세요. 물론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은 무척 외로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혼자서 개척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는 그 길에서만 성장할 수 있고, 진실한 삶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물지 말고 흘러라(21세기 북스 간)>에서
황무지에서 첫 삽을 뜨는 일 
